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美잠수함 충돌설, 좌초설, 피로파괴설 등의 사실‘천안함의 진실’ 주장 일부단체, 北주장 직후부터 활동
  • 천안함 폭침이 일어난 지 1년이 지났다. 그동안 국방부는 천안함 폭침 이후 미숙한 대응으로 여론의 질타를 받았다. 최근에는 이를 인정하는 ‘반성문’격의 백서도 발간했다. 하지만 지금도 일부 매체와 단체는 북한처럼 ‘천안함 폭침은 자작극’이라고 주장한다. 그들이 말하는 ‘진실’을 '사실'을 근거로 판단하면 어떨까.

    Q. 천안함 폭침 당시 미군과 한국군이 서해에서 합동훈련을 하고 있었는데 미군 소행일 가능성은 정말 없나.

    A. 천안함 폭침 당시 한국군과 미군은 서해상에서 합동훈련을 실시 중이었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한미연합해상훈련 중 태안반도 위까지 간 것은 작년 연평도 포격도발 이후가 처음이다. 천안함 폭침 당시 미군 함정과 잠수함들은 태안반도 서남쪽 해상에 있었다고 한다. 여기서 천안함이 피격당한 장소까지의 거리는 약 150km.

    그런데 이 거리면 천안함을 물속에서 공격(?)하는 게 거의 불가능하다. 대부분의 어뢰는 사정거리가 6~8km 내외다. 미군이 가진 어뢰 중 가장 사정거리가 긴 것이 Mk54 어뢰로 2003년 전력화를 시작했다. 하지만 그 사정거리는 18.8km다. 로켓 추진체를 부착해 발사하는 ASROC 대잠로켓의 경우에는 사정거리가 9.6km다. 만약 어떤 사람들의 주장처럼 다른 미사일로 공격했다면 KNTDS 기록에 남을 게 분명하다.

    한편 어떤 이들은 ‘美잠수함이 훈련 중 어뢰를 잘못 쏘았다’거나 ‘천안함과 충돌사고가 났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이는 천안함 침몰 해역의 평균 수심을 생각 안 한 주장이다. 美해군의 주력인 LA급 잠수함은 그 높이가 20m에 전체 길이는 107m다. 반면 천안함이 침몰한 해역 주변의 평균 수심은 40m 가량이다. 이런 크기의 LA급 공격원잠이 마음 놓고 활동하기 불가능하다. 따라서 천안함이 미군에 의한 사고 또는 공격으로 침몰했을 가능성은 없다.

    Q. 천안함이 침몰한 지역 주변에 암초가 없다는 건 말이 안 된다. 당시 백령도 인근에서 2,000톤 급 선박이 침몰한 적이 있다는 게 밝혀졌는데도 그게 대해서는 별 말이 없었다.

    A. 천안함이 침몰한 백령도 주변 해역에 암초가 아예 없다는 건 아니다. 하지만 천안함이 암초에 걸려 구멍이 나 침몰한 것이라면 영상 등에서 나타나듯 섬광과 함께 선체가 들썩거린 두 두 동강이 나는 건 불가능하다. 또한 생존한 승조원들도 ‘내부폭발이나 암초는 아니다’라고 증언하고 있다. 또한 선박이 암초에 걸려 큰 손상을 입거나 선체가 찢어질 경우에는 억지로 이동하는 게 거의 불가능하다.

  • ▲ 피로파괴 사례로 꼽히는 카이저 조선소의 T-2급 유조선[사진출처·유용원의 군사세계]
    ▲ 피로파괴 사례로 꼽히는 카이저 조선소의 T-2급 유조선[사진출처·유용원의 군사세계]

    Q. 천안함 폭침 자체가 자작극일 가능성을 왜 배제하는가. 피로파괴로 침몰한 뒤 군이 책임을 지지 않으려 늘 그렇듯 북한의 소행으로 뒤집어씌울 가능성도 충분하다고 본다.  

    A. 선박들은 대부분이 그렇듯 관리과정이 상당히 까다롭다. 일반적으로 우리 해군은 전투함을 40년 이상 운용한다. 천안함 건조 당시 날림으로 공사를 했다는 주장도 많지만, 이후 주기적으로 건조도크에 들어가 수리를 받았고, 배가 기지에 들어와 정박할 때마다 이상이 있는가를 확인하게 된다.

