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모형이긴 하지만 남편이 이 세상 마지막까지 머물던 곳에 조금이라도 가까이 있다는 것이 위안이 됩니다.”
    지난 5월 서울 용산 전쟁기념관 전시관 옆에 만들어진 2002년 제2연평해전의 고속정 참수리 357호. 김종선(36)씨의 남편 고 한상국 중사는 이 배의 조타장으로 마지막까지 배를 지킨 영웅이다. 고 한 중사는 2차 연평해전 41일 만에 참수리 357호정 조타실에서 키를 굳세게 잡은 모습으로 발견됐다.

  • ▲ 참수리 357호 모형 앞에 선 김종선씨 ⓒ 조선닷컴 캡처 
    ▲ 참수리 357호 모형 앞에 선 김종선씨 ⓒ 조선닷컴 캡처 

    그로부터 8년이 지났다. 남편의 순국에도 모두 남의 일처럼 외면하는 세태에 김씨는 미국으로 떠났다가 어머니의 병세가 악화되자 지난 2007년 귀국했다.
    김씨는 귀국한 뒤 서해교전 추모게시판에 "용산 이전만 고집하지 말고 참수리 357호 모형을 떠서 용산 전쟁기념관에 두자"는 아이디어를 처음 내놓은 참수리 357호 부활의 주인공이기도 하다.

    김씨는 이제 조국을 위해 산화한 남편의 뒤를 잇는 작은 봉사들로 아픔을 이겨내고 있다. 그녀는 주 2~3회 용산 전쟁기념관에서 방문객을 안내하고 있다. 지난겨울에는 보훈병원 채혈실에서 환자들을 돌보는 자원봉사를 하기도 했다.
    “가끔 전쟁기념관을 찾는 분들 중에 저를 알아보고 위로해주시는 분들도 있어요. 그럴 때마다 가슴 뭉클해지고 고마운 마음이 들어요.”
    뒤늦은 대학생활을 하고 있는 탓에 매일 봉사를 하진 못하지만 이제 봄 학기를 마쳤으니 학기 동안 나가지 못한 보훈병원 봉사도 시작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신혼에 잃은 남편의 숨결이 채 남아있을 참수리 357정 앞에 선 김씨의 모습이 의젓해 보였다. 김대중 정권 아래서 그녀와 유족들이 당했던 고문에 가까운 외면과 압박을 그녀는 사랑으로 돌려주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