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의 구조적인 부분은 전직 특수요원이 납치된 딸을 찾아 나서며 벌이는 추격전을 그린 <테이큰>과 유사하다. 두 사람의 관계만 살짝 틀어놓았을 뿐, 거대 조직을 상대로 주인공 홀로 펼치는 화려한 액션과 잔혹한 핏빛 향연, 그리고 한 남성의 폭발된 증오로 이어지는 장르의 관습을 그대로 답습한다.

    이정범 감독은 그의 전작에 비해 상당 부분 비주얼에 공을 기울였다. 또한, 절제된 대사를 대신해 관객과 배우의 사이를 매우는 것은 감성적인 음악이다. ‘백만 송이 장미’로 대변되는 영화 <열혈남아>에 이어 이번 영화에서는 한 편의 뮤직비디오를 보는 듯한 감성을 일깨운다.

    하지만, 그가 잃은 것에 대한 아쉬움이 더 크다. 전작에서 나문희와 설경구, 조한선으로 이어지는 촘촘한 캐릭터 묘사로 관계와 소통에 대한 진지함을 이야기 했던 매력이 다소 흐릿해졌다.

    특히, 소미와 태식 두 사람이 서로에게 마음을 열어가는 과정의 묘사가 사라진 채 이미 형성 된 관계로 시작된 영화는 결과적으로 원빈의 액션신에 완벽한 공감에 방해가 된다.

    태식의 인생을 바꾼 결정적 사건으로부터 소미와 만나 교감을 나누게 되기까지의 공백을 완전히 매워내지 못했다는 느낌이다. 이 감독은 “겉으로 보여지는 액션보다 오히려 두 사람의 감성적인 연기 호흡에 주력했다”고 밝혔지만, 영화 초반 두 사람의 관계 묘사에 있어 이어 펼쳐질 액션신을 향해 급하게 달려가고만 있는 듯한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또한, 과감한 생략으로 극의 템포를 빠르게 진전시키는 반면, 일부 장면에서 흐름을 끊고 툭 튀어나오는 과장된 대사가 주는 의아함은 웃어야 할지 말아야 할지 감독의 의도를 파악하기 힘들다.

     

  •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화 <아저씨>는 초반에 언급했던 원빈의 신선한 모습을 보는 것 만으로도 상당한 즐거움을 선사함에 틀림없다.

    119분이라는 런닝타임 동안 펼쳐지는 그의 눈부신 원맨쇼에 눈을 뗄 수 없다. '감동'이란 글귀보다 '액션'에 심장이 두근거리는 이들에게는 만족스런 작품이 될 수도 있다. 영화 <아저씨>는 내달 4일 개봉된다. 청소년 관람불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