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나라당이 6.2 지방선거에서 왜 졌나 하는데 대해선 이미 많은 분석들이 나왔고, 그 대부분은 공통점을 가지고 있는 것이었다. 이를 다시 종합하면 결론은 “한나라당의 최대의 패인(敗因)은 한나라당의 선거대책이 잘못되었던 것 뿐 아니라, 한나라당적 인간유형(類型)과 한나라당적 문화에 있었다”라는 것으로 요약할 수 있다.

    한나라당적 인간형은 어떤 것인가?
    그들에게는 정치투사로서의 체질, 사고방식, 정신자세, 기질, 감성, 결의가 없다. 개별적으로는 그런 사람이 있겠지만, 집단적으로는 없다. 이 시대에 투사가 필요한가? 필요하다. 태평성대가 아니기 때문이고, 한반도적 숙명 때문이다.
    많은 사람들이 이제는 실무형 일꾼이 필요하지 투사는 소용없다고 말한다. 하기야 모두가 연예와 스포츠와 여행과 돈벌이에 흠뻑 젖어 있는 시대이긴 하다. 그러나 엘리트 차원에서는 역사적인 결판은 역시 장수와 장수, 장교단과 장교단 사이에서 이루어진다. 대중은 그들의 일상의 삶을 살되, 엘리트는 전선에서 치열하게 싸울 수밖에 없다.
    실무형 인간들은 장수와 장교단 밑에서 기술적 업무를 보아야 한다. 그러나 한나라당은 장수급과 장교단이 모두(예외 있겠지만) 이른바 실무형이다. 과거 같은 호탕하고 호방한, 집권당 사람다운 집권당 사람도 없다. 모두 고만 고만한, 말끔한, 공부는 잘했을, 똑똑한, 반질반질한, 성공한 사람들이다. 대통령도 수능시험, 본고사(本考査), 면접시험, 실기(實技)시험, 근무태도 봐가지고 뽑았으면...하고 바랄지도 모른다.

    이런 사람들은 어떤 문화를 형성하는가?
    전사(戰士) 집단인 적(敵)이 험악한 공격을 해올 때, 다시 말해, 평시(平時) 아닌 전시(戰時)에, 전투복 아닌 외출복을 입은 채 전방(前方) 근무 아닌 후방(後方) 근무나 바라면서 총검술 백병전(白兵戰)이 닥치기 전에 휴전회담이 있기를 바라는 문화를 만든다. 고(故) 한준호 준위의 정반대인 셈이다.
    이런 사람들은 대개 반독재 투쟁 당시에도 2선, 3선 정도에서 얼씬거리기나 하다가 훗날 출세를 하고 한나라당 사람이 된 뒤에 와서도, 그 때의 겁 집어먹었던 자신을 겸연쩍어 하면서 1선에 섰던 386 운동권에 대해 “나도 보수가 아니다”라며 은근히 켕겨하는 사람인 경우가 적지 않을 것이다.

    이런 한나라당이 패한 것은 당연 이상의 당연이다. 지난 대선 성공은 그들이 쟁취한 게 아니라, 유권자가 '묻지마'로 만들어 준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