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업률·부정부패에 이골난 국민들 극렬 시위
  • ▲ CNN 방송 캡처
    ▲ CNN 방송 캡처

    북아프리카에 위치한 튀니지의 대통령이 자국민들의 시위에 못이겨 해외로 도피하는 황당한 사건이 발생했다.

    CNN, AFP통신 등 주요 외신 보도에 따르면 튀니지의 지네 엘 아비디네 벤 알리(Zine el-Abidine Ben Ali·74) 대통령은 현지시간으로 14일 오후 튀니지를 몰래 빠져나와 프랑스에 도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아랍권 방송인 알자지라 TV는 "벤 알리 대통령이 아랍 지역으로 가고 있다"며 프랑스가 아닌 제 3국으로 향하고 있음을 시사했다.

    이와 관련 모하메드 간누치(Mohamed Ghannouchi) 튀니지 총리는 이날 국영방송(TAP)을 통해 "벤 알리 대통령이 튀니지를 떠났다"고 밝히며 "(자신이)조기총선 전까지 임시 대통령을 맡게 됐다"고 말했다.

    실제로 벤 알리 대통령은 자신의 퇴진을 요구하는 반정부 시위가 연일 기승을 부리자 출국 전인 14일 오전,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한 뒤 내각을 해산하고 6개월 내 조기총선을 실시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 ▲ 14일 해외로 도피한 벤 알리 튀니지 대통령  ⓒ 연합뉴스
    ▲ 14일 해외로 도피한 벤 알리 튀니지 대통령 ⓒ 연합뉴스

    벤 알리 대통령은 1987년 11월 쿠데타를 일으켜 독재자 하비브 부르기바(Habib Bourguiba) 대통령을 밀어내고 직접 제 2대 대통령 자리에 올랐다. 이어 2년 뒤 실시한 대통령 선거에 단독 출마, 또 다시 대통령 자리를 꿰찬 그는 1994년부터 2004년까지 세 차례 실시된 대통령 선거에서 모두 당선되면서 십수년간 튀니지에서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둘러왔다.

    그러나 23년 간 철권통치가 이뤄지면서 부정부패가 끊이지 않았고, 높은 실업률과 물가폭등이 국민들의 불만을 가중시키면서 급기야 지난해 말부터 대통령과 정부 내각의 퇴진을 요구하는 강경시위가 전국 도처에서 들끓기 시작했다.

    특히 지난해 말 일자리를 찾지 못해 무허가로 과일 장사를 하다 경찰 단속에 적발, 스스로 목숨을 끊은 한 청년실업자의 사연이 알려지면서 정권 퇴진운동은 점차 폭력시위로 변질, 대규모 소요사태로 발전했다. 외신 보도에 의하면 최근 경찰의 강경 진압으로 시위를 벌이던 66명의 시민들이 목숨을 잃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외교통상부는 15일 국가비상사태가 선포, 공항이 폐쇄되고 12시간 통금령이 내려진 튀지니를 여행자제 지역으로 지정하는 '여행경보'를 발령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