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와병 중인 피델 카스트로(83) 쿠바 국가평의회 전 의장은 12일 이례적으로 국영TV 시사프로그램에 출연, 미국이 한반도와 이란에서 핵전쟁 위기를 조장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카스트로는 이날 저녁 쿠바 국영TV 시사 토크쇼인 '원탁(메사 레돈다)'에 출연, "미국은 군사력을 증강하고, 자신들의 패권을 심화하기 위한 핵전쟁을 감행하기에 앞서 이란 및 북한과의 관계를 대결구도로 몰아가는 정지작업을 해놨다"고 말했다고 쿠바 및 미국 언론이 전했다.
    카스트로는 미국의 국방비를 다룬 러시아의 최근 보도를 인용하면서 "미국이 핵전쟁을 수행하기 위한 군비증강을 하고 있는 점은 명백하며, 불을 갖고 장난을 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특히 카스트로는 한국의 천안함 사건과 관련, 미국이 천안함을 비밀리에 침몰시킨 뒤 북한을 공격의 배후로 비난하고 있다는 종전 주장을 되풀이하면서 남한과 북한의 긴장관계로 인해 "(한반도는) 불바다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카스트로는 "미국이 이란을 파괴하기 위해 혈안이 돼 있지만, 이란은 수 년간 방위력을 조금씩 증강해 왔다"면서 조지 부시 전 대통령이 이라크를 공격했을 때 이라크는 분열된 나라였지만, 이란은 분열돼 있지 않다는 점을 강조했다.
    11개월 만에 TV에 등장한 카스트로는 천천히 말을 이어가기는 했지만 비교적 건강이 양호한 모습이었다. 그는 예전보다 살이 빠지기는 했지만, 야윈 정도는 아니었다.
    이날 카스트로의 TV 등장은 인터뷰나 연설이 아니라 기자를 `소품'으로 곁들인 일종의 강연 형태로 이뤄졌다고 미 일간지 워싱턴 포스트는 전했다.
    카스트로의 TV 출연은 가톨릭계의 중재에 따라 쿠바 정부가 정치범 52명을 단계적으로 석방하겠다고 밝힌 뒤 이뤄진 것이어서 출연 배경에 관심이 쏠려왔다.
    하지만 그는 토크쇼에서 중동 문제 등 국제적 이슈에 대해서는 여러 견해를 밝혔지만 정치범 석방문제와 관련해서는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았다.
    지난 2006년 7월 장출혈을 계기로 동생 라울에게 권력을 물러주고 정치 일선에서 은퇴한 피델은 매주 목요일 그란마 정기칼럼을 통해 정치적 견해를 밝혀왔다.
    최근에는 쿠바의 한 블로그를 통해 카스트로가 수도 아바나의 국립과학조사센터(NCSI)를 방문하는 사진이 공개되면서 그의 건재함이 재차 확인된 바 있다.
    한 쿠바 전문가는 외신과의 인터뷰에서 "지난 주말 카스트로의 동정을 담은 사진이 공개된 데 이어 이번 TV 출연은 '내가 아직도 최고지도자로 국정의 주요 결정을 하고 있다'는 메시지를 전달키 위한 것"이라고 분석하며 "일련의 움직임은 우연이 아니라 치밀하게 계산된 것"이라고 말했다.(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