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천안함 침몰이 북한군 소행으로 드러나고 있는 가운데 한국 국민 사이에서는 예상외로 북한에 대한 공분이 나타나지 않고 있다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19일 보도했다.

    FT는 표면적으로 볼 때 한국민은 지난 수십 년간 북한의 테러공격과 핵위기 조장 등을 경험하면서 북한의 행동에 둔감해졌고 이런 현상은 젊은 층에서 더욱 두드러진다고 분석했다.

    실제 꽃집을 운영하는 한 시민은 인터뷰에서 2008년 미국산 쇠고기 파동을 언급하며 “미국산 쇠고기는 우리 건강과 생활에 직결되지만 국가안보는 먼 이야기”라고 말해 이런 분위기를 대변했다.

    더욱이 이번 천안함 사태 이후 한국 국민은 북한보다는 오히려 한국 정부에 대한 불신을 드러내고 있으며, 반면 북한에 대해서는 동포애가 부각되는 분위기까지 나타나고 있다고 전했다.

    한 직장인은 “정부가 뭔가를 숨기고 있지 않다면 침몰 원인을 발표하는 데 이렇게 오래 걸릴 까닭이 없지 않느냐”고 말했다.

    다른 국민도 정부 발표가 늦어지는 것에 대해 ’6.2 지방선거’를 앞둔 정치적인 판단이 작용하는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고 FT는 설명했다.

    최근 실시된 여론조사에서 천안함 침몰이 북한 소행이라고 생각하는 응답률이 40%에서 80%까지 다양하게 나타나는 것도 이런 분위기를 보여주고 있으며, 많은 한국 국민은 정부가 자국 해군의 실수를 무마하는 동시에 미국군의 지원사격을 얻으려는 의도를 가진 것으로 믿고 있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북한 전문가 마이클 브린은 “한국 국민의 엇갈린 감정은 동포애에서 비롯된 것”이라면서 “어릴 때부터 학교에서 통일을 궁극적인 목표라고 배워온 이 같은 민족주의를 무시할 수 없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만약 천안함이 일본의 실수로 인해 침몰했다고 가정해 보라. 한국 국민의 분노는 엄청났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날 최근 서해상의 천안함 사태와 남중국해의 긴장 고조로 인해 가뜩이나 예산 감축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미국 해군이 도전에 직면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남북한의 해상 충돌은 지난 수십 년간 계속 일어났으나 이번 사태는 북한이 더 심각한 도발을 할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으며, 중국의 어로금지 조치 등으로 촉발된 남중국해 긴장사태도 미국 해군의 짐을 무겁게 하고 있다고 이 신문은 지적했다.

    이런 아시아지역 해상위협 고조는 자연스럽게 미국에 대한 의존 확대로 이어질 수밖에 없으나 미 국방부가 예산감축 압박에 시달리고 있는 입장이어서 이 지역의 리스크는 더 커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