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회, A급 연예인 초청에 목숨건다;암표까지 등장…연예상업화된 대학축제
  • “등록금 구하지 못해 자살 선택하는 학생”

    “하룻밤 축제 열기(熱氣)를 위해 수천만원 들여 연예인 초청하는 학생회”

    DJ DOC, YB밴드, 2NE1, 달샤벳, 허각, 지나, 정엽, 슈프림팀.

    13일 연세대학교 대동제 아카라카 현장에 출연한 가수들의 라인업이다. 언뜻 봐도 요즘 제일 잘나가는 스타들만 모아놓은 화려한 출연진이다.

    학생 수만명이 한자리에 모여 화끈하게(?) 단합한 축제의 한마당이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이들 연예인을 초청하기 위해 사용한 수천만원의 예산이 ‘누구의 주머니에서 나왔는가?’라는 자성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예년과 다름없는 출연진 아닌가 하는 항변도 있다. 그렇지만 올해는 유독 등록금 인상에 대한 학생들의 반발이 높았고, 심지어 자살이라는 극단적 선택을 하는 안타까운 사례가 이어진 터다. 비판의 목소리에 수긍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 ▲ 지난 3월 한 여대생이 등록금 인상에 항의하는 삭발투쟁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 지난 3월 한 여대생이 등록금 인상에 항의하는 삭발투쟁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초청가수 1팀당 최소 1천만원, A급은 4천만원까지

    대학 축제를 주관하는 곳은 총학생회다. 학생 권익을 대변하는 이들이지만, 축제에 어떤 연예인을 섭외하느냐에 사활을 건다.

    소위 A급 연예인을 많이 섭외하는 학생회가 인정을 받는다. 그래서 대학 축제의 계절을 앞두고 이들은 치열한 섭외 전쟁을 벌인다.

    서울지역 한 대학 총학생회 관계자는 “자체 행사를 아무리 알차게 준비해도 해마다 축제 흥행의 성패를 좌우하는 것은 결국 초청 가수의 인지도”라며 “다른 대학보다 지명도가 떨어지는 가수를 부르면 ‘총학이 무능하다’는 비판을 받기 일쑤”라고 했다.

  • ▲ 13일 연세대에서 열린 아카라카 현장에 수만명의 학생들이 모여 초청 가수의 공연을 관람하고 있다. ⓒ 출처 네이버 블로그 http://tensy23.blog.me/60129881745
    ▲ 13일 연세대에서 열린 아카라카 현장에 수만명의 학생들이 모여 초청 가수의 공연을 관람하고 있다. ⓒ 출처 네이버 블로그 http://tensy23.blog.me/60129881745

    문제는 총학생회가 연예인들을 초청하는데 쓰는 비용이다.

    요즘 축제 섭외 1순위로 꼽히는 소녀시대나 빅뱅 등이 2~3곡을 부르기 위해서는 최소 2,500만원 이상이 필요하다. 비교적 선호도가 떨어지는 신인 아이돌도 1천만원은 부르는 것이 요즘 시세다.

    그나마 이 금액은 최소 비용이다. 축제가 몰려 있는 5월경에는 몸값이 천정부지로 뛴다.

    한 연예기획사 관계자는 “연예인 섭외 경쟁이 벌어지는 요즘에는 S급으로 분류되는 몇몇 그룹은 출연료로 4천만원을 받았다는 소식도 들었다”고 귀띔했다.

    이 관계자는 “원더걸스가 데뷔하던 해인 2007년 300만원을 받은 것을 감안하면, 최근 몇년 새 대학들의 과도한 섭외 경쟁이 가수들의 몸값을 천정부지로 올려놨다”고 덧붙였다.

    상아탑 속의 ‘상업 축제’, 암표까지 기승

    연세대 총학생회는 이번 축제에 사용한 예산을 밝히는 것을 끝내 거부했다. 총학생회 관계자는 “여러 방송사와 신문사에서 취재 요청을 해왔지만, 하나도 응하지 않았다. 오해의 소지가 있기 때문”이라며 “그냥 축제의 현장을 봐달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관련 업계에 따르면, 이번과 같은 쟁쟁한 출연진을 구성하기 위해 사용한 비용은 최소 1억원 이상인 것으로 알려졌다.

    학생회비와 대학 지원금으로 충당하는 축제 예산의 절반 이상이 가수들의 몸값으로 들어갔다는 말이다.

    하지만 예산 부족을 걱정할 필요는 없다. 티켓 판매와 기업 후원금으로 대부분 충당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 ▲ 연세대 학생 벼룩시장에 아카라카 티켓을 구매한다는 게시글이 줄을 이어 올라온 모습.
    ▲ 연세대 학생 벼룩시장에 아카라카 티켓을 구매한다는 게시글이 줄을 이어 올라온 모습.

    특히 1인당 100장씩이나 판매된 1만원짜리 티켓은 인터넷에서 2~3배 높은 가격으로 암표로 둔갑했다. 이 티켓들은 연세대 벼룩시장이나 인터넷 중고거래 카페 등을 통해 불티나게 팔려 나갔다.

    연대 05학번이라고 밝힌 학생은 아카라카를 주최한 연세대 응원단 홈페이지에 “티켓 판매와 관련해 장당 2만8000원에 판매하겠다는 전화를 받았다”며 “각 반마다 (티켓이)모자라서 난리인데 어떻게 된 일인지 해명해 달라. 출처를 밝히지 않으며 경찰조사를 의뢰하겠다”는 항의글을 올리기도 했다.

    여기에 축제기간동안 디지털 카메라, 노트북, 문화상품권 등 각종 기업에서 유치한 상품으로 경품증정행사까지 진행한 대학도 있다. 스폰서로 나선 기업은 축제 한편에 부스까지 마련해 홍보에 열을 올리는가 하면, 곳곳에 현수막을 걸어 대학축제인지 상업전시회인지 헷갈릴 정도였다.

    상아탑이라 불리는 대학의 축제가 연예인과 기업홍보의 무대로 전락한 셈이다.

    올해 연대에 입학한 신입생 김나래(가명·응용통계)씨는 “1년 천만원도 넘는 등록금을 구하지 못해 고민인 학생들에게 이번 축제는 그야말로 남의 집 축제였다”며 “지나치게 화려한 것도 문제였고 우리들의 축제를 관람하게 위해 암표까지 사야하는 현실에 적잖이 실망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