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박원순 당선이 마냥 기뻐?

민주당이 ‘야권’ 서울시장 탄생에 환호했다. 내년 총-대선의 ‘바로미터’가 될 10.26 서울시장 재보선에서 한나라당의 ‘재집권’ 저지에 성공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민주당의 웃음은 오래가지 못할 전망이다. 박원순 무소속 야권단일 후보의 승리를 완전한 민주당의 승리로 보기는 어렵다는 게 정가의 지배적인 분석이기 때문이다.

먼저 제 1야당인 민주당은 이번 서울시장 선거에 후보를 배출하지 못했다. ‘인물론’을 앞세워 외부 후보 영입에 공을 들였으나 번번이 불발됐다.

박 당선자는 민주당의 영입리스트 ‘0순위’였다. 그러나 안풍(安風, 안철수 바람)을 등에 업은 박 당선자는 ‘민주당 입당’ 대신 무소속 신분을 택했다. 민주당의 프리미엄을 업기보다 무소속으로 띄는 게 더 이익이라는 판단이었다.

민주당은 무소속 박원순 후보와의 경선에서 패해 서울시장 '불임정당'이라는 오명을 뒤집어 썼다.

내년 총-대선에서도 이번처럼 정당별로 예선을 치른 뒤 최종 야권후보 선출을 위한 2차 경선을 치르는 방식으로 야권 단일화가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민주당의 고민은 끝난 게 아니라 더 큰 짐으로 남아 있다는 뜻이다.

선거기간 주춤했던 당내 갈등도 표면위로 올라설 전망이다. 민주당은 오는 12월 새 지도부를 선출하는 전당대회를 앞두고 있다. 각 계파별 내년 총-대선을 지휘하게 될 지도부 입성을 노리는 상황이다.

야권통합론이 탄력을 받을 경우, 민노당, 진보신당을 비롯한 장외세력과 통합 지도부를 꾸릴 가능성도 점쳐지나 시간이 부족하다는게 민주당의 중론이다.

이에 따라 ‘혁신과 통합’ 등 장외세력과의 힘겨루기도 본격화될 것으로 점쳐진다. ‘박원순 시장 만들기’의 1등 공신으로 꼽히는 좌파 시민사회의 커진 ‘입김’도 부담스럽다.

가장 큰 우려는 안풍(安風)의 핵,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의 행보다. 이번 선거를 계기로 야권의 권력지형은 ‘안철수-박원순-문재인’으로 재편됐다. 제1야당이 재야 세력에게 헤게모니를 넘겨주게 된 셈이다.

이미 차기 대권 여론조사에서 안 원장은 여권의 유력주자인 박근혜 한나라당 전 대표와 선두권을 형성하고 있다. 손학규 대표를 포함한 민주당 대권 주자들이 점한 위치는 미미하기 짝이 없다.

민주당은 20, 30대의 높은 지지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았다. 뚜껑을 열고 보니 그 지지는 안 원장 몫이었다. 

안 원장이 대권에 나설 경우, 민주당은 또다시 ‘인물론’에 밀려 불임정당이 될 가능성이 높다. 더구나 내년 총선과 대선 때의 서울의 수장은 박원순 시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