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직속 미래기획위, 방위산업 수출중심 전환관(官)에서 민간 주도, 무기 수출로 일자리 창출도10년 뒤 세계 7대 수출규모 도약, MB도 개혁안에 만족
  • 무기도 수출하고, 이를 통해 일자리도 만들겠다. 이를 위해 그동안 관(官)이 주도했던 방위산업을 민간 중심으로 전환하도록 하겠다.

    19일 대통령 직속 미래기획위원회(위원장 곽승준)가 발표한 '국방선진화를 위한 산업발전전략' 방안의 핵심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이날 이런 내용을 보고를 받고 "전체적인 윤곽이 잘 짜여졌다"고 평했다고 김희정 청와대 대변인은 전했다. 만족했다는 것이다.

    이런 안은 미래기획위와 국방부, 방위사업청, 기획재정부, 지식경제부 등이 공동으로 마련한 것이다. 곽 위원장의 이날 브리핑에는 이들 부처에서도 함께 참석했다.

  • ▲ 중동에 선보인 한국산 `다연장포' ⓒ연합뉴스
    ▲ 중동에 선보인 한국산 `다연장포' ⓒ연합뉴스

    미래기획위가 이날 발표한 것은 쉽게 말하면 이제 군 무기도 해외로 팔아보자는 것이다. 이미 선진국은 민간중심으로 국방 R&D(연구개발)를 추진하고 있고, 프랑스 영국 등 주요수출국들은 범국가적 지원을 받아 무기수출로 많은 이득을 얻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분단국가란 특수성 때문에 관이 주도하면서 무기 개발에 상대적으로 소극적이었다. 지금껏 무기의 연구개발은 국방과학연구소(ADD)가 도맡았다. 이를 확 바꿔보자는 게 정부의 판단이다.

    이는 2006년부터 국방개혁의 일환으로 추진됐던 것이다. 하지만 추진주체(노무현 정부)에서 소극적인 태도로 진행이 미미한 수준이었다는 게 미래기획위의 설명이다.

    계획은 이렇다. 방위산업 수출규모를 오는 2020년까지 연간 40억 달러 수준으로 늘려 세계 7대 방위산업 수출 국가로 도약하겠다는 것이다. 현재의 우리나라 방위산업 수출규모는 이 계획의 10분의 1 수준이다.

    미래기획위의 이런 계획대로 된다면 2008년 기준 65억8000만 달러인 방위산업 생산규모가 2020년 100억 달러 수준으로 커지고, 일자리도 현재 2만4000명에서 두 배가 넘는 5만 명으로 크게 늘어난다.  

    관 주도의 R&D사업도 민간 주도로 바꾼다. 이 경우 현재 세계 50위권 방산수출 기업이 하나도 없는 우리나라는 2020년 5개가 생긴다.

    0.5%에 불과한 세계 무기시장에서의 시장점유율도 2020년에는 10배가 늘어 5%가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무기가 신성장동력산업으로 탈바꿈 하게 되는 것이다. 이 대통령도 "방위산업과 관련된 것들이 과거 40년간 큰 변화 없이 유지됐다. 잘못됐기 때문에 변화하는 것이 아니라 환경이 바뀌었기 때문에 개혁이 필요하다"면서 "하던 대로 하면 발전에 한계가 있으니 스스로 진화의 계기를 만들어야 자생력을 잃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금이 바로 적기다. 이번 기회를 놓치면 이룰 수 없다"고 강조했다.

    과연 미래기획위의 이런 계획은 실현 가능한 것일까? 방향에 대해선 큰 이견이 없었지만 10년 뒤 세계 무기시장에서의 시장 점유율을 10배 늘리겠다는 계획에는 다소 무리가 있다는 지적이 일부에서 제기됐다.

    하지만 곽 위원장은 "(이런 계획도) 굉장히 보수적으로 잡았다"며 자신했다. 지금껏 우리나라 방위산업이 취약했던 가장 큰 이유는 시스템이 수요자가 아닌 공급자 위주로 만들어 세계 시장에서의 경쟁에서 밀렸다는 게 곽 위원장의 설명이다.

    곽 위원장은 "고등 훈련기인 T-50은 아주 잘 만든 비행기다. 사실 너무 잘 만들었다. 성능은 좋은 데 가격 경쟁력이 떨어져 팔리지 않은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예를 들어 러시아 현대자동차 공장에서 잘 팔리는 준중형차를 생산하다 갑자기 에쿠스를 내놓으면 팔기가 어렵다"며 "기획단계에서 부터 소비자 측면에서 봤으면 훨씬 더 상품화하는 데 도움이 됐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대통령도 "후진국에 (무기를) 수출할 때는 후진국에 맞는 가격과 성능으로 수출에 대비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현재 우리나라의 무기 연구개발은 중진국 수준이다. "너무 좋은 성능의 무기는 잘 안 팔린다"는 것이다. 때문에 국가별로 맞춤형 무기를 개발해 수출하겠다는 게 미래기획위의 판단이다. 미래기획위는 "권역별로 수출품목을 나눠 집중적으로 수출하려고 한다"고 밝혔다.

    곽 위원장은 "우리의 무기 기술이나 만드는 무기의 성능이 나빠서 못 만들고 (그동안) 수출을 많이 못한 게 아니다"면서 "방위산업 시스템이 과거에는 좋은 제도였지만 새로운 추세에는 안 맞는 게 있다. 그런 것들만 바꾸면 된다. 5년 전 삼성전자는 LCD TV에서 일본의 소니한테 밀렸었다. 우리나라의 방위산업도 2020년이 되면 그 이상이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관건은 민.관의 협력이 얼마나 잘 작동되느냐 여부다. 현재 우리나라의 방산기업은 91개(2008년 기준)다. 이들 기업이 소규모 내수시장을 중심으로 경쟁해오다 보니 산업구조가 영세하다. 단순히 하청을 하는 기업이 다수다.

    무엇보다 연구개발을 ADD가 주도하다 보니 기술력도 아직은 미흡하다. 연구개발을 민간이 주도할 경우 이에 걸맞는 기술력 향상과 인프라 구축이 가장 절실한 상황이다.

    때문에 초기에는 관의 중요하다. 이를 위해 미래기획위는 군에서 소요제기 단계부터 산업과 연관된 무기개발이 이뤄질 수 있도록 '민.관.군 합동개념팀'을 운영하기로 했고, 정부도 국방부와 지경부를 중심으로 무기 수출 지원을 위한 '국방산업발전협의회'란 범정부 기구를 설치하기로 했다.

    곽 위원장은 이번 발표에 대해 "굉장히 큰 변화"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국방부에서는 '몸통이 꼬리를 흔드는 게 아니라 꼬리가 몸통을 흔들 수 있다'는 말도 나온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