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는 거인 언관이요 사관”

    천관우 선생(1925∼1991) 20주기를 맞아 추모문집 ‘거인 천관우-우리 시대의 言官 史官’(일조각)이 20일 출간된다. 천관우 선생 추모집 편찬위원회(위원장 이혜복)는 25일 오후 5시 반 서울 중구 태평로 한국프레스센터 20층 국제회의장에서 출판기념회를 개최한다.

  • ▲ 추모문집 '거인 천관우' 일조각 제공.
    ▲ 추모문집 '거인 천관우' 일조각 제공.

    충북 제천에서 태어난 천 선생은 경성제대에 입학해 광복 후 서울대 문리대 사학과를 졸업했다. 졸업논문인 ‘반계 유형원 연구’는 지도교수인 이병도 박사로부터 군계일학의 우수논문이라는 평을 받았다. 이 논문을 시작으로 한국 사학계에서 조선 실학 연구가 본격적으로 전개됐다.

    천 선생은 6·25전쟁 중인 1951년 대한통신 기자로 언론인 생활을 시작했다. 조선일보와 한국일보 등에서 편집국장을 역임한 후 1963년 동아일보 편집국장을 거쳐 1966년부터 이사 겸 주필을 지냈다. 1968년 차관(借款)업체들의 특혜 및 폭리 실태를 분석한 ‘신동아 필화사건’으로 고초를 겪고 같은 해 언론 일선에서 물러난 뒤 민주화운동에 투신했다. 이후 유신체제의 감시와 탄압이 심해지자 한국사 연구에 몰두해 ‘근세조선사연구’ ‘가야사연구’ 등의 저서를 남겼다. 1991년 1월 향년 66세로 영면했다.

    천 선생은 평소 자신의 삶에 대해 “신문인을 직업으로 삼으면서 역사책도 함께 들여다본 인생”이라며 ‘기자 반 사학도 반’이라고 말했다고 지인들은 회상한다. 그는 정권으로부터 언론의 편집권을 수호한 언관이자 민족주의 사학자이며 민주투사라는 평가를 받는다.

    700쪽 분량의 추모문집은 ‘언론인 천관우’ ‘사학자 천관우’ ‘민주투사 천관우’ ‘인간 천관우’ 등 총 4부로 구성됐다. 정진석 한국외국어대 명예교수, 남시욱 전 문화일보 사장, 이부영 전 열린우리당 의장 등 총 62명의 필자가 참여해 천 선생의 업적과 정치관, 세계관, 사관, 통일사상 등을 소개했다.

    추모문집에서 여영무 전 동아일보 논설위원은 “천 선생은 부하 기자들에게 자상하고 자신을 낮추는 겸손과 관대한 성격을 가졌으면서도 독재 권력에 대해서는 추상같은 매를 들고 저항하는 자세를 글과 행동으로 보였다”고 회상했다.
    민현구 고려대 명예교수(사학자)는 “국사학에서 천 선생은 조선 실학 연구를 개척했고 고대사 체계를 새롭게 수립했을 뿐 아니라 한국사 대중화에도 공헌했다”고 평가했다.

    25일 출판기념회와 함께 서울언론인클럽 주최로 열리는 제26회 언론상 시상식에서는 천 선생에게 대상이 수여된다. 언론인 한길상은 권도홍 전 동아일보 편집부장이, 특별공로패는 민현구 교수 외 7명이 받는다.
    (동아일보. 2011.10.20. 전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