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국 현대사의 중요한 날들은 모두 숫자로 표기하는 것이 관례인 듯 합니다.

    국민적 독립운동의 시발점은 ‘3·1’입니다.
    ‘8·15’는 간악한 일제로부터의 해방을 뜻하고,
    ‘6·25’는 인민군의 남침으로 말미암아 동족상잔의 비극이 시작된 슬픈 날입니다.
    ‘3·15’는 영원히 잊어서는 안 될 부정선거의 날이라면
    ‘4·19’는 부정선거를 뿌리 뽑고 민주정치의 주춧돌을 마련한 뜻 깊은 날이라고 하겠습니다.

    초보 운전자처럼, 민주적 발전을 위해 졸속하게 세워진 민주당 정권이 방향감각을 잃고 우왕좌왕함으로 사회가 극도로 혼란을 면치 못하고 있었을 때,
    6·25의 남침과 같은 ‘직접침략’이 아니라도, 혼란을 틈타서 북이 시도할 ‘간접침략’을 막아야 한다는 확신을 가진 일부의 젊은 장교들이, 있어선 안 될 군사 쿠데타를 감행하여 제3공화국을 탄생케 하였습니다.

    오늘이 4·19입니다.

    “4월이 오면,” 노산 이은상이 이렇게 읊었습니다.

    해마다 4월이 오면
    접동새 울음 속에
    그들의 피묻은
    혼의 하소연이 들릴 것이오
    해마다 4월이 오면
    봄을 선구하는 진달래처럼
    민족의 꽃들은
    사람들의 가슴마다
    되살아 피어나리라

    수유리 4·19 묘소에 185명의 젊은 생명들이 “꽃닢처럼 떨어져,” 백호 임제의 노래대로, “홍안을 어디 두고 백골만 묻혔는가,
    ” 4·19도 역시 슬픈 날입니다.

    그러나 그 젊은이들의 고귀한 희생이 없이는 오늘의 대한민국이 존재할 수 없을 겁니다.
    “꽃닢처럼 떨어져간” 그들 중에는 내가 가르친 두 학생, 고순자, 최정규도 누워 있습니다.
    “몸은 비록 죽었으나” 그들의 “혁명정신”은 80이 넘은 이 늙은이의 가슴속에 어제도 오늘도 살아 있습니다.

    이명박 대통령, 오늘이 4·19입니다.
    민주주의를 위해 목숨을 바친 저들, ‘꽃닢처럼 떨어져간’ 저들을 잊지 말고 우리의 대한민국을 지켜야 합니다. 혼미해진 조국의 민주전선을 방어하고 이 나라의 민주정치를 살려야 합니다.

    천안함의 참사를 계기로, 억지만 늘어놓는 북의 ‘간접침략’을 물리칠 수 있어야 합니다.
    대한민국 땅에서 와글와글하는 남파된 간첩들과, 놈들에게 포섭된 얼간망둥이들을 차제에 정리하지 못하면 우리는 무슨 낯으로, 4·19와 3·26에 들리는 저들의 “피묻은 혼의 하소연”을 어찌할 겁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