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안하는 국회, 해도 너무해
  • 지난달 24일부터 2일까지 열린 국회 대정부질문에 모두 출석한 여야의원이 고작 3명에 그치는 등 국회의원들의 출석상태가 불량한 것으로 조사됐다.

    국회사무처가 공개한 2월 국회 대정부질문 의원 출석현황에 따르면 4차례 회의에서 출석 점검 때마다 자리를 지킨 의원은 한나라당 김소남, 정해걸 의원과 민주당 김춘진 의원 3명뿐이었다.  

    더욱이 동아일보가 18대 국회 대정부질문 마지막날 산회(散會) 때 남은 국회의원 수를 분석한 결과, 본회의장을 지킨 의원들은 갈수록 줄어들고 있었다.

    18대 국회 들어 총 9차례의 대정부질문 마지막 날 출석률을 비교해보면 지난 2008년에는 76명이었던 참석자가 매년 서서히 줄어 지난달에는 절반 수준인 36명으로 집계됐다. 18대 국회를 통틀어 본회의 산회 때 남은 의원으로는 가장 적은 숫자다.

  • ▲ 28일 오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경제분야 대정부 질의에서 대부분의 의원들이 자리를 비워 의원석이 비어 있다. ⓒ연합뉴스
    ▲ 28일 오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경제분야 대정부 질의에서 대부분의 의원들이 자리를 비워 의원석이 비어 있다. ⓒ연합뉴스

    이처럼 출석률이 저조해지자 3일 여야 원내대표들은 나란히 출석률을 문제 삼았다. 한나라당 김무성 원내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대정부질문은 국회가 정부를 견제하기 위해 꼭 필요한 제도”라며 “의원들 스스로가 국회의 권위를 실추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민주당 박지원 원내대표도 이날 고위정책회의에서 “대정부질문 때 자리를 많이 비워 언론의 비판을 받고 있다”며 “다시 한 번 출석률에 대해 적극 반성하고, 좋은 상임위 활동으로 국민의 평가를 받아 달라”고 당부했다.

    국회 출석률 계산법 자체에도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처음 회의를 열 때(개의), 오후에 다시 시작할 때(속개), 그리고 마칠 때(산회)와 공식 집계 때 재석이 확인되면 출석을 인정받는 방식이다.

    잠시 얼굴을 비쳤다가 나간 뒤 한참 시간이 지나 체크 시점에 맞춰 다시 자리에 돌아오는 등 아무리 들락거린다 해도 출석률 100%를 완성할 수 있다. 본회의장을 때때로 지켜봤을 때 총 171명 중 고작 10명 남짓한 의원들이 자리를 지키고 있는 실태도 이러한 연유에서다.

    이번 임시국회는 여야가 지난해 12월 한나라당의 예산안 강행처리 이후 오랜 신경전 끝에 문을 열게 됐다. 특히 여야는 민생에 초점을 맞춰 국회를 열기로 합의했다.

    대정부질문은 정부 각료들을 상대로 주요 정책에 대해 시시비비를 따지고 대책을 묻는 중요한 자리다. 그런데 이러한 대정부질문조차 등한시하는 국회의원들이 어떻게 정부를 견제하고 민생을 챙길 수 있느냐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