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DT/SEAL 사격훈련과 일반 병사의 측정사격, 크게 달라‘아덴만의 여명작전’은 대테러작전 중 가장 위험한 인질구출언론사 '제목뽑기'에 낚이는 자들이 '자칭 오피니언 리더'로 활동
  • 해적들을 수사해 온 해경이 ‘석 선장 몸에서 나온 탄환 중 1발이 육안으로 봤을 때 우리 해군의 권총탄 또는 MP-5 탄환으로 보인다’고 발표하면서 일부 사람들이 또 다시 음모론을 부각시키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우려된다.

    해경의 중간수사결과 발표 후 일각에서는 ‘혹시 군 당국이 석 선장 몸에서 나온 탄환을 바꿔치기 하려던 게 아니냐’ ‘군 생활 당시에 보면 탄피 하나만 사라져도 아는데 군이 어떻게 석 선장을 쏜 걸 모르느냐, 은폐하려던 게 아니냐’는 주장도 한다.

    하지만 이 같은 주장들은 해군 UDT/SEAL 작전팀과 ‘아덴만의 여명 작전’에 대한 오해들 때문에 나오는 것이다. 해군 UDT/SEAL 작전팀의 훈련 내용부터 이번 작전 상황까지 복기하면서 오해를 풀어보자.

    가장 많은 탄환 소모하는 부대 UDT/SEAL

    대한민국 예비역들이라면 군생활 중 사격훈련을 기억할 것이다. 보통 20발 사격을 하는데 각 사로(射路)에서 100m, 200m, 250m 표적을 맞추는 것이다. 전진 무의탁 자세를 하다 엎드려 쏴 자세를 취하거나 참호 속에서 사격을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사격이 끝나면 자신이 쏜 탄환의 탄피를 센 후 반납한다. 한 발의 탄피라도 없어지면 난리가 난다.

    UDT/SEAL은 우리 군에서 교육용 탄환을 가장 많이 소모하는 부대로 유명하다. 기본 교육으로만 월 10회, 1인당 연 3,000발 이상의 탄환을 쏜다. 참고로 육군 연대급 부대의 연간 교육용 탄환 숫자는 ○만 발 가량이다. 사격훈련 방식도 다르다. 일부 방송과 다큐멘터리를 통해서도 소개된 바 있지만 지향사격, 서서쏴, 이동사격(달려가면서 사격) 등 다양한 유형의 상황을 설정한 뒤 연발 또는 점사로 사격훈련을 한다.

  • ▲ 해군 UDT/SEAL 대원들이 이동간 사격훈련을 하고 있다.ⓒ
    ▲ 해군 UDT/SEAL 대원들이 이동간 사격훈련을 하고 있다.ⓒ

    이들 중에서도 대테러팀의 경우에는 ‘데드하우스(폐타이어 등으로 벽면을 만들어 놓은 가상 실내 시설)’에서의 훈련은 물론 건물 진입 시 자주 사용하는 산탄총 사격, 근접거리에서 적을 제압하는 권총사격, 먼 거리에서 화력을 지원하는 저격총(7.62mm~12.7mm 구경) 훈련을 실시한다. 이때 육군과 크게 다른 점은 탄피수에는 연연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따라서 현역 시절 자신들의 군 생활도 똑같이 생각하면 안 된다는 것이다.

    대테러 작전의 백미 ‘인질구출작전’의 약점

    그 다음은 ‘아덴만의 여명작전’에 대한 점이다. 이번 작전은 대테러 작전의 백미로 꼽히는 ‘인질구출작전’이다. 인질구출 훈련은 건물, 차량, 열차, 선박, 항공기 등을 ‘시설’로 가정해 벌어지는데 모든 ‘시설’에서의 작전이 위험하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위험한 곳으로 선박이 꼽힌다. 그 이유는 수십 수백 개의 격실로 이뤄져 있어 테러범의 매복이 가능한데다 선박에 따라 선체 두께가 달라 자칫 인질들이 ‘유탄(流彈)’ 피해를 입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 ▲ 왼쪽이 MP5에 쓰이는 9mm 탄, 오른쪽이 AK-47에 쓰이는 7.62mm 탄이다.
    ▲ 왼쪽이 MP5에 쓰이는 9mm 탄, 오른쪽이 AK-47에 쓰이는 7.62mm 탄이다.

    여기다 선박은 바다 한 가운데서 이동 중인 경우가 많고, 테러범이 인질을 잡은 채 사방을 경계하고 있으면 진입 자체가 불가능한 것도 문제다. 따라서 이번 ‘아덴만의 여명작전’과 같이 링스 헬기와 최영함이 서치라이트와 사격으로 테러범의 시선을 딴 곳으로 돌린 사이에 몰래 침투해 들어갈 수밖에 없다.  

