뚜렷한 지지기반이 없다는 한계, 여실히 드러나서울시장 선거, '역할론'과 '비판론' 충돌 상황
  • 10.26 재보궐선거 결과를 놓고 민주당 손학규 대표에 대한 평가가 첨예하게 엇갈린다.

    민주당은 이번에 치러진 11개 기초자치단체장 선거에서 전북 남원시와 순창군 2곳만 이겼다. 

    반면 한나라당은 자당 후보를 내지 않은 3개 지역을 제외하고는 기초자치단제 8개 선거에서 모두 승리를 거머쥐었다. 

    이러한 결과에 대한 실질적 이해득실을 놓고 손 대표를 지지하는 ‘역할론’과 책임을 묻는 ‘비판론’이 충돌하는 상황이다.

  • ▲ 26일 서울시장 보궐선거 개표가 진행되는 가운데 민주당 손학규 대표(좌)가 모니터를 지켜보고 있다. ⓒ추진혁 기자
    ▲ 26일 서울시장 보궐선거 개표가 진행되는 가운데 민주당 손학규 대표(좌)가 모니터를 지켜보고 있다. ⓒ추진혁 기자

    먼저 “얻은 게 많다”고 주장하는 쪽에서는 지난 4.27 분당을 보궐선거에 이어 이번 서울시장 선거에서도 승리해 손 대표의 수도권 영향력이 재확인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손 대표가 서울시내 구석구석을 돌며 박원순 후보 승리의 견인차 역할을 했다는 것이다.

    손 대표를 지지하는 세력은 득실이 어떻든 간에 서울시장 선거 승리로 손 대표의 활동공간이 넓어졌고, 야권대통합의 추동력까지 생겼다고 자신하는 분위기다.

    이들은 “민주당 내에서는 손 대표 외에 통합 논의를 진전시킬 수 있는 뚜렷한 주자가 없다는 견해가 지배적”이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손 대표는 오는 11∼12월 혁신과 통합을 비롯한 시민사회 단체와 다른 야당들이 참여하는 통합 전당대회 개최를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이번 승리는 ‘상처뿐인 영광’이란 견해도 무시못할 힘을 얻고 있다.

    민주당이 자당 후보를 내지 못한 ‘불임정당’이라는 책임론에서 벗어날 수 없고, 이번 선거가 ‘박근혜 대 안철수’ 구도로 치러지면서 손 대표의 입지가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는 지적이다.

    이 때문에 정치권 안팎에서 손 대표가 조만간 대표직을 사퇴하는 것 아니냐는 견해도 제기되고 있다.

    다시 말해 손 대표의 상황은 녹록치 않다.

    무엇보다 안 원장은 대중들의 폭넓은 지지를,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은 친노(친노무현) 진영의 견고한 지원을 받고 있지만 손 대표는 내세울만한 뚜렷한 지지기반이 없다는 한계를 갖고 있다.

    여기에 박 후보와 안 원장을 중심으로 한 시민사회 진영이 기존 정치권에 염증을 느낀 국민들을 등에 업고 제3의 정치세력으로 급부상, 통합의 주도권을 쥔다면 손 대표의 설 자리는 더욱 좁아질 수밖에 없다.

    이날 선거 결과의 윤곽이 드러난 상황에서 영등포 당사에 모여 긴급회의를 가진 손학규 대표, 정동영-정세균 최고위원 등 민주당 지도부의 표정이 그다지 밝지 않았던 것도 같은 맥락이다.

    윤희웅 한국사회여론연구소 조사분석실장은 “손 대표가 유력한 대권주자임에는 틀림없지만 손 대표가 어려운 위치에 있는 것은 사실이다”라고 말했다.

    윤 장은 “손 대표가 현재의 정치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탄탄한 정치기반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