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 헌돈…전형적 자금세탁 방식경찰, 지문 감식·CCTV영상으로 추적
  • 폭발물로 오인된 현금 10억원 상자에는 과연 무슨 비밀이 숨어 있을까.

    경찰은 발견된 현금 10억원이 모두 헌 지폐인 점에 미뤄 기업이나 개인 또는 정치권의 비자금이거나 범죄와 관련된 ‘검은돈’일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돈의 정체와 주인을 찾는데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

    경찰의 이같은 판단은 상자에 있던 지폐가 모두 상당기간 유통된 헌 돈이었다는 점 때문이다.

    역대 비리사건에 단골로 등장한 돈 상자 안에는 항상 헌 돈이 담겨 있었다는 것. 은행에서 찾은 새 돈을 넣으면 받는 사람이 경계심을 가질 수 있고 지폐의 일련번호가 이어지기라도 하면 용처와 돈 쓴 사람의 정체가 드러날 수 있다.

    범죄조직 등에서 헌 돈을 사용하거나, 1만원권은 아예 구권(舊券)을 이용하는 것도 같은 이유라고 경찰은 설명했다.

    발견 당시 한 상자에는 1만원권 100장을 고무줄로 묶고 다시 이를 10개씩 묶은 1천만원짜리 돈다발 20개(2억원)가 들어 있었고, 다른 상자에는 5만원권 100장 묶음을 5개씩 묶은 2천500만원짜리 돈다발 32개(8억원)가 들어 있었다.

    경찰은 현금을 장기간 보관할 필요가 있었다면 굳이 딱 떨어지게 금액을 맞춰 상자 2개에 나눠 담을 이유가 없었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경찰은 여의도의 한 물품보관업체에 돈을 맡긴 사람을 찾기 위해 다각도로 수사를 펴고 있으나 의뢰인이 남긴 주민등록번호는 존재하지 않는 번호로 확인됐다.

    업체 측이 작성한 고객카드에는 `30대 초반, 키 174㎝'라는 의뢰인의 신체특성과 휴대전화번호 1개가 적혀 있었으며 의뢰인이 작성한 물품보관증에도 서로 다른 전화번호 2개가 기재돼 있었다.

    경찰은 통신사를 상대로 휴대전화 3대의 개통자 인적사항을 파악했으나 3명 모두 50~60대였으며 한 명은 이미 사망한 것으로 드러났다.

    나머지 두 명 중 한 명은 노숙인이었으며 다른 한 명 역시 돈 상자와는 관계없는 인물로 파악됐다. 휴대전화 3대가 모두 명의자와 사용자가 다른 대포폰이었다.

    돈이 담긴 상자에서는 지문 4점이 나왔으나 2점은 물품보관업체 직원의 것이었고 나머지 2점의 주인은 확인되지 않고 있다.

    경찰은 미확인 지문 2개에 대해 경찰청 과학수사센터에 감식을 의뢰하는 한편 물품보관업체 주변 CCTV 15대에서 영상을 확보해 의뢰인 신원파악에 나섰다.

    ‘수상한 돈’의 주인이 경찰의 수사망에 걸릴 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