    이렇게 침투해도 문제가 있다. 현재 세계 특수부대가 사용하는 장비로는 격실에 숨은 테러범들의 위치를 모두 파악하기 어렵다. 때문에 선실을 일일이 확인하고 제압해야 한다(비행기나 차량 납치의 경우 테러범의 위치를 비교적 쉽게 파악할 수 있다). 따라서 시간도 많이 걸린다. 실패 가능성도 크다.

    해상 대테러 구출작전의 성공사례로 1985년 이탈리아의 여객선 ‘아킬레 라우로호’ 사건만 거론되는 이유도 이런 문제들 때문이다. 당시 팔레스타인해방전선(PLF)  테러범 4명이 이집트 알렉산드리아항에 정박 중이던 ‘아킬레 라우로호’를 납치했다. 테러범들은 인질 중 유대계 미국인 ‘클링 호퍼’를 살해했다. 이에 美해군 SEAL 6팀(現Devgru)이 투입돼 테러범들을 제압하고 인질들을 구출했다.  

    한편 해군 UDT/SEAL의 이번 작전은 망망대해에서 격실로 숨어든 해적들까지 모두 제압한 것이었다. 지금까지 이런 작전이 성공한 사례가 없었기에 세계 각국이 갈채를 보낸 것이다.

    ‘해군 탄환으로 보인다’와 ‘해군 탄환이다’를 무시하는 '자칭 오피니언 리더'들

    하지만 무엇보다 7일 오전 11시 특별수사본부의 중간수사결과 브리핑을 보도하는 데도 ‘약간’의 가감이 있고 이를 퍼 나르는 일부 사람들의 ‘논리적인 비약’이 가장 큰 문제다.

    해경은 브리핑을 통해 “석 선장의 몸속에서 꺼낸 탄환의 숫자는 모두 4발이며, 이 중 1발은 오만 현지에서 이송 중 잃어버렸다. 나머지 3발 중 1발은 AK소총 탄환, 1발은 선박에서 찢겨 나온 선체 일부로 ‘보이며’, 다른 1발은 ‘육안으로 볼 때’ 해군의 권총탄이나 MP-5 탄환 또는 MP-5 소음탄으로 보인다”며 “정확한 것은 현재 국과수가 정밀분석 중이나 결과가 나와 봐야 안다”고 했다.

    하지만 포털과 몇몇 언론사 사이트는 ‘석 선장 몸속 탄환 1발은 해군 것’이라고 제목을 뽑았다. 이에 논란이 커지자 합참은 오후 1시 경 해명자료를 통해 “당시 해군 UDT/SEAL 작전팀은 선교로 진입한 뒤 근거리에서 해적들을 조준사격으로 제압했다”며 우리 해군의 오인사격 가능성을 부정했다. 다만 “유탄 가능성에 대해서는 확인할 필요가 있다. 국과수가 현재 정밀감식 중이니 결과를 보고 확인해야 한다”고 여지를 남겼다.

  • ▲ 포털사이트 야후 코리아에서 실시한 온라인 투표 현황(7일 오후 7시 10분 경).
    ▲ 포털사이트 야후 코리아에서 실시한 온라인 투표 현황(7일 오후 7시 10분 경).

    이 같은 군의 해명과 당시 작전의 특수성을 이해하는 ‘다수의 국민’은 언론 보도를 모두 읽어본 뒤 ‘이번 작전이 워낙에 위험했기에 유탄 가능성도 있으며, 설령 오발탄이라 하더라도 위급한 상황이었다. 일단 국과수의 감식결과를 지켜보자’는 분위기다. 실제 포털 사이트 야후 코리아가 긴급 실시한 온라인 투표에서도 투표자 1만4602명 중 1만1376명(77.9%, 7일 오후 7시 10분 기준)이 ‘긴급 상황 중 생긴 우발적 사고’라는 의견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그동안 현 정부가 미워 해군 UDT/SEAL의 작전마저 ‘삐딱하게 보던’ 일부 사람들은 포털 메인화면과 언론사 기사 제목을 내세우며, ‘봐라, 우리 군의 작전실패라는 주장이 뭐가 음모론이냐’며 ‘아덴만의 여명작전’ 자체를 비하하고 있다. 이들의 숫자가 소수이기는 하나 인터넷과 SNS, 사회 곳곳에서 마치 ‘오피니언 리더’인양 활동하고 있기 때문에 자칫 여론이 왜곡될까 우려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