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후원자 있는 한 北 변화-붕괴 쉽지 않아"
  • 미국을 방문 중인 김문수 경기도지사가 28일(현지시간) 수도 워싱턴 D.C.에서 "중국의 헤게모니 확대를 주목해야 한다"는 중국 경계론을 주창했다.

    김 지사는 이날 낮 싱크탱크 한미경제연구소(KEI) 초청 연설에서 200여명의 청중이 참석한 가운데 동북아 역내에서 중국 영향력의 급부상을 거듭 강조했다.

    미 의회 비준이 지연되고 있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대해 김 지사는 "쇠고기나 자동차 문제가 있겠지만, 크게 봐서 한.미 FTA 문제는 한.중 FTA 문제를 생각하며 보다 전략적으로 바라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지사는 "지금 중국이 얼마나 빨리 발전하면서 동아시아 전체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미국은 더 주목할 필요가 있다"며 "FTA 문제를 미국 국내문제로만 자꾸 보면, 결국 미국의 동북아 전략에 큰 차질을 가져올 것"이라고 우려했다.

    한미 FTA 비준을 국내 정치.경제적 요소만을 고려해 미루며 어물어물하다가는 동아시아에서 미국의 헤게모니, 영향력을 계속 세력을 확장하는 중국에 빼앗길 것이라는 `경고'를 담은 말이다.

    김 지사는 중국의 급격한 경제성장률을 물리적 속력으로 환산해서 비유하며 "일본이 시속 50㎞, 한국이 시속 100㎞로 달린다면, 중국은 지금 시속 200㎞로 달릴 정도로 차이가 난다"며 "매일매일 중국이 우리를 능가하고 있다는 얘기"라고 말했다.

    또 "한국과의 교역량이 과거에는 미국이 제일 많았지만, 지금은 중국과의 교역량이 미국, 일본, 유럽연합(EU)과의 교역량을 모두 합친 것보다 많다"고 지적하며 "급속하게 팽창하고 있는 중국 경제에 대해 미국도 생각해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통상 미국을 찾은 정치인들이 주로 한미동맹의 중요성을 강조하는데 초점을 두었던 데 비해, 김 지사는 오히려 '중국의 팽창'을 강조하며 미국의 국가이익을 자극하고 환기시키는 접근을 했다는 점에서 차이를 보였다.

    김 지사는 이날 커트 캠벨 국무부 동아태차관보, 도로시 로빈 국방부 차관보, 제임스 웹 상원의원(버지니아.민주), 에니 팔레오마베가 하원 외교위 아태소위원장 등 미국 행정부, 의회 인사들을 면담할 때도 중국의 급격한 성장이 한미관계에 미칠 영향을 일관되게 강조했다고 김 지사 측은 전했다.

    최근 들어 `중국의 영향력 확대에 제대로 대처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김 지사는 여론 주도층이 이 문제를 한국의 미래를 고려해 전략적 차원에서 다뤄야 한다는 점도 다시 한번 역설했다.

    김 지사는 "특히 최근 일본과 중국의 센카쿠 열도 갈등 등 여러 모습에서 중국의 힘을 한국 국민들도 매우 생생하게 느끼고 있다"고 최근 드러난 중국 파워의 실례를 들었다.

    그러면서 "한국은 일본과는 바다를 사이에 두고 있지만, 중국과는 1천400㎞ 국경을 맞대고 바로 옆에 있으며 역사적으로도 수천년간 중국과 관계를 갖고 있기 때문에 일본과 중국의 갈등을 보면서 감회가 착잡하며, 우리는 큰 역사적 도전에 직면하고 있다"며 "이런 문제가 국가적 리더십차원에서 본격 논의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지사는 이날 저녁 워싱턴 특파원 간담회에서도 거듭해서 중국의 영향력 급부상을 주목하고 경계해야 한다는 점을 역설했다. 특히 북한의 체제 영속성과 관련해서 중국의 존재와 무시할 수 없는 영향력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는 점을 강조했다.

    김 지사는 "중국의 급부상은 한국뿐 아니라 전 세계의 모든 정세를 바꿀 정도"라며 "미국 사람 중 상당수는 `북한이 오래 못갈 것'이라고 하지만 나는 그게 그리 간단하게 볼 게 아니며, 중국이라는 강고한 후원자가 있는 한 북한의 변화가 과거 동독이나 동구의 변화처럼 그리 쉽게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지사는 "북한이 천안함 사건을 일으켰는데도, 중국이 우리의 손을 들어주지 않았던 점에서도 느낄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 지사는 "전 세계에서 경제가 가장 어려운 곳이 북한이고, 5천년 우리 역사에서 가장 어려운 시기가 지금의 북한이지만, 그렇다고 북한의 지배체제가 불안정하다고 말할 수 없으며, 못산다고 해서 정치적으로 불안정하다고 보는 것은 단순한 생각"이라며 중국 급부상과 영향력을 변수로 동북아 정세와 한반도 미래를 통찰해야 한다는 점을 역설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