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정부가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과 관련한 정보 수집도 지시한 것으로 드러났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28일 폭로전문 사이트 위키리크스가 공개한 미국 외교전문 25만여건 가운데 반 총장의 조직 운영과 의사결정 스타일, 유엔 사무국에서 영향력, 심지어 생체 정보까지 수집하라는 지시가 포함됐다고 전했다.

    가디언에 따르면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은 지난해 7월 '비밀 지령'을 통해 유엔 최고위층 인사들이 공무 수행을 위해 사용하는 네트워크의 비밀번호와 암호화 키 등 통신 정보를 수집하라고 자국 외교관들에게 지시했다.

    첩보 대상에는 반 총장뿐 아니라 그의 측근, 사무차장, 마거릿 찬 세계보건기구(WHO) 사무총장을 비롯한 기구 대표와 고문, 평화유지 활동 책임자,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 대표 등이 망라됐다.

    미 국무부가 요구한 정보는 신용카드 번호, 이메일 주소, 전화와 팩스, 무선호출기, 항공 마일리지 계좌 번호 등이며 콩고민주공화국과 우간다, 르완다, 부룬디 주재 외교관들에게 보낸 명령에서는 고위 인사들의 DNA와 지문, 홍채 인식 정보도 모으라고 지시했다.

    미 정부는 아울러 유엔 구호기구와 테러 조직의 관계,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 관타나모 기지 수감자에 대한 미국의 처우를 조사하는 유엔 특별보고관의 계획, 유엔 인도주의 기구 간 갈등과 부패 등을 알아내려 했다.

    가디언은 미 정부가 해당 지령을 뉴욕과 제네바, 로마의 유엔 주재 자국 사무소와 런던과 파리, 모스크바를 포함한 33개 지역 대사관 및 영사관에 하달했다면서 미 중앙정보국(CIA), 연방수사국(FBI), 국토안보부 비밀경호국(USSS) 등 기관이 정보 수집과 보고 활동에 동참했다고 설명했다.

    가디언은 또 미국 측의 지시가 국제법상 합법적인지, 미 외교관들이 실제 첩보 활동을 펼쳤는지 논란이 일 전망이라며 미국이 유엔 고위 인사들의 통신 관련 정보를 바탕으로 감시와 해킹을 시도하려 했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미 정부는 나아가 2008년 이후 최소 9개 대사관에 보낸 명령을 통해 지하자원이 풍부한 아프리카 '대호수' 지역의 군부 인물 정보와 군 동향, 팔레스타인 자치정부와 하마스 인사들의 동선과 이동수단 등의 정보도 관련국 주재 외교관들에게 요구했다.

    특히 중앙 아프리카의 미 대사관 직원들은 현지 국가가 중국과 북한, 리비아, 이란, 러시아와 어떤 군사 관계를 맺고 있는지 파악하라는 지시를 받았으며 미 정부는 우라늄과 같은 '전략 물질' 이전과 각국의 무기 구입 내역 등에 정보 우선순위를 뒀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가디언은 이들 명령에는 미국의 전, 현직 국무장관인 콘돌리자 라이스와 클린턴의 서명이 있었다면서 이 문건을 통해 미국이 동맹국과 적대국의 민감 정보를 수집하고자 1만1천500명의 외교 인력을 어떻게 이용했는지 파악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