    또한 천안함 폭침 직후 일각에서 피로파괴 사례로 들었던 배는 2차 세계대전 당시 2,718척을 건조(파생형까지 포함하면 3,801척을 건조), 말 그대로 ‘찍어냈던’ 美유조선 ‘리버티’급이었다. 리버티급을 만든 카이저 조선소는 리벳 접합방식 대신 단순용접을 통해 엄청난 속도로 선박을 건조했지만 내구성이 무척 약했다. 인터넷에 떠도는 피로파괴 사진은 이 카이저 조선소가 건조한지 1년도 되지 않아 두 동강이 난 T-2급 유조선 사진이다. 이 T-2 유조선은 저급강철을 사용한데다 용접건조공법 때문에 파괴됐다.

    만약 일각의 주장처럼 천안함이 피로파괴로 침몰했다 하더라도 천안함과 같이 급격한 파괴로 승조원들이 탈출하지 못할 정도로 빨리 침몰하지는 않는다는 점도 생각해야 한다.

    Q. 민군합동조사단의 결과를 보면 아무래도 의심스럽다. ‘1번’이라고 적힌 매직 글씨가 불에 타지 않았다는 것도 재미 과학자의 주장도 그렇고 비단가리비와 동해에서만 서식한다는 붉은 멍게가 어뢰 추진체 잔해에서 발견된 것도 그렇다. 지금 정부는 뭔가를 숨기고 있다.

    A. 어뢰 추진체에서 ‘1번’이라고 쓰인 매직글씨는 어뢰폭발에서 불타 없어진다고 주장한 재미 과학자의 실험은 1,000℃가 넘는 온도에서 12분 간 가열한 상황이다. 반면 어뢰가 폭발하는 시간은 0.001초 내외에서 20만 기압 이상의 압력을 만들어 낸다. 이 정도로 순식간에 고열과 고압이 나타날 경우 결정체 등은 생성되는 반면 글씨는 크게 훼손되지 않는다. 즉 재미 과학자의 실험은 조건 자체가 어뢰 폭발과는 전혀 다르다.

    한편 어뢰와 천안함 잔해 주변에서 발견된 비단가리비는 우리나라 인근 대부분에서 서식하는 것으로 이미 밝혀졌고, 붉은 멍게라는 것 또한 확실한 것이 아니라 ‘사진’을 본 양식업자의 의견을 ‘진실’이라고 주장하는 것에 불과하다.   

  • ▲ 2010년 6월 2일 <서울신문>기사 캡쳐화면
    ▲ 2010년 6월 2일 <서울신문>기사 캡쳐화면

    사실 이 같은 다양한 주장들의 기본 전제는 ‘정부가 국민들에게 사실과 진실을 숨기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전제는 민주주의 사회라면 한 번쯤 가질 수 있는 의심이다. 하지만 ‘천안함의 진실’ 운운하며 극단적인 음모론이 조직적으로 퍼진 것은 2010년 5월부터다.

    참고로 천안함 폭침으로 소란스럽던 당시 북한은 남한 주민들의 주민번호를 도용해 포털과 커뮤니티 사이트에서 조직적으로 ‘천안함 침몰은 남한의 자작극’이라는 여론을 형성시키려 시도했다. 이 사실은 2010년 6월 1일자 주요 언론을 통해 보도됐다.

    하지만 지난 좌파 정권에서 종북적 태도를 보였던 언론들은 이 같은 사실을 애써 외면한 채 ‘천안함 음모론’을 내세우며 자신들만 진실을 알고 있는 것처럼 주장하고 있다. 그리고 그들이 내리는 결론이 대부분 김정일 정권의 주장과 일치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독자들은 무엇이 사실이고 진실인지를 판단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