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심장을 바짝 옥죄이며 숨 막히는 시간을 선사 할 제대로 된 공포 영화 한 편이 나왔다. 강박적인 묻지마 살인과 피가 낭자한 화면. 전형적인 슬래져 무비의 진수를 보여주며 <13일의 금요일>, <한니발> 시리즈에 이어 역대 호러 영화 3위에 꼽히는 웨스 크레이븐 감독의 <나이트메어>가 마이클 베이 감독의 제작으로 26년 만에 화려하게 부활했다.

    1984년 처음 소개 된 이후, 총 7편의 시리즈와 1편의 관련 작품을 만들어 내며 현재에 이르기까지 끊임없는 사랑을 받아 온 공포영화의 전설. 이 영화는 전쟁을 경험한 어린이들이 반복적인 악몽의 스트레스로 사망한다는 짧은 신문 기사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역사상 가장 혁신적인 공포영화이자 ‘프레디 크루거’라는 캐릭터를 한 세대의 관객에게 각인시킨 바 있다.

    그리고 2010년, 새롭게 찾아 온 <나이트메어>는 전통적인 장르영화의 관습을 그대로 답습하며 참을 수 없는 반가움을 선사한다. 진부하고 상투적인 표현을 거듭하지만, 그 자체로 충분히 지난 시절의 향수를 불러일으키며 색다른 자극을 선사한다.

  • 일반적으로 수축과 이완을 반복하게 만드는 극의 흐름을 무시한 채 달려나가는 이 영화는 94분 내내 숨통을 들어 쥔 채 놓아주지 않는다. 숨을 수도 달아날 수도 없는 꿈이라는 무기력한 공간에서 일어나는 죽음이라는 설정은 충분한 공감과 함께 우리의 의식을 잠식시켜 나간다.

    엘름가에 사는 낸시와 친구들은 밤마다 같은 꿈을 꾼다. 줄무늬 스웨터를 입고 낡은 중절모로 일그러진 얼굴을 가린 한 남자가 나타나 괴롭히는 꿈. 그러던 중 한 명이 끔찍한 죽임을 당하고 살아남은 친구들은 악몽이 현실이 되었고 이를 막는 유일한 길은 잠들지 않는 것뿐임을 깨닫는다. 그리고 이 사내가 자신들을 쫓는 이유를 추적하던 중 부모님들이 숨긴 과거의 비밀과 연관이 있고, 그가 이를 되갚으려 함을 알게 된다. 이에 마지막으로 모든 것을 걸고 가장 끔찍한 악몽, 꿈 속의 남자 ‘프레디’와의 정면대결을 결심하게 된다.

  • 이 영화는 몽환적인 비주얼로 승부한다. 사운드를 활용하는 능력 역시 탁월하다. 꿈과 현실을 넘나드는 경계가 모호해 질수록 공포심은 극한으로 내몰린다. 연출을 맡은 사무엘 베이어는 CF감독 출신다운 빠른 템포로 영화를 이끌어 나간다. 세련된 감각과 유려한 영상은 잔혹한 장면에 아름다움을 느끼게 한다. 마치 <레퀴엠>에서 이야기하는 인간의 금속화와 같은 ‘전쟁의 미학’처럼.

    불에 타 일그러진 얼굴, 소름 끼치는 목소리, 음침한 유머 감각까지 프레디 크루거는 인간의 몸뿐만 아니라 정신까지 침식하는 영혼의 포식자이다. 다만, 단순한 묻지마 살인을 저질렀던 프레디를 동화 ‘피리부는 사나이’의 주인공과 결함시켜 그에게 면죄부를 씌어 주려는 듯한 모습은 다소 프레디에 대한 공포를 희석시킨다. 끔찍한 살인마에게서 “왜?”라는 단서는 그리 중요치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는 계속 그 부분을 건드리고, 또 파고든다. 그런 성실함 마저 없었다면 심장이 견뎌내지 못했을 지도 모르겠지만.

  • 평소 공포영화의 광적인 팬으로 알려진 마이클 베이는 2003년 설립한 영화제작사 플래티넘 듄스의 창립작 <텍사스 전기톱 살인사건>을 시작으로 <힛쳐><아미타빌 호러><13일의 금요일><언데드><나이트메어>까지 총 6편에 이르는 공포영화를 제작했다. 이중 <텍사스 전기톱 연쇄 살인사건><아미타빌 호러><13일의 금요일>은 개봉과 동시에 전미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했고, 국내에서도 좋은 성적을 거뒀다. 미국에서 먼저 개봉한 <나이트메어> 역시 개봉주 박스오피스 1위를 기록하며 제작비 전액을 회수하는 진기록을 세웠다.

    영화가 끝나고 귀에 익숙한 경쾌한 팝송이 흘러나오지만, 서둘러 자리에서 일어서는 사람들의 모습이 눈에 유독 박혀온다. 마지막 기가 막힌 쾌감을 선사한 장면에 대한 충격일지도. 숨막히는 94분을 선사 할 영화 <나이트메어>는 오는 20일 국내 개봉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