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민주당의 지도부 인사들은 대개 대학출신인 줄로 알고 있고 또 오늘의 당대표는 해외에 유학하여 어느 명문대학을 졸업하였다고 알려져 있는데, 그리고 한 때 많은 국민이 ‘장차 대통령감이다’라고 점찍어 놓았던 인물인데, 엊그제 TV 뉴스를 보다가 깜짝 놀랐습니다.

    그 당의 유력 인사들이 나란히 서서 여당의 처사를 규탄하는 가운데 ‘독재자 이명박은 물러나라’라는 문구가 적힌 플래카드가 걸려있는 것을 보고 내 눈을 의심하였습니다. 아니 저 사람들이 제정신인가. 그래도 좀 걸 맞는 표어를 내걸고 시위를 해야지, 너무나 동떨어진 구호라 실감이 전혀 나지 않는다고 느꼈습니다.

    ‘독재자 이승만’, ‘독재자 박정희’, ‘독재자 전두환’ 같은 표현은, 물론 견해를 달리하는 사람들이 있을 수는 있겠지만, 긍정할 수도 있는데, 아니 ‘아닌 밤중에 홍두깨’식으로 불쑥 ‘독재자 이명박’이라고 외치고 나오니 다만 어안이 벙벙할 뿐입니다.

    나 같은 사람은 밤낮 글을 쓰고 말을 하면서, “17대 대통령은 매사에 우유부단하고 국가가 위기에 처하여 대권을 행사하여 특단의 조치를 내려야만 할 때에도 ‘중도’ 운운하여 정말 속이 상한다”고 불평을 늘어놓는데 민주당 사람들을 무슨 기준을 가지고 그를 ‘독재자’라고 부를 수 있는지 나는 이 사람들의 상식을 의심하지 아니할 수 없습니다.

    이승만은 독재자라는 비난 속에 3·15 부정선거의 책임을 지고 하야, 하와이 호놀룰루에서 공화국을 수립한 이 불세출의 영웅은 쓸쓸한 최후를 맞이했습니다. 박정희는 유신헌법·유신체제의 아성을 구축하고 영구집권을 노리는 독재자라는 비난 속에 ‘10·26 사태’를 맞이하였습니다. 전두환은 ‘5·18의 참변’을 이겨내고, 독재라는 비난이 빗발치는 가운데에도 끄떡없이 임기 7년을 다 마치고 살아서 청와대에서 걸어 나온 대한민국 최초의 대통령이 되었습니다.

    그런 구호를 외치며 아무리 야당의 거물들이 야단스럽게 굴어도 내가 보기에 이명박은 독재자가 될 체질의 인물도 아니고, 임기 전에 물러날 사람도 아닙니다. 제발 야당의 인사들은 상식에 걸 맞는 분풀이를 하세요.

    김동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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