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핵안보정상회의는 역사적 의의가 큽니다. 차기 회의를 한국이 개최해주면 어떻겠습니까."

    지난 1일 오전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이명박 대통령에게 전화를 걸어 "비핵화 원칙을 점검할 필요가 있다는 차원에서 2년에 한 번 (핵안보정상회의를) 열고자 한다"면서 이같이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차기 핵안보정상회의 개최지로 우리나라가 결정되기까지 첫 출발점이었다.

    당시 오바마 대통령은 12일(현지시간)부터 미국 워싱턴에서 개최되고 있는 핵안보정상회의 의제와 논의 방향에 대해서 이 대통령과 의견을 나눴으며, 북핵문제의 평화적 해결방안도 논의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 대통령은 오바마 대통령의 사실상 차기 회의 개최 제안에 대해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고 화답하면서 추진 의사를 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핵안보정상회의를 계속 유지할 것인지 여부를 고민하던 오바마 대통령이 정례화로 마음을 굳히면서 핵의 평화적 이용 모범국가이자, 북핵문제라는 부정적 측면을 동시에 안고 있는 대한민국을 차기 개최지로 꼽은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 오바마 대통령은 이 대통령과의 전화통화를 통해 핵태세점검보고서(NPR) 내용을 직접 미리 설명하면서 회의 유지 의사를 처음 표명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당선 직후부터 미국내 이슈로는 건강보험 개혁문제, 그리고 대외적 이슈로는 바로 '핵무기 없는 세상' 비전을 천명해왔다. 이같은 비전을 실현하기 위한 '가장 믿을 만한 친구'로 한국을 선택했을 것이라고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풀이했다. 이 대통령과의 개인적 친분관계, 즉 신뢰가 차기 개최지로 한국이 결정되는 배경이 됐다는 설명이다.

    차기 회의 유치를 결정한 우리 정부는 워싱턴 회의에 앞서 가진 3,4 차례의 세르파(sherpa) 회의를 통해 개최를 확정지었다. 최종 확정은 지난 9일 세르파 회의에서다. 세르파 회의를 진행하면서 여러 나라가 2차회의 개최의사를 밝혔지만, 미국이 한국 지지입장을 분명히 하며 각국을 조율하는 역할도 맡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어 13일 열린 제1차회의에서 오바마 대통령은 개회 선언, 회의 취지 설명에 이어 차기 정상회의 개최국으로 한국을 지명했으며, 참가국 정상들은 이를 만장일치로 지지하기에 이르렀다.

    통상 폐막식 때 차기 개최지나 개최 여부를 발표하는 관례를 깨고 1차 회의 첫 세션 모두에서 오바마 대통령이 지명, 발표하는 이례적인 방식이 택해졌다. 오바마 대통령이 1차 세션에서 이 대통령의 옆자리에 앉은 것도 이를 염두해둔 미국의 배려라는 후문이다.

    2차회의는 2012년 상반기에 열릴 예정이며 1차회의에 47개국 정상, 3개 지역 및 국제기구 대표가 참가한 것을 감안하면 우리 역사상 최대 규모의 정상급 회의가 될 전망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우리는 50여개국이 참가할 2차 핵안보정상회의 개최를 통해 원자력 발전 강국의 면모를 적극 홍보함으로써 원자력 산업 수출에도 기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워싱턴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