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포 거부’ 軍에 꽃다발 쇄도 “‘재스민혁명’성공에 군 정치적 중립 큰 역할”
  • 반정부 시위대를 향해 무차별 발포를 했던 경찰과 달리, 지네 엘 아비디네 벤 알리 전 대통령의 발포 명령을 거부하고 시위대의 편에선 튀니지군이 국민의 사랑을 받고 있다.

    시민혁명으로 벤 알리 전 대통령이 축출된 튀니지의 수도 튀니스에서는 20일 치안 유지를 위해 도심에 진주한 군인들을 시민들은 애정을 담은 시선으로 바라고 있으며, 일부 차량은 도로변에 우뚝 선 탱크 앞을 지나면서 경쾌한 리듬의 경적을 울려주고 있다.

    심지어, 튀니스 중심가인 부르기바 도로에 서 있는 탱크 위에는 시민들이 선사한 꽃다발이 수북하게 쌓여 있고, 탱크를 배경으로 기념사진을 찍는 시민들의 모습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튀니지 시민들이 중무장한 군인들에게 이처럼 호의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는 것은 시민혁명이 정점으로 치닫던 지난 14일 내무부 청사 앞에 집결한 5천여 군중에 총을 쏘아 시위대를 해산하라는 벤 알리의 명령을 군부대가 거부한 사실이 알려졌기 때문이다.

    튀니지군 참모총장인 라치드 암마르 장군은 당시 벤 알리 대통령에게 `당신은 끝났다'며 국외로 출국할 것을 권고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 1990년대에 프랑스군 참모총장을 지낸 자케 랑사드 전 튀니지 대사는 프랑스 일간지 `르 파리지앵'과의 인터뷰에서 "군중에 총을 쏜 경찰과 달리, 군은 발포 명령을 거부했다"며 "군이 벤 알리 전 대통령을 버렸다"고 밝혔다.

    지난달 중순부터 시작된 튀니지 시민의 반정부 시위 과정에서 경찰의 발포로 시민 78명이 숨졌다고 과도정부는 밝히고 있으며, 유엔에서는 희생자가 100명이 넘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이번 사태와 관련한 군부대에 대한 평가는 튀니지 야당에서도 긍정적으로 나오고 있다.

    튀니지의 전 공산당 지도자인 모하메드 라크다르 알라라 씨는 "군이 시민혁명에 우호적인 역할을 했다"면서 "군이 정치적 중립을 유지하지 않았다면 이 나라는 혼란의 늪에 빠져들었을 것"이라고 AFP 통신에 말했다.

    하지만, 시민혁명 후의 정치적 혼란이 장기화하면 군이 정치에 직접 개입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것으로 현지 언론은 우려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