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F-4C 정찰기 추락 사고조사 결과 발표“극히 드물게 일어나는 항공사고로 조종사 과실 아냐”
  • 공군은 17일 브리핑을 갖고 “지난달 추락한 RF-4C 정찰기 추락 사고의 원인은 조종사가 너무 임무에 몰두한 나머지 ‘선택적 몰입(Selective Attention)에 따른 일시적 시력상실(Blind)’을 일으켰기 때문”이라고 발표했다.

    추락한 정찰기는 지난 11월 13일 전북 임실군 일대 3 x 7km 범위에 대한 저고도 정찰 훈련을 하고 있었다. 조종사는 촬영 범위가 워낙 넓으니까 4번에 걸쳐 정찰비행을 하기로 정하고 경로에 따라 훈련을 하고 있었다. 1~2번 경로를 정찰할 때까지는 문제가 없었다.

    3번 경로로 진입하는 순간 조종사는 경로를 지키는 것과 목표지점 촬영에 몰두한 나머지 선회하면서 비행기가 너무 기울어진 점을 인지하지 못했다. 조종사는 고도가 급격히 낮아진 것을 뒤늦게 알아채고선 급상승하려 했으나 정찰기의 무게(약 20톤)와 속도로 인한 관성 때문에 그대로 지면과 충돌하게 된 것이라고. 사고 당시 정찰기의 고도는 3,000ft(약 1,000m), 속도는 500km/h(초속 138m)였다.

  • ▲ 스페인 공군이 운영했던 RF-4C 정찰기. 2002년 퇴역했다. ⓒ
    ▲ 스페인 공군이 운영했던 RF-4C 정찰기. 2002년 퇴역했다. ⓒ

    공군은 “사고 항공기에서 수거한 음성기록 장치 녹음내용에는 항공기 결함과 관련된 내용은 없었으며, 기체 및 엔진 잔해를 정밀 조사한 결과 엔진, 조종계통 또한 정상작동 중이었고 기상 등의 환경 여건, 관제, 지휘에도 아무런 문제가 없었던 것으로 드러났다”고 밝혔다.

    공군은 이번 사고를 조종사가 ‘선택적 몰입(Selective Attention)에 따른 일시적 시력상실(Blind)’을 겪어 일어난 것으로 결론을 내렸다. 공군 관계자들에 따르면 이번과 같은 사고는 10만 번 비행 중 1건이 생길만큼 극히 드문 사례라고 한다. 하지만 우리 군에서는 과거 저고도 사격훈련 때도 한두 차례 유사 사고가 있었다고 한다. 

    공군은 사고 직후 비행사고대책본부를 설치하고, 감찰실장을 단장으로 비행, 정비, 항공관제 분야 전문요원, 국토해양부 사고조사관 등 14명으로 조사단을 구성해 기상, 레이더 항적(航跡), 항공기 잔해, 음성기록장치 등에 대한 정밀조사를 실시한 바 있다.

    공군은 “훈련 중 발생한 이번 정찰기 사고에 대해 국민들께서 보여주신 관심은 더욱 강하고 안전한 공군으로 발전하는 데 필요한 채찍질이 되었으며, 국민들께 심려를 끼쳐드린 점에 대해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공군은 또한 이번과 같은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오는 20일부터 모든 조종사를 대상으로 순회교육과 함께 비행절차도 재점검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문제의 RF-4C 정찰기는 1960년대 처음 생산되었다. 우리나라는 90년대 중고를 수입해 운영하고 있다. RF-4C의 베이스가 되는 F-4C 기종은 ‘플라이 바이 와이어(Fly-by-Wire: 컴퓨터로 비행기를 조종)’ 시스템이 아닌 ‘하이드로 바이 와이어(케이블과 유압으로 비행기를 조종)’ 시스템으로 기체를 조종하기 때문에 신형 비행기에 비해 반응속도가 느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