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나라당이 수도권 '수성'에 성공했다.

    2일 치러진 6.2 지방선거 16개 광역단체장(시·도지사) 투표에서 한나라당이 서울시장과 경기도지사 2곳에서 승리를 거둔 것으로 나타난 것.

    3일 오전 6시 10분 현재 김문수 경기도지사 한나라당 후보는 221만7115표(52.2%)의 득표를 기록, 202만6789표를 얻은 유시민 국민참여당 후보(47.8%)를 제치고 당선을 확정지었다.

    마찬가지로 이 시각 현재 196만1542표를 얻어 47.4%의 득표율을 보인 오세훈 서울시장 한나라당 후보는 193만9941표를 얻어 46.9%의 득표율을 기록한 한명숙 민주당 후보를 2만여표 차로 제치고 1위를 달리고 있다. 개표율이 94.1%라는 점을 감안하면 사실상 당선이 유력해진 상황이다.

  • ▲ 6.2지방선거의 개표가 진행중인 3일 새벽 서울 프레스센터 한나라당 서울시장 오세훈 후보 사무실에서 개표 결과가 뒤쳐지고 있는 오 후보가 지지자들에 감사의 인사를 표하고 굳은 표정으로 선거사무실을 빠져나가고 있다.
    ▲ 6.2지방선거의 개표가 진행중인 3일 새벽 서울 프레스센터 한나라당 서울시장 오세훈 후보 사무실에서 개표 결과가 뒤쳐지고 있는 오 후보가 지지자들에 감사의 인사를 표하고 굳은 표정으로 선거사무실을 빠져나가고 있다.

    '젠틀맨' 오세훈, 간발차로 한명숙 제쳐

    사실 오 후보는 한 후보가 초반 1만여표차로 앞서며 예상외의 선전을 펼친 탓에 2일 자정까지 패배가 예상되는 분위기였다.

    더욱이 여론조사에서 '완승'을 예상한 뒤 출구조사에서도 '비교 우위'가 점쳐졌던 오 후보에게 한 후보의 놀라운 선전은 가히 충격적으로 다가올만 했다.

    전통적인 텃밭이었던 강원도와 인천시가 민주당에게 넘어간 것도 놀랍지만 16개 광역단체장 중 가장 중요한 자리인 서울시장 선거에서 현역 프리미엄을 안고 있는 오세훈 후보가 한명숙 후보에게 뒤진다는 사실은 한나라당으로선 용납키 어려운 일이었다.

    특히 오 후보는 경기도의 김문수 후보와 함께 한나라당의 유력한 차기 대권 주자 중 한명이라는 점에서 당은 물론 개인적으로도 이번 선거에서 패배할 시 입게 될 타격은 너무나도 막대해 보였다.

    물론 오 후보는 임기 중 대권에 도전하지 않겠다는 공언을 한 바 있으나 한나라당 내에서 차기 대권주자를 꼽노라면 항상 상위에 오를 정도로 당안팎에서 그를 바라보는 기대는 남달랐다.

    과거 이명박 서울시장을 연상케 하는 과감한 도심 개발과 디자인 혁신 정책 역시 대권 가도를 겨냥한 행보라는 시각이 다분했다.

    따라서 이번 지방선거에서 패배할 경우 수도권의 수장 자리를 민주당에게 빼앗겼다는 거센 비난과 함께 선거 참패에 대한 엄중한 책임을 묻는 분위기가 조성될 것은 불보듯 뻔했다.

    현역 프리미엄이 사라진 마당에 적에게 진지까지 박탈당한 오 후보에게 과연 한나라당이 얼마만큼의 아량을 베풀지도 미지수였다. 더욱이 오 후보는 당내 입지가 상대적으로 빈약한 편이란 평가를 받아왔다.

    따라서 패배의 아픔을 딛고 무너진 당내 기반과 차기 지도자로서의 우호적 여론을 재구축하기까지에는 상당한 노력과 시간이 소요될 것이 분명한 만큼 이번 선거에서의 패배는 곧 오 후보의 '정치적 생명'의 단축을 의미했다.

    하지만 오 후보는 9회말 2아웃에 적시타를 터뜨리는 극적인 승부를 연출하며 한 후보를 누르고 서울시장 재선에 성공했다. 건곤일척의 승부에서 한나라당에게 승리를 안긴 오 후보는 이로써 대선가도를 향한 절체절명의 관문을 통과했다.

