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한일 국방장관, 회담서 군사협력 논의"의 원인과 의미美 합참의장 “日, 한반도 위해 제 역할 해야” 발언 가시화
  • 12월 8일 마이클 멀린 美합참의장은 한미 합참의장 회담 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일본도 이제 한반도 안보를 위해 자기 능력에 맞는 역할을 해야 한다”는 의미심장한 발언을 했다. 이 발언에 아연실색한 건 한국과 일본이 아니라, 북한과 중국이었다.

    北·中, 왜 韓日 군사협력에 당황할까

    북한과 중국에게 韓日간의 긴밀한 군사협력은 ‘악몽’ 그 자체다. 북한은 한국군의 공군력과 해군력이 아직 한반도를 벗어나지 못하는 수준인 것과 군수지원에 있어 미군의 도움이 필요하다는 것을 그나마 위안으로 삼고 있다. 중국도 한국군과 비교해 병력과 장비 수가 많고 핵무기가 있다고 하나 한미 연합군에 대등하게 맞서기는 아직도 역부족이다. 특히 동북지역 군구(軍區)의 항공기나 전차, 특수부대 병력 등은 아직도 한미 연합군에 비해 열세다.

    이런 가운데 육상 병력보다 해상과 공중 전력이 막강하다고 평가받는 일본이 한국과 손을 잡고 한반도 방어에 참여하게 되면, 중국과 북한의 대외전략은 대폭 수정이 불가피하다.

    일본의 해상자위대는 4개 호위대군과 7개 지방대에 ‘공고’급과 ‘아타고’급 등 이지스 구축함 9척, 대형 구축함 30여 척, 실제로는 헬기 모함인 ‘오오스미’급 2척 등의 대형 전투함을 보유하고 있다. 잠수함을 잡는 P-3C 대잠초계기는 110여 대를 운용하고 있으며, 구축함 등에 탑재하는 SH-60 대잠 헬기 90여 대, 대형 대잠헬기인 EH-101 멀린 20여 대를 보유하고 있다. 재래식 잠수함도 16척 보유하고 있는데 최근 중국의 위협에 맞서 22척까지 늘릴 계획이라고 한다. 또한 해상자위대의 기뢰제거능력은 세계 최고 수준으로 평가받는다. 

  • ▲ 일본 해상자위대의 모습. '펀치력'은 부족하지만 '방어력' 하나는 세계 일류급이다.ⓒ
    ▲ 일본 해상자위대의 모습. '펀치력'은 부족하지만 '방어력' 하나는 세계 일류급이다.ⓒ

    항공자위대는 F-15J 200여 대, F-2 지원전투기 98대, F-4EJ 140대, E-2C 조기경보통제기 13대, E-767 조기경보통제기 4대를 보유하고 있다. 이 중 주력인 F-15J는 현재 美공군이 운용 중인 F-15C 수준으로 한국 공군의 F-15K처럼 다목적 전폭기는 아니지만, 공중에서는 대적할 기종이 드문 편이다. F-4EJ 또한 한국군의 F-4와는 달리 대규모의 업그레이드를 통해 현대전에서도 사용 가능하다고 알려져 있다. F-2는 일본이 미국과 함께 생산한 공격기로 F-16과 비슷해 보이지만 성능은 더 우수하다. 특히 대함공격에 특화돼 있다.

    이 같은 무력을 보유한 일본군은 그러나 자국 헌법과 ‘방어’ 위주의 전술전략, 그리고 미국에 대한 의존 때문에 능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했다. 하지만 이들이 만약 한반도 방어에 참여해 동해와 남해를 한국군과 공동방어하게 되면, 북한과 중국은 전면전은커녕 평시에 무력시위조차 하기 어렵게 된다.

    특히 일본 자위대의 전력은 애초부터 잠수함과 전투기, 폭격기 침투에 대비하는 전력 위주로 건설되었기 때문에 북한은 공해를 통한 잠수정 침투나 기뢰부설, 공기부양정을 이용한 기습도발을 하기 어렵게 된다. 여기다 일본의 이지스 구축함이 한반도 주변의 탄도탄 추적과 방어를 한국 해군과 함께 하게 되면 북한군의 장거리 탄도탄 위협도 크게 줄어든다. 즉 북한 비대칭 전력의 다수가 무용지물이 된다는 것이다. 

    ‘남조선 니네 정도야….’ 한국 우습게 봤던 北·中의 오판

    하지만 한반도 주변에서 일본 자위대와 한국군이 이런 식으로 협력해 북한과 중국에 대적할 것이라고 생각한 사람은 극소수였다. 한일 간의 정서 문제도 그렇고, 미국이 중간에 끼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연평도 기습도발이 이런 ‘금기’를 깨뜨려버렸다.

    북한의 연평도 기습도발 당시 한반도만 시끄러운 게 아니었다. 미국 백악관은 긴급회의를 소집해 한국과 함께 북한에 대응할 방안을 논의했다. 일본도 긴급내각회의를 열어 한반도에서의 전쟁 가능성을 살피며 발 빠르게 움직였다. 미국은 곧 항모전단을 한반도로 급파하기로 했고, 일본 정부와 여당은 미국과 뜻을 함께 하기로 결정한 뒤 실행에 들어갔다.

    한편 북한의 도발 직후 중국 공산당 정부가 나서 ‘6자 회담론’으로 자신들이 주도권을 쥐어보려 했지만 반응은 신통치 않았다. 오히려 자신들의 예상과는 달리 미국과 일본이 한국의 뜻을 따르겠다는 입장을 표명한 것이다.

