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장 대역죄인(大逆罪人) (22)

     「산아, 너는 커서 무엇이 되겠느냐?」
    하고 내가 물었더니 봉수(奉秀)가 대답했다.
    봉수의 아명이 태산(泰山)이다.

    「시위대 장교가 되지요.」
    봉수는 이제 여섯 살이 되어서 가끔 감옥서에 심부름을 왔다가 자고 가기도 한다.
    감옥서에 또래들이 대여섯 명이나 있기 때문이다. 그보다 큰 애들은 제 아비 대신으로 형(刑)을 사는 애들이다.

    간수들도 인정이 있는지라 놓아 키우는 개들처럼 감옥서 안에만 있으면 내버려 둔다.
    내가 무릎에 앉친 봉수의 머리를 손바닥으로 쓸었다. 이놈도 외아들이니 7대 독자가 되겠다.

    「어머니도 시위대 장교가 되라고 하시더냐?」
    「잘만 크면 상관없다고 하셨소.」
    봉수가 또랑지게 대답했다.

    감옥서에 와도 낯을 가리지 않는 것은 좋은데 너무 버릇이 없다.
    며칠 전에는 저보다 서너 살이나 더 먹은 아이에게 돌을 던져서 머리에 혹이 나게 만들었다. 그래서 잡아다가 볼기를 몇 대 때렸더니 크게 울었다. 할아버지, 어머니가 그저 뜻만 받아줘서 그런거다.

    저녁 무렵이다. 감옥서 뒷마당에는 이미 그늘이 졌다.
    나는 봉수의 몸을 두 손으로 감싸 안았다. 말랑한 살과 따뜻한 온기가 전해져 온다.

    「산아, 미안하구나.」
    내가 낮게 말했더니 봉수는 머리를 비틀고 나를 올려다보았다.
    볕에 탄 피부는 윤기가 흘렀고 검은 눈동자가 보석처럼 반짝였다.

    「아버지, 왜요?」
    「너하고 같이 놀아주지 못해서 그런다.」
    「미자하고 놀면 됩니다.」

    미자(美子)는 기석의 딸로 봉수보다 세 살 위인 아홉 살이다. 키도 크고 어른 같아서 봉수를 업어준다고 들었다.

    내가 봉수의 머리에 턱을 올려놓고 말했다.
    「봉수야, 네가 잘 살게 하려고 애비가 이런단다.」

    이야기 내용에 흥미를 잃은 봉수가 마당을 두리번거렸지만 나는 말을 이었다.
    「너를 생각 안하는 날이 없다.」
    「......」
    「내가 나쁜 애비다.」
    「......」
    「하지만 너는 항상 내 가슴속에 있다는 것만 알아다오.」
    「......」
    「애비 생각이 날 때 오늘 내가 이러고 있었단 것을 떠올릴 수 있겠느냐?」
    「......」
    「조금 더 커야 될꺼나?」

    봉수가 가만 있었으므로 머리를 숙이고 보았더니 어느덧 잠이 들어버렸다.
    그래서 그냥 안고만 있었더니 옆쪽 중문으로 간수 안씨가 나왔다.
    「승만씨, 아버님이 오셨소.」

    감옥서 문밖에 아버지가 봉수를 데려가려고 와 계시다는 말이었다.
    내가 잠자코 잠든 봉수를 안고 감옥서 대문으로 다가갔더니 창살 밖에 서있던 아버지가 보고는 혀를 두드렸다.

    「어, 그놈 자는구나. 업고 가야겠네.」
    그러나 싫은 기색이 아니다. 간수가 문을 열어 주었으므로 나는 잠든 봉수를 아버지의 등에 업혀주었다.

    「아버지, 너무 다니지 마십시오.」
    내가 말했지만 아버지는 봉수를 추켜 업으면서 대답하지 않았다.

    아버지는 나를 출옥 시키려고 선교사들은 물론이고 한규설, 박정양 저택을 문지방이 닳도록 다니고 있다. 특히 황제의 숙질이자 먼 친척벌이 되는 이지용(李址鎔)에게는 매달리는 모양이었다.

    아버지가 발을 떼면서 말했다.
    「억울해서 그런다. 저희들이 뭘 잘했다고.」
    아버지도 진작 개혁파가 되어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