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통령 선거는 '슈퍼스타P'가 아니잖아요.
    <한국선진화포럼/9월주제: 차기 대통령의 역사적 소명>

    윤영미(선진화 홍보대사8기, 한양대학교 행정학과4)

      유난히 우리나라 대통령은 인기가 없다. 2차 세계대전 이후 100여개의 신생국이 생겨났지만 그 중 정치와 경제발전에 성공한 나라는 우리나라밖에 없다.
    산업화와 민주화의 성공비결이 바로 정부주도의 발전 국가모델이었음에도 눈부신 성과를 일궈낸 역대 대통령에 대한 평가는 인색하다. 반면 미국에서는 얼마 전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의 탄생 100주년 행사가 성대하게 진행돼 그의 업적과 인품을 칭송했다. 미국의 유명 건축물과 길거리, 도시엔 존경받는 대통령의 이름을 붙여 존경을 표한다. 비록 좋지 못한 평가를 받고 물러난 대통령이라 하더라도 기념으로 도서관 하나씩은 지어 과업을 표하는 것이 미국의 관례다. 전두환 대통령은 난폭운전자, 김영삼 대통령은 무면허 운전자, 노무현 대통령은 역주행 이라는 등 전직대통령에 대한 우스갯소리와 조롱이 판치는 우리나라와는 새삼 비교된다.

      처음부터 대통령이 인기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이번 정권도 초기에는 ‘경제대통령’으로 전 국민의 기대와 지지를 한 몸에 받으며 출범했다. 하지만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기로 인한 대외조건의 악화, 미국산 쇠고기 문제로 인한 촛불집회 등을 겪으며 집권 초반 이미 지지율은 17%대로 추락했다. 이후 G20 정상회의의 성공적 개최, 원전수출과 같은 자원외교, 평창동계올림픽 유치 등으로 여러 가지 공을 세운 바 있지만 뒤돌아 앉은 민심은 돌아올 줄 모른다. 이미 지난 여러 정권에서 겪어온 패턴이다.

      여기엔 국민이 ‘슈퍼스타K’와 같은 한편의 기적과 같은 스토리를 대통령에게 기대하는 대중심리가 숨어있다. 만능해결사로서 대통령을 기대했지만 과오와 흠이 드러나면 곧 영웅적 대통령은 평범한 정치인이 되고 국민은 이내 현 정권에 등을 돌리게 되는 것이다. 실망하고 좌절한 여론은 또 다른 새로운 영웅을 꿈꾸게 된다. ‘안철수 신드롬’도 이런 사회적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기성 정권과 대통령에 대한 염증이 새롭고 참신한 영웅을 갈구했고 안철수는 40%가 넘는 지지율을 얻게 됐다. 여기에 안철수의 이념적 성향과 정책의 방향, 공약은 중요치 않았다.

      대통령은 공화국의 국가원수로 외국에 대하여 국가를 대표하고 행정권의 수반이 되는 최고의 통치권자를 의미한다. 헌법이 부여한 권한에 따라 절차를 지키며 공약을 실천하고 공익을 위해 봉사하는 직책이다. 차기정권에서 과잉기대에서 시작해 레임덕과 분노로 끝나는 식상한 반복을 피하기 위해서는 ‘기적’이나 ‘영웅’을 바라기보다 우리나라가 당면한 문제가 무엇이고 선진화로 나아가기 위한 ‘소명’은 무엇인지에 대한 냉철한 판단이 선행돼야 한다. 우리나라 역대 대통령선거는 후보의 이미지에 절대적으로 의존해 진행됐다. 하지만 선진국으로 갈수록 후보가 내 거는 공약과 비전이 국민들의 대다수가 인식하는 사회상과 부합하는지를 기준으로 선거의 결과가 결정된다.

      선진화를 향한 길에 놓인 장애물은 월례토론회에서 다뤄진 것만 해도 여성문제, 외교문제, 양극화문제 등 너무나 많다. 내년 여러 대권주자들이 이 중 우선적으로 해결해야할 문제를 선별하고 차기 정권의 비전을 내놓을 것이다. 이에 대비해 우리는 다양화, 민주화, 개방화된 사회에 영웅적 인물이 홀연히 등장해 모든 문제를 해결할 것이라는 환상에서 깨어나 어떤 공공철학을 가진 인물이 차기 대통령 후보가 되어야 하는지, 어떤 사회적 문제를 우선적으로 해결해야 하는지, 국가비전을 진실 되게 실천할 수 있는 능력이 되는 인물은 누구인지를 냉정하게 판단해 봐야 한다. 민주화된 사회에서 국민은 국부의 지도아래 행동하려하는 신민이 아니라 선거를 통해 대표자를 세워 그로 하여금 우리의 의지를 집행하게끔 하는 것이 대의민주주의의 기본 개념이다. 차기 대통령 선거엔 ‘개념 있는’ 유권자가 ‘개념 있는’ 대통령을 선출하는 모습을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