    북한과 중국은 한미일의 움직임을 보면서도 ‘설마 저들이 함께 뭉칠까’라는 태도를 보였다. 특히 중국은 공산당 기관지와 고위급 외교 관리까지 동원해 악담을 퍼부으며 한국 정부에 ‘미국, 일본에 너무 기대지 말라’고 협박했다. 한국 정부도 이 같은 중국의 협박에 잠시 주춤한 듯 했다.

    하지만 삼국동맹으로의 움직임은 곧 가시화됐다. 지난 12월 8일 한미 합참의장 회의를 마친 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마이클 멀린 美합참의장은 “한반도와 지역의 안정과 평화를 위해 이제 일본 자위대도 자신의 능력에 맞는 역할을 해야 한다”는, 이례적인 발언을 했다.

    당시 멀린 합참의장은 ‘향후 한반도 평화에서의 일본 역할을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이번 주 월요일(2010년 12월 6일) 한미일 외교장관 회담이 개최됐고 한미일 합참의장들도 논의한 바 있다. 양국 간 훈련 시 다른 국가가 옵저버로 참가한다는 것은 3국이 공동협력하는 방향으로 이동하는 단계로 본다”며 “앞으로 양국간, 삼국간에 더 많은 교류가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오늘 오후에는 도쿄로 떠난다”고 답했다.

  • ▲ 2010년 12월 8일 한미합참의장 협의회의 직후 기자회견 당시 한미 합참의장. 이 기자회견에서 마이클 멀린美합참의장은
    ▲ 2010년 12월 8일 한미합참의장 협의회의 직후 기자회견 당시 한미 합참의장. 이 기자회견에서 마이클 멀린美합참의장은 "일본도 이제는 한반도 방어에서 제 역할을 해야 할 시기"라고 말해 좌중을 놀라게 했다.ⓒ

    멀린 합참의장의 이 발언을 놓고 언론들은 ‘연평도 도발 이후 북한과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제스처’ 정도로 이해했다. 한일 양국이 국민정서를 넘어 군사협력을 할 가능성이 높지 않고, 중국이 한국에 압력을 넣으면 버티기 어렵다는 판단이 지배적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미 두 곳에서 전선을 형성하고 있어 여력이 없는 미국 입장에서는 동아시아 지역의 질서유지를 ‘믿을만한 동맹국’들에게 한시적으로 맡기는 게 ‘대안’이라는 판단으로 이런 발언을 발표한 것으로 보인다.

    달라진 韓日에 당황하는 親中從北 세력

    한편 중국이나 북한은 계속 ‘설마 한국 네까짓 게 미국, 일본에 붙어 우리에게 대적할 수 있겠느냐’는 태도를 드러냈다. 중국은 고위관리부터 공산당 기관지 등을 통해 한국을 조롱했고, 북한은 기관 성명으로 한국을 협박했다. 실제 한국 정부도 일본과 안보협력을 실시하는 것에 대해 ‘실현 가능성이 없다’는 식의 태도를 보이는 듯 했다. 

    하지만 시중의 판단은 4일 日<요미우리 신문> 보도와 한국군의 태도로 뒤집혔다. <요미우리 신문>은 “한일 양국은 이명박 대통령의 올 상반기 방일(訪日)에 맞춰 공동선언에 서명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며 평시 군사협력과 공동테러대응 등을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요미우리 신문>은 “기타자와 도시미 방위성 장관은 이달 10일 한국을 방문해 ‘물품서비스 상호제공협정(ACSA)’ 및 ‘군사정보포괄보호협정(GSOMIA)’에 관해 협의할 예정”이라며 “일본이 1996년 미국과, 작년에는 호주와 ACSA를 체결해 한국과는 3번째가 된다”고 밝혔다.

    그런데 이 보도를 부인할 줄 알았던 국방부는 별 일 아니라는 듯 4일 오전 ‘한일 국방장관 회담이 오는 10일 서울에서 열린다’는 공식 보도자료를 내놨다.

    이런 양국의 모습에 ‘뒤집어진’ 사람들은 親中 또는 從北언론과 세력들. 그들은 ‘국내 반일정서가 아직도 심하다’ ‘일제로부터 아직 진정한 사과와 보상도 받지 않았는데 뭐하자는 거냐’며 반발해보지만, 연평도 도발 이후 북한과 중국의 태도에 분노한 국민들이 ‘한일군사협력 이제는 필요하다’ ‘한일군사협력 적극찬성’과 같은 이야기를 퍼뜨리고 있다. 젊은 세대들 또한 중국과의 협력, 대북지원에는 거부감을 보이는 반면, 일본과의 협력에는 거부감은커녕 오히려 지지하고 있다.

    오는 10일 한일 국방장관 회담에서 논의할 내용은 국제평화유지활동(PKO)과 재난재해 시 물자지원과 상호 정보교류에 관한 규칙 제정 등 군사교류의 초기 단계에 불과하지만, 중국과 북한이 취하는 태도와 이에 따른 미국의 대응에 따라 양국 군사협력은 급물살을 탈 수도 있다는 게 중요하다.

    결국 북한의 연평도에 쏜 포탄과 중국이 한국을 향해 내뱉은 ‘폭언’들은 韓日군사협력이라는 ‘악몽’으로 되돌아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