• ▲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당선된 박원순 시장 ⓒ추진혁 기자
    ▲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당선된 박원순 시장 ⓒ추진혁 기자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패배한 한나라당이 쇄신안 마련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위기감은 최고조에 달한 상태지만 한나라당 내에서는 “근본적 변화가 필요하다”는 원론적 목소리만 난무할 뿐 이렇다할 향방은 오리무중이다.

    이처럼 우왕자왕하는 한나라당의 모습을 놓고 “민심을 다시 한번 돌아보라”는 비판이 곳곳에서 터져나온다.

    한 여권 관계자는 <뉴데일리>와의 통화에서 “이번 선거를 통해 기성 정당이 모두 무너졌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이제 한나라당은 처음으로 돌아가 바닥 민심을 살펴야 할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한나라당의 한 당직자는 “일자리-고물가 등 서민들의 불만이 커져가고 있는 상황에서 나경원 후보가 나름 선방한 것이라고 판단된다. 하지만 이대로라면 내년 총선에서 필패할 것으로 보인다. 이를 위해선 서민들의 ‘생활안정’을 최우선시 하는 정책을 도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집권여당에 등 돌린 ‘2040’

    서울시장 선거에서 20대-30대-40대는 박원순 시장에게 표를 몰아줬다. 세대 차를 넘어 하나가 된 셈이다. 그들의 불만과 분노가 박원순 서울시장을 만들었다. 이들을 잇는 하나의 공통점은 바로 ‘불안(不安)’이다.

    28일자 <동아일보>에 따르면 ‘2040 세대’를 움직인 근본적인 원인은 바로 ‘먹고 살 걱정’이었다.

    20대는 ‘취업난-등록금’ 고통을 외면한 기성 정치권에 환멸을 느끼고 있었다.

    천정부지로 치솟는 대학 등록금과 갈수록 좁아지는 취업문에 잠 못 이루던 20대들은 그동안 억눌린 분노를 이번 보궐선거에서 표출했다. 기성세대에게 ‘정치의식이 없다’고 손가락질 받던 새내기 직장인은 출근길 짬을 내 투표장에 들렀고 중간고사 시험을 치르던 대학생은 줄을 서서 투표했다.

    20대 유권자들은 ‘소통이 가능할 것 같은 인물을 뽑고 싶었다’고 입을 모았다. 박원순 후보가 기존 정치권 출신 인물이 아니라는 점, 그리고 안철수 서울대 교수와 방송인 김제동 씨 등 그동안 젊은 세대의 고민에 진지하게 귀 기울인 인물들이 지지하는 후보라는 점에서 기대감이 컸다는 설명이다.

    기성 정치권은 젊은 세대의 주요 소통 도구인 트위터 활용에서도 일방적으로 밀렸다.

  • ▲ 지난 9월 열린 채용박람회에 모인 인파들 ⓒ연합뉴스
    ▲ 지난 9월 열린 채용박람회에 모인 인파들 ⓒ연합뉴스

    30대는 “삶은 팍팍하고 미래는 불안한데 뾰족한 탈출구가 안보여 분노한다”고 지적했다.

    30대 유권자들이 이번 재·보궐선거를 통해 던진 메시지는 반칙과 특권에 대한 혐오였다. 이들은 통상 1990년대 초중반 대학에 입학해 1997년 ‘IMF 사태’라 일컬어지는 외환위기로 척박해진 취업시장에서 고군분투하며 어렵게 사회에 자리를 잡은 첫 세대다.

    그렇기 때문에 일반인들이 힘겹게 이룬 결실을 부당한 방법으로 손쉽게 취한 사람에 대한 분노가 어느 세대보다 강하다. 이런 정서를 전문가들은 ‘IMF 트라우마(정신적 충격)’라고 칭한다. 그로 인한 기성 정치권에 대한 환멸이 무소속 후보에 대한 지지로 이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40대는 겉보기 정책보다는 실질적인 혜택을 원하고 있었다.

    40대는 선거 때마다 당락을 결정짓는 ‘캐스팅보트’를 쥐고 있는 세대다. 과거 민주화의 아이콘인 ‘386세대’로 상징되던 40대는 노무현 정부를 출범시키며 절정을 맞았지만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보수화하고 있다는 분석이 많았다.

    결국 ‘생활 정치’를 중요시한 결과로 요약된다. ‘민주화’ ‘진보’ 등의 가치를 강조하던 40대의 관심사가 ‘실용’으로 옮겨간 것이다. 보수화한 40대는 2007년 대선에서 실용주의를 내세운 현 정권의 탄생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기도 했다.

    그랬던 40대가 이번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는 다시 변화를 택했다. 보수화하던 40대가 전세난, 물가 상승 등 경제적 불안을 겪으면서 다시 한 번 기존 정치권을 향해 변화를 요구하고 나선 것이다.

    이들은 실생활과 맞닿아 있는 정책을 원했다. 오세훈 전 시장이 강력히 추진했던 한강르네상스사업과 디자인 서울 정책 등이 40대의 호응을 얻지 못한 것도 이 때문이다. 나 후보 역시 오 전 시장과의 차별화에 실패했고, 40대는 이런 나 후보에게 등을 돌렸다.

    그러나 2040 세대가 박원순 시장을 완전히 지지한 것은 아니었다. 시민들은 “세금을 내는 입장에서 꼼꼼하게 들여다보면 박 시장의 공약은 실효성이 떨어지는 게 적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기득권 세력을 물리치고 당선된 박 시장이 다른 정치인처럼 표만 쫓는다면 민심은 금방 이탈할 것”이라는 목소리가 지배적이었다.

    “박 시장은 본인이 표방했던 깨끗한 시정을 펼쳐 시민을 실망시키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한 이도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