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거티브라며 불만만... 정작 정책은 부재심판론에 이은 분명한 시정방향을 보여줘야
  • “나경원은 되든 안 되든 오세훈식으로 그럴듯하게 포장하는 공약들 발표해서 이슈 만드는데, 박원순 후보는 이슈를 만들지 못한다. 상대방 네거티브 해명하느라 쩔쩔. 제발 정책이슈들 좀 만들어내시길…” (선대인 김광수경제연구소 부소장)

    그동안 서울시장 재보선 무소속 박원순 후보에 대해 기대와 칭찬을 아끼지 않던 좌파 성향 선대인 부소장의 일침이다.

    정책의 부재. 박 후보의 지지율 하락의 가장 큰 이유로 꼽히는 부분이다. 공식 선거 운동을 전후로 1주일동안 세 차례 진행된 방송토론을 치르면서 한나라당 나경원 후보의 지지율은 상승했고, 박 후보의 지지율은 떨어졌다.

    가랑비에 옷 젖듯 연이어 제기된 박 후보의 학력, 병역, 불법 기부금 등 의혹도 한 요인이었지만, 유권자들의 고개를 돌리게 만든 것에는 토론 과정에서 박 후보가 자신의 정책을 충분히 어필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많다.

  • ▲ 토론 준비하는 나경원 후보와 생각에 잠긴 박원순 후보ⓒ
    ▲ 토론 준비하는 나경원 후보와 생각에 잠긴 박원순 후보ⓒ

    천만 인구 서울시에 공동체 마을의 필요성을 역설하다 “맞벌이 부부가 계속 늘고 있는데 그것이 과연 가능하겠느냐”는 나 후보의 핀잔을 듣는가 하면, 서울의 랜드마크 DDP 이야기를 하다가 “나는 종로의 피맛골을 그대로 둬야 한다고 본다”는 감성적 이야기를 꺼내 찬물을 끼얹기도 했다.

    지난 30년간 서울시가 공급한 임대주택이 12만호에 불과한데, 2년 반 임기동안 무려 8만호를 추가 공급하겠다는 식의 박 후보의 공약에 유권자들은 처음의 기대감에 이어 드는 실현 가능성에 대한 의문을 품기 시작했다는 얘기다.

    나 후보 선거캠프 관계자는 “박 후보는 한 TV 토론에서 “정책이 도대체 뭐냐”는 나 후보의 질문에 이명박. 오세훈 전 시장이 한 전시토건행정을 심판해야 한다는 말을 무려 8번이나 했다. 지금 경쟁자가 나경원인지 이명박-오세훈인지도 모르고 심판론만 들이대는 후보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13일 100분 토론에서만 해도 “박원순 후보 보좌진 똑바로 해라. 정말 속 터져 죽겠다”, “지금 이 순간 내 소원이 있다면 매트릭스처럼 박원순에게 유시민과 진중권의 말빨 어플을 심고 싶은 것.(아이디 flashgoden)”이라는 박 후보의 지지자들로 보이는 이들의 답답함이 터져 나왔다.

    실제로 네티즌의 말처럼 일각에서는 박 후보가 나 후보에 비해 선거 조직 자체에서 밀리고 있다는 분석이 있다. 나 후보는 다수의 선거 경험과 정책을 만드는데 ‘이골’이 난 한나라당 정예 멤버들을 보유하고 있다. 선거 캠프에는 오세훈 전 시장의 측근들도 있고 한나라당 여의도연구소 사람도 있다. 알게 모르게 인근 경기도 김문수 지사의 도움도 있다.

    반면 박 후보 주변에는 정책적 아이디어를 가진 이가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문재인, 김제동, 안철수 등 대중적 인기는 높지만, 정치 혹은 행정 경험을 가진 인재가 절대 부족하다. 그나마 곽노현-김상곤 교육감의 측근들이 지원을 펼치고 있지만, 교육 정책 외에는 별다른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좌파성향 시사평론가 김종배 씨는 최근 한 언론에 기고한 글을 통해 “박원순 후보는 야권 단일후보의 성격을 제대로 부각시키지 못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야권 단일후보로서 MB정권과 오세훈 전 시장의 실정에 대해 책임을 묻고, 그 연장선에서 비전을 제시해야 하는데도 오히려 수세적 대응으로 일관하고 있다. 더불어 놓치고 있다”고 했다.

    그는 “박원순 캠프가 유권자의 시선을 돌릴 참이면 확실하게 해야 한다. MB정권의 실정과 오세훈 전 시장의 실정을 심판해야 하는 이유를 확실하게 드러내고, 심판 이후 나아가야 할 시정방향이 뭔지를 똑똑히 보여줘야 한다”며 정책선거의 중요성을 역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