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전 당시 한국군이 직접 촬영한 동영상이 6.25전쟁 60주년을 맞아 25일 공개됐다.
    미군이나 외국의 종군기자들이 한국전쟁의 참상과 시대상을 찍은 영상이 언론에 소개된 적은 많지만, 참전한 한국인 장교가 촬영ㆍ편집한 동영상이 공개되기는 매우 드문 사례다.
    1시간짜리 분량의 이 영상에는 치열한 전투가 벌어진 38선 부근 등 전방의 풍경과 달리 서울과 부산, 경주 등 시민의 소박하고 일상적인 모습이 칼러와 흑백 장면으로 고스란히 담겨 있다.
    서울 중심의 세종로 앞을 지나는 국군의 시가행진 장면에는 전쟁에서 유리한 입지를 굳힌 연합군의 늠름한 기세가 느껴진다. 군인들의 행렬 뒤로 남대문의 전경도 눈에 띈다.
    후방 부대에서 펼쳐진 위문공연에서는 곱게 차려입은 여성이 춤을 추고 노래하는 동작이 포착됐다. 반공 메시지를 담은 연극 모습도 눈길을 끈다.
    현충원으로 추정되는 장소에서 치러진 첫 합동위령제의 모습도 필름에 들어 있다. 이승만 대통령과 이기붕 부통령이 헌화하는 순간도 찍혔다. 시민의 침통한 표정에서는 전쟁의 그늘이 엿보인다.
    초가집과 우마차 사이에 우뚝 선 첨성대와 돛단배가 한가롭게 떠다니는 낙동강은 낯선 풍경으로 다가온다.
    평소 다큐멘터리에 관심이 남달랐던 고(故) 박재곤 대령은 1952년 사천비행장 경비대대에 복무하면서 8mm 필름에 주변의 일상을 담았고, 타계 후에는 후손들이 간직했다.
    40여 년간 다큐멘터리를 제작해 온 윤덕호(56) 감독은 씨름대회나 그네뛰기 등 서민의 일상적인 삶과 6.25전 당시 한국군의 내무생활 모습을 담은 이 영상이 훌륭한 역사 자료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윤 감독은 "지금까지 한국전쟁 영상을 자주 봐왔지만, 한국 군인이 직접 촬영한 영상이 있다는 사실에 무척 놀랐다"고 말했다.
    필름을 보관해온 박 대령의 장남 박경범(53)씨는 "내용을 잘 모르고 집에서 보관만 해오던 필름이었는데 이렇게 눈으로 보게 되니 감회가 새롭다"며 "이 영상이 공익적인 목적으로 쓰일 수 있다면 얼마든지 협조하겠다"고 말했다.
    박 대령은 부친이 동학운동을 하다 일본 경찰에 총살당한 것을 보고서 광복군에 들어가 항일운동을 했으며 해방 후에는 육군사관학교를 졸업하고 1946년 소위로 임관하고서 6.25전쟁에 참전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