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의 지도자’도 이제는 스타일 코드를 가질 때다
    <젊은이의 발언/한국선진화포럼 9월 주제 ‘차기 대통령의 역사적 소명’>

    김나영(선진화홍보대사 8기/ 이화여대 경영학과 3학년)

    요즘‘2012년의 그날’이 1년이나 남았는데 벌써부터 정치의 계절이 도래했다는 말이 돌고 있 다. ‘임금’을 뽑는 내년 대선 전에, 전초전으로 ‘한성부윤’을 뽑는 서울시장 선거, 그리고 캐스팅 보트를 가늠하기 위한 국회의원 선거가 이어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치권의 혼전이 거듭되는 가운데 진정한 지도자가 갖추어야 하는 덕목에 대한 고민은 온데간데 없다.

    지난 9월 26일 한국선진화포럼이 ‘차기 대통령의 역사적 소명’이라는 주제로 열었던 대토론회에서는 이 같은 ‘지도자론의 부재’에 대한 전문가들의 비판이 이어졌다. 5년짜리 단기 대통령이 10년짜리 ‘건국’ 전략을 논한다거나, 팀 리더쉽이 부족한 대통령이 임기 초부터 자신의 정파를 중심으로 권력 분배를 실현하는 모습은 여전히 지적의 대상이었다.

    매번 정부가 새로 출범할 때마다 ‘문민정부’, ‘국민의 정부’, ‘참여정부’, ‘실용 정부’라는 슬로건이 상징화되지만, 정작 대통령의 행보는 국정철학과 거리가 멀어 보인다. 왜일까? 일본의 700년 된 역사책 ‘태평기’(太平記)의 저자는 이러한 상황을 칼같이 지적한다. 권력자들이 ‘거래’에 강하게 집착한 나머지, 제 옷 매무새도 고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멋도 없고, 스타일도 없는 정치라는 비판이다.

    우리의 기억에 강한 인상을 남기는 외국의 정치가들은 하나같이 ‘스타일 코드’가 있다. 외적인 모양이 아니라, 아이덴티티를 대변하는 철학과 언어가 있는 것이다. 미국의 차기 판도를 움직일 것으로 주목받는 힐러리, 블룸버그, 그리고 현직 오바마 대통령에게는 나름대로의 멋과 철학이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그렇지만 여기서 오해하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 이들은 ‘말빨’이 아니라 자신의 말에 대해 분명히 책임지는 모습으로 스타일을 완성했으며, 국민과의 약속을 정책으로 보여줌으로써 신념을 실현했다. 자신들의 뒷모습을 돌아보기 전에 ‘역사를 바로잡겠다’며 적장의 목부터 치는 개혁, ‘왜 취임 전의 비전과 다른가’에 대해 ‘이 자리에 앉아보니 상황이 여의치 않다’고 변명하는 권력과는 한참 거리가 먼 것이다.

    ‘그저 안온하게 살 것이었으면 이렇게 죽기를 각오하고 50년을 싸우지 않았다.’ 일본을 통일한 도쿠가와 이에야스가 죽기 직전에 측근에게 남긴 말이라고 한다. 오늘날 일본 정치인들은 그를 ‘상징’으로 기념한다. 이제 우리의 대통령들도, 이와 같은 ‘스타일’과 ‘심볼’을 창출할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 임기응변과 권모술수가 아닌, 책임질줄 아는 자세와 희생정신에서 우러난 정치가의 멋이 아쉬운 시대다. 비록 허공으로 퍼지고 말았던 전직 대통령의 경구지만, ‘대도무문’(大道無門)의 스타일 정신이 그리운 시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