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 낙선운동 싸고 '좌우'로 갈라서
  • 10.26 서울시장 보선에서 한국사회 시민운동을 이끈 '라이벌'끼리 맞붙는 시나리오가 거론되고 있다.

    이석연 전 법제처장이 한나라당 후보로 급부상해 범야권 후보로 유력히 거론되는 박원순 전 희망제작소 상임이사와 대결할 가능성이 농후해지면서다.

    변호사 출신인 두 사람은 탄탄한 법률적 지식을 바탕으로 1990년대 시민운동을 시작했다. 이 전 처장은 1994년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에, 박 변호사는 1995년 참여연대에서 각각 둥지를 틀었다.

    경실련과 참여연대가 한국 시민단체를 상징하는 '양대 축'으로 꼽히지만 활동 반경 및 방식을 달리해온 것처럼 두 사람도 다른 역사를 지니고 있다.

  • ▲ 10.26 서울시장 보선에 각각 여-야권 후보로 거론되고 있는 (왼쪽부터) 이석연 전 법제처장, 박원순 전 희망제작소 상임이사 ⓒ 연합뉴스
    ▲ 10.26 서울시장 보선에 각각 여-야권 후보로 거론되고 있는 (왼쪽부터) 이석연 전 법제처장, 박원순 전 희망제작소 상임이사 ⓒ 연합뉴스

    경실련 사무총장이었던 이 전 처장과 참여연대 사무처장을 맡은 박 변호사가 '다른 시민운동가'의 길을 걷게된 것은 2000년 16대 총선을 앞두고 참여연대가 주도한 '낙천-낙선 운동'이 시발점이 됐다.

    당시 이 전 처장은 "직접 정치에 참여해 개혁하겠다는 것은 시민운동의 본질에서 벗어나는 것"이라고 비판했고, 박 변호사는 "시민 영향력 증대를 위한 다양한 방법-수단이 강구돼야 한다"고 맞섰다.

    이 과정에서 헌법학자인 이 전 처장은 "법을 지켜야 한다"는 입장으로, 박 변호사는 "악법은 법이 아니다"는 논리로 맞붙기도 했다.

    시민운동이 정상궤도에 오른 노무현 정부 이후 이 전 처장과 박 변호사는 다른 노선으로 갈라섰다. 이 전 처장이 '보수', 박 변호사가 '진보'의 색채를 분명히 했다는 게 대체적 평가다.

    박 변호사는 아름다운가게 상임이사 등을 맡아 활발한 사회공헌 활동 및 진보진영과의 연대에 매진했고, 이 전 처장은 행정수도 이전 위헌소송을 주도한 데 이어 이명박 정부 초대 법제처장을 맡았다.

    지난 2009년 국정원이 불법사찰 논란을 제기한 박 변호사에 대해 명예훼손 혐의로 소송을 제기하자 이 전 처장은 "적절치 않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검정고시 출신인 이 전 처장은 전남대 법학과를 졸업, 행정고시(23회)와 사법고시(27회)에 합격한 '노력파'다. 전북 정읍 태생인 이 전 처장은 지난해 법제처장에서 물어난 이후 현재 법무법인 서울 대표 변호사로 있다.

    반면 'KS'(경기고ㆍ서울대) 출신인 박 변호사는 1975년 서울대 법대 1학년 재학 시절 유신체제에 항거에 할복한 고(故) 김상진 열사의 추모식에 참여했다는 이유로 투옥, 제적됐다. 이후 단국대 사학과로 적을 옮긴 박 변호사는 사법고시(22)에 합격, 대구지검 검사로 1년여 근무하다 옷을 벗고 인권변호사로 활동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