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격 3관왕 노리는 이대호도 유력
  • 2011 프로야구 포스트시즌에 나갈 4강이 일찌감치 가려진 가운데 정규시즌 MVP (최우수선수) 경쟁에 팬들의 뜨거운 관심이 쏠리고 있다.

    2009년에는 홈런·타점왕에 팀을 우승으로 이끈 김상현(KIA), 지난해엔 사상 최초 타격 7관왕에 오른 이대호(롯데)가 눈에 띄는 경쟁자 없이 MVP를 차지했다. 올해는 다르다.

    윤석민 (KIA) 과 오승환 (삼성) 걸출한 투수 2명이 앞서고 있는 가운데 관록의 거포 이대호 (롯데) 가 뒤쫒는 모양새이다.

    단연 앞서 있는 후보는 KIA의 에이스 윤석민이다.

    윤석민은 20년 만의 투수 4관왕이라는 대기록 달성을 눈앞에 두고 있다.

    윤석민은 현재 17승 (5패 1세이브)으로 다승 선두를 달리고 있을 뿐 아니라, 방어율 탈삼진 승률 부문에서 굳게 1위를 지키고 있다.

    기대했던 20승 달성은 쉽지 않아 보이지만 투수 4관왕 만으로도 MVP 자격이 충분하다.

    투수 4관왕은 ‘국보’로 불렸던 선동렬(당시 해태) 전 삼성 감독만이 1989~91년 세 시즌 연속 달성한 바 있다.

    지금까지 윤석민이 보유한 개인 타이틀은 2008년 방어율(2.33)이 유일했다.

    2005년 야탑고 졸업 후 KIA에 입단한 윤석민은 2008년 14승을 올리며 최고의 오른손 투수라는 평가를 받았지만 류현진(24·한화)과 김광현(23·SK) 등 기라성 같은 왼손 에이스들에 가려 큰 빛을 보진 못했다.

    하지만 올시즌 라이벌인 류현진과 김광현이 부상과 부진에서 허덕이는 사이 윤석민은 팀의 붙박이 선발로 나서면서 각종 타이틀을 거머쥐게 됐다.

    윤석민의 대항마 중 가장 눈에 띄는 선수는 단연 삼성의 ‘끝판 대장’ 오승환이다.

    신인이던 2005년 신인왕과 더불어 한국시리즈 MVP를 차지할 만큼 가공할 위력을 선보이며 팀의 2연패에 주축이 되었던 오승환은 부상과 재활을 거친 올 시즌, 화려했던 과거보다 더욱 강력해진 모습으로 삼성의 불펜을 이끌고 있다.

    지난달 역대 최연소·최소경기 개인 통산 200세이브의 이정표를 세운데 이어 자신이 세운 아시아 한 시즌 최다 세이브 기록 (47개·2006년) 도 카운트다운에 들어갔다.

    하지만 이닝수가 부족하고 그동안 MVP 중 마무리투수는 96년 다승과 구원왕을 석권한 구대성(당시 한화) 밖에 없다는 점이 고민이다.

    지난 시즌 타격 7관왕을 달성한 롯데 이대호 또한 타율, 타점, 최다 안타 부문에서 선두를 달리며 2년 연속 MVP를 노리고 있다.

    삼성 최형우를 밀어내고 홈런왕 타이틀까지 가져온다면 이대호의 수상도 점쳐볼 수 있다.

    이대호가 홈런왕에 오를 경우 타격 4관왕과 함께 국내 프로야구 사상 최초로 2년 연속 타격 주요 부문 3관왕 (타율-홈런-타점) 을 차지하는 선수라는 큰 업적을 세우게 된다.

    그러나 이대호는 지난해 7관왕에 오르며 MVP가 됐다는 점이 오히려 올시즌 성적을 희석시키고 있다는 점이 문제이다.

    현재로서는 4개의 타이틀을 사정권에 두고 있는 윤석민이 MVP경쟁에서 앞서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오승환에게는 정규리그 우승팀 멤버라는 프리미엄이 분명히 존재한다.

    지난 29번의 투표에서 시즌 우승팀은 총 12차례의 MVP를 배출했다.

    MVP 활약은 개인 기록에 기반을 두지만 팀 스포츠에서 "팀을 우승시키는 능력" 역시 간과할 수 없기 때문이다.

    나아가 한국 프로야구는 시즌이 종료됨과 동시에 투표를 하는 미국 메이저리그와는 달리 한국시리즈 우승 팀이 결정 된 이후에 MVP 투표를 한다.

    윤석민과 오승환, 이대호가 나란히 출전하는 가을 잔치에서 활약 여부도 MVP 수상에 변수가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