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수출 이후 우리나라와 긴밀한 협력관계호송요원 10명, 왕실 전용기 아무 대가 없이 지원
  • 30일 새벽 4시 18분 삼호주얼리호를 납치했던 소말리아 해적들이 김해공항에 도착했다. 이들을 태우고 온 비행기는 아랍에미리트연합(UAE) 왕실 전용기. 아랍에미리트연합이 우리나라 정부를 도와준 것이 화제가 되고 있다.

    당초 정부의 긴급대책반은 우리 군의 C-130 수송기를 현지로 급파해 해적 5명을 국내로 이송하려 했다. 하지만 민간 항공기가 아닌 군 수송기의 영공 통과는 해당 국가의 허락을 받아야 한다. 이에 오만과 인근 국가에 협조를 요청했으나 이들은 난색을 표했다. 여기다 중간마다 급유를 위해 들릴 국가의 허락도 받아야 했다. 많은 시일이 걸릴 게 뻔했다. 이대로라면 삼호주얼리호의 입항도 계속 늦어질 분위기였다.

    이때 우리를 도와준 것은 UAE. UAE는 우리 정부가 해적 호송 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지원을 요청하자 흔쾌히 왕실 전용기는 물론 호송요원 10명을 아무런 대가 없이 지원해줬다. 이로써 해적 처리와 삼호주얼리호 입항 문제는 '고비'를 넘길 수 있게 됐다.

    UAE 정부가 해적 호송을 위해 왕실 전용기까지 내준 것에 다른 나라들은 물론 우리 정부 관계자들조차 놀란 눈치다. 하지만 이는 2009년 12월 400억 달러 규모의 원전 공사를 발주한 이후 우리나라와의 우호 관계를 맺을 때부터 예상할 수 있는 일이었다.

    UAE는 한국 원자력 발전 산업의 최대 고객이자 현재 130여 명의 특전사 훈련단(아크 부대)이 주둔 중인, 걸프만 연안의 최고 동맹국이다. GCC(걸프만협력회의) 6개 국 중 카타르와 함께 우리나라에 우호적인, 전통적인 아랍국가다. 특히 군 부총사령관인 ‘모하메드 빈 자이드 알 나헤얀’ UAE 왕세자는 우리 특전사의 ‘팬’이면서 한국과 ‘전략적 협력관계’를 맺도록 지원한 장본인이다.

    2009년 원전 발주 당시 프랑스와 계약체결을 논의 중이던 모하메드 왕세자는 이명박 대통령과 한국 정부 관계자들의 진심어린 노력과 한국전력 관계자들의 발 빠른 행동에 감동, 프랑스 대신 한국을 선택했다. 특히 이 대통령이 UAE 방문 중 前국왕의 묘소를 참배하며 그에 대해 존경과 애도를 표하자 모하메드 왕세자는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이후 국방부의 초청으로 방한한 모하메드 왕세자는 특전사 요원들의 실전을 방불케 하는 훈련을 참관한 뒤 특전사에게 자국 특수부대 훈련을 요청했다. 국방부는 이를 흔쾌히 수락, 2011년 1월 특전사 훈련단(아크 부대)이 알 아인에 파견됐다. 우리 정부는 이 외에도 UAE군을 위한 다양한 군사분야 협력을 약속했다.

    특전사 훈련단의 교육 내용에는 대테러, 특수작전 등이 모두 망라돼 있어 모하메드 왕세자 등 UAE 군 관계자들은 핵심 교리는 공개하지 않는 다른 강대국들과는 다른 우리 정부와 군의 태도에 믿음을 갖게 되었다고 한다. UAE 언론들도 ‘한국의 UAE 파병은 한국군에도 전환점’이라며 비중 있게 보도했다.

    이런 과정을 통해 UAE는 걸프만 연안 국가 중 처음으로 우리나라와 ‘전략적 동반관계’인 동맹국이 됐다. 현지 활동 경험이 있는 보안 전문가들은 “아랍 국가의 왕실과는 신뢰 구축에 많은 시일이 걸리지만, 일단 신뢰를 얻게 되면 ‘친구’를 위해 모든 일을 도와주는 경향이 있어 향후 우리나라가 걸프만 연안 지역에서 활동할 때 UAE의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