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은행 부도덕성 비난 여론에 신속 대응민·형사 책임 추궁…형사처벌 난항 지적도
  • 공분을 사고 있는 영업정지 저축은행들의 사전 인출 사태와 관련, 검찰이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하면서 신속한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에 대한 기대가 커지고 있다.

    검찰의 즉각적인 대응은 저축은행의 부실 사태로 인한 서민들의 피해와 국민적 관심, 정치적 파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조치로 풀이된다.

    특히 예금 사전인출은 저축은행 불법대출 수사과정에서 파생된 비리 의혹 중 하나지만 피해를 당한 서민들의 심리적 박탈감과 국민 정서 등을 감안할 때 본안 수사 못지않은 파급력을 지녔다고 검찰은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관련자들을 처벌할 법적 근거가 마땅찮아 형사처벌이 쉽지 않을 것이란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저축은행의 부도덕성 비난 증폭 = 이번 예금 사전인출 사태는 부실 저축은행들에 대한 사회적 지탄을 거의 폭발지점으로까지 끌어올렸다. 1997년 외환위기 이후 무려 17조원이나 되는 공공자금을 수혈받고도 부도덕하고 방만한 경영으로 대규모 부실사태를 초래한 저축은행들이 '특혜인출'까지 자행했다는 사실은 국민적 공분을 사기에 충분했다.

    영업정지 전날 마감시간 이후에 인출된 예금이 부산저축은행, 대전저축은행, 부산2저축은행, 중앙부산저축은행, 전주저축은행, 보해저축은행, 도민저축은행 등 7개 은행에서 총 3천588건, 무려 1천77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검찰은 파악하고 있다.

    은행측이 일부 고액예금자와 친인척, 지인들에게 미리 예금을 빼낼 수 있게 연락하거나 심지어 임의로 인출해 예금동결을 피하게 했다는 놀라운 사실이 고스란히 드러나고 있다.

    이처럼 예금자들의 반발과 파장이 커지자 이명박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에서 "국민들에게 투명하게 밝혀야 한다"며 "철저히 조사하고 엄격히 대응하라"고 지시했다.

    ◇민·형사 책임 엄중 추궁 = 검찰은 영업정지 직전 예금인출 과정에서 불법행위가 있었는지 경위를 파악한 뒤 관련자들의 색출해 민·형사상 책임을 엄중히 추궁할 방침이라고 26일 밝혔다.

    불법행위가 확인되면 적극적인 형사처벌을 검토하는 한편 합동수사에 참가하고 있는 예금보험공사 등을 통해 민사적 책임까지 묻겠다는 것이다.

    먼저 금융당국에서 저축은행측에 영업정지 사실을 사전에 누설한 경위를 파악해 관련 책임자를 공무상비밀누설죄로 형사처벌하고, 예금 사전인출을 돕거나 임의로 인출한 저축은행 임직원에 대해서도 형사처벌 방안을 다각도로 검토할 방침이다.

    검찰은 금융당국에서 예금인출자 명단과 인출액 등 관련 자료를 넘겨받아 조사한 데 이어 이날 인출액 규모가 큰 부산저축은행그룹 직원 10명과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관계자들을 불러 조사했다.

    ◇"형사처벌 어렵다" 지적도 = 하지만 일각에서는 공무원이 아닌 저축은행 임직원들은 예금 사전인출에 관여한 사실이 확인돼도 의율할 법적 근거가 마땅찮아 형사처벌이 쉽지 않을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예금자의 동의를 구하지 않고 임으로 예금을 인출했다면 금융실명제법 위반이지만 이 같은 경우엔 금융당국에서 과태료를 부과하는 정도의 제재만 가능하기 때문이다.

    경위를 떠나 예금자가 자신의 돈을 찾아가게 한 것을 은행의 손해로 간주하는 데도 무리가 있어 업무상 배임죄를 적용해도 무죄가 날 공산이 크다는 것이다.

    검찰 관계자는 "처벌하기 쉽지 않은 부분도 있다"며 "불법행위 유무를 먼저 살펴보고서 형사처벌 방안을 다각도로 신중하게 검토할 방침"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