    그동안 '리틀 이명박'으로 불리며 한강르네상스 등 각종 건설사업에 매진해 왔던 오 후보는 생애 가장 중요한 선거에서 '난적' 한명숙을 물리침에 따라 정치인으로서의 역량도 검증 받는 일석이조의 수확을 거두게 됐다.

    젠틀한 이미지와 무난한 행정 능력으로 공직자로서 후한 평가를 받아왔던 오 후보는 앞으로 서울시장 2기 정책을 통해 서울시민과 당내 동료들에게 자신의 능력을 어필할 수 있는 또 한번의 기회를 얻게 됐다.

  • ▲ 6.2지방선거에서 당선이 유력시 되는 한나라당 경기도지사 김문수 후보가 3일 새벽 경기도 수원 한나라당 경기도당을 찾아 개표 방송을 지켜보고 있다. 김 후보는 지방선거의 한나라당 참패 분위기로 인해 축하 꽃다발도, 연호도 사양했다.
    ▲ 6.2지방선거에서 당선이 유력시 되는 한나라당 경기도지사 김문수 후보가 3일 새벽 경기도 수원 한나라당 경기도당을 찾아 개표 방송을 지켜보고 있다. 김 후보는 지방선거의 한나라당 참패 분위기로 인해 축하 꽃다발도, 연호도 사양했다.

    하지만 오 후보는 이번 서울시장 선거에서 야권의 잠재적 대선주자로 거론되는 한 후보를 상대로 확실한 기선 제압을 하지 못한 채 막판까지 피말리는 접전을 펼침에 따라 여당의 제1후보가 되기에는 아직 역부족이라는 인상을 지울 수 없게 됐다.

    반면 한 후보는 현역 프리미엄을 안고 출발한 오 후보를 맞아 기대 이상의 선전을 펼침으로써 향후 야권의 미래를 걸머질 기대주로 급부상할 조짐이다.

    따라서 오 후보가 정치적 행보를 계속 이어가는 한 언젠가는 한 후보 등 야권의 차세대 주자와 다시금 맞붙게 될 가능성이 짙은 만큼 공직자로서의 역량 외에도 타 후보를 압도할 수 있는 나름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것이 급선무로 보인다.

    서민적 이미지에 탁월한 지도·행정력 보유

    사실상 재선에 성공한 김문수 경기도지사 후보도 차기 대선주자로의 확실한 발판을 마련했다는 평가다.

    경북고,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15·16·17대 국회의원을 3번 내리 당선된 뒤 도지사의 자리에 오른 김 후보는 한때 열렬한 노동운동가에서 광역단체장으로 화려한 변신을 꾀했다는 점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파란만장한 '인생 지도'를 그려왔다.

    우여곡절 끝에 '인생 역전'이라는 마침표를 찍기 직전인 김 후보는 대통령 앞에서도 할 말은 할 줄 아는 몇 안되는 정치인 중 한명으로 꼽힌다.

    특히 도내 외자유치와 부동산 개발 문제라면 두 팔을 걷어붙이고 나서는 모습을 보이며 도민들로부터 전폭적인 지지를 받아 온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한나라당으로선 이같은 김 후보의 모습이 다소 강성 이미지로 비쳐졌던 게 사실.

    이처럼 특유의 저돌적인 지도력으로 사안마다 정면돌파를 고수해 온 김 후보는 '야권 단일화'라는 초유의 카드를 들고 맞선 유시민 국민참여당 후보를 맞아 뚝심있는 저력을 선보이며 한나라당 광역단체장으로선 보기드문 낙승을 거뒀다.

    이번 승리로 김 후보가 거둘 수확은 적지 않다. 무엇보다 강적 유시민을 단칼에 제쳤다는 점에서 후보자 개인의 경쟁력이 크게 향상됐다는 분석이다. 향후 어떠한 선거에 뛰어들더라도 여당이 지방선거에서 고전을 면치 못할 당시 대중적 인기가 높은 유시민을 물리쳤다는 긍정적인 이미지가 크게 작용할 것이라는 것.

    과거 국회의원 시절 저격수의 이미지가 강했던 김 후보는 경기도지사를 역임하며 뛰어난 행정 능력을 보여왔다. 여기에 이번 지방선거를 통해 선거후보자로서의 경쟁력 또한 만만치 않음을 선보인 김 후보는 본인의 의사와 관계 없이 당내 강력한 차기 주자로의 입지를 더욱 공고히 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