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IMF쿼터 놓고 물밑 '패키지' 조율할듯


  • 내달 서울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첨예한 관심사인 환율 문제를 빅딜(Big deal) 방식으로 해결하는 방안이 추진될 전망이다.

    또한 이번 서울 정상회의에서 환율 문제가 집중 제기됨에 따라 차기 정상회의의 공식 의제로 채택될 가능성이 커졌다.

    21일 복수의 정부 고위 소식통에 따르면 정부는 서울 G20 정상회의 전까지 미국, 중국 등 주요국과의 양자 간 중재를 통해 대립 수위를 낮추고 이에 실패할 경우 서울에서 각국 정상들이 IMF 개혁과 환율 문제를 묶어 패키지로 일괄타결하는 방안을 조심스럽게 검토하고 있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우선 G20 의장국 자격으로 환율 마찰을 빚는 주요국을 방문하거나 수시 접촉을 통해 상대측의 입장을 충분히 설명하고 협조를 당부하는 방식의 중재를 시도할 것"이라면서 "이 방법으로도 해결되지 않을 경우 결국 서울 정상회의에서 정상들이 담판을 짓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환율 문제는 제로섬 게임이라 반드시 손해 보는 쪽이 생기므로 정상들간에 논의시 결론이 날 수 없다는 문제가 있어 현재 난항을 겪고 있는 IMF 지분 조정 문제를 결부시켜 서로 주고받는 형식의 패키지딜도 대안으로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환율 문제와 관련해 미국과 일본 등 G20 내 선진국들은 중국 위안화 절상을 강력히 요구하는 반면 중국과 브라질 등 신흥국들은 이같은 압력에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IMF 지분 개혁의 경우 유럽연합(EU) 등 대부분 선진국들이 상대적으로 과대 대표된 IMF 지분을 신흥국에 내놓기 꺼리며 완강히 버티고 있는 국면인 만큼, 우리 정부가 어렵지만 조율만 잘 한다면 이 두 가지 쟁점을 한꺼번에 해결할 가능성도 열려 있는 상황이다.

    즉 선진국들이 IMF 지분과 이사국 자리를 신흥국에 일부 양보하는 대신 신흥국들은 선진국들이 제기한 환율 문제에 대해 전향적인 자세를 취함으로써 상생할 수 있다는 논리다.

    앞서 머빈 킹 영국중앙은행 총재도 최근 "G20은 자국의 경제정책을 조정하고 보호무역주의로 갈 위험성을 막기 위해 그랜드 바겐이 필요하다"면서 "글로벌 경제 균형을 위해서는 단체 행동이 필요하다"며 지지의사를 밝힌 바 있다.

    이처럼 환율 문제가 쟁점으로 떠오름에 따라 서울 정상회의에서는 환율 관련 언급이 기존 정상회의 코뮈니케의 부속서에 간략히 언급됐던 수준보다 크게 진전될 것으로 보인다.

    '서울 코뮈니케'는 '글로벌 불균형 해결을 위해 G20이 환율 문제에 적극 대처한다'는 수준의 내용이 들어가 프랑스가 의장을 맡는 내년 G20 회의에 공식 의제가 될 가능성이 클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또다른 정부 고위 관계자는 "토론토 정상회의에서 남유럽 재정위기 충격으로 코뮈니케에 재정 위기 관련 부분이 자세히 언급되고 대안까지 제시됐던 점을 고려하면 이번 서울 회의에서 환율 문제가 집중 부각되므로 코뮈니케에 환율 문제 조정을 위한 시스템 구축에 노력한다는 정도의 언급이 나올 가능성이 작지 않다"고 말했다.

    이처럼 서울 선언문에 환율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한다는 합의가 이뤄진다면 이를 위한 워킹그룹 등이 구성돼 대안을 구체적으로 모색할 전망이어서, 결국 내년 차기 G20 정상회의에서 의제 중의 하나로 다뤄지게 된다.

    윤덕룡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이제 환율 의제를 중국이 더는 거부하기 어려운 상황에 직면해 서울 정상회의에서 환율을 정식 의제로 삼자는 쪽으로 결론이 날 것"이라면서 "그럴 경우 워킹그룹이나 전문가 그룹 등을 만들자는 논의 과정으로 진척될 것"이라고 말했다.(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