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군사기밀에 해당하는 해군 2함대 사령부의 모습과 상세한 위치가 인터넷에 버젓이 올라와 충격을 주고 있다. 최근 국내 유명 포털사이트에 천안함의 소속 부대인 해군2함대 전경과 물자 저장소의 위치 등을 담은 각종 사진이 등장해 물의를 빚고 있는 것. 게다가 이들 사진 중 상당수가 2함대 출신 예비역들이 올린 것으로 알려져 파문이 더욱 확산될 조짐이다.

    이들은 전 세계를 대상으로 위성 영상 지도 서비스를 제공하는 '구글 어스(Google Earth)'를 통해 2함대의 위치 등을 포착한 사진자료를 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구글 어스는 인공위성이나 항공기로 찍은 전 세계 주요 도시 및 각종 시설들의 사진을 인터넷상에 제공하는 서비스로, 그동안 사생활 침해나 군사시설 노출 등의 문제점들을 초래하며 꾸준한 논란을 야기시켜왔다.

  • ▲ 구글어스에 포착된 청와대 전경. ⓒ 뉴데일리
    ▲ 구글어스에 포착된 청와대 전경. ⓒ 뉴데일리

    ◇천안함 소속된 해군 2함대 위치·전경 고스란히 = 특히 이번에 공개돼 물의를 빚은 2함대의 사진들은 높이 404~419m에서 촬영된 것들로 4개의 접안시설과 항만에 정박해 있는 10여 척의 함정 모습까지 뚜렷이 나타나 심각한 수준의 국가기밀 유출이라는 지적이 일고 있다.

    한 네티즌은 "일부 개념없는 장병들이 군시설을 무단 캡처한 것도 문제지만 애당초 이같은 군사기밀을 아무런 제재없이 촬영, 인터넷상에 공개하고 있는 구글 측에 더 큰 문제와 책임 소재가 있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구글 어스를 통해 낱낱이 공개된 군사시설은 비단 해군 2함대 뿐만이 아니다. 강원도 휴전선 부근에 위치한 여러 군부대의 위치와 무기고 등 주요 군시설 역시 구글 어스를 통해 이미 군사기밀이라고 부르기 민망할 정도로 정보가 오픈돼 있는 상태다.

    ◇구글, 모자이크 처리 대가 '전략지도' 요구 = 사실 구글에 의한 군사기밀 노출 문제는 지난 2005년부터 불거졌다. 구글이 구글 어스를 통해 청와대와 국방부, 기무사령부 등의 주요 보안시설을 위성 촬영한 사진들을 인터넷에 공개·서비스하고 있다는 사실을 뒤늦게 파악한 정보 당국이 이같은 문제를 구글 측에 강력히 항의하면서 구글 본사와 한국 정부의 신경전이 시작된 것. 당시 우리 정부는 주요 보안시설에 대해 모자이크 처리 등 해상도를 낮춰 서비스하는 방안을 구글 측에 제안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민간기업인 구글이 이같은 요구에 순순히 응할리 만무했다.

    구글은 국내 군사기밀과 관계된 보안시설을 모자이크로 처리하는 대신 1:5000 대축척 지도의 무상제공을 요청했다. 국립지리정보원(현 국토지리정보원)이 실제로 국가전략지도인 대축척 지도를 구글 본사 측에 제공했는지는 알 수 없으나 현재 구글 어스에는 청와대는 물론 각종 군사시설들이 고스란히 노출돼 있다. 결국 정보 당국이 구글에 요청한 국내 보안시설 이미지 보정은 이뤄지지 않은채 이시각 현재에도 선명한 해상도로 서비스되고 있는 실정이다.

    ◇구글과 CIA는 형제 관계? = 현행 군사기밀보호법에 따르면 주요 보안시설의 항공사진은 공개가 금지돼 있고 해상도 4m 이상의 위성 사진의 경우도 '국가 주요 보안시설'에 해당할시 노출을 엄격히 제한하고 있다. 그러나 상업위성이 영업 목적으로 촬영한 사진을 국내법에 적용, 강제로 서비스를 막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는 중론이다. 국내 뿐 아니라 러시아, 호주, 인도 등도 구글 어스로 인해 홍역을 앓고 있는 실정이다.

    이중 마피아의 힘이 막강한 러시아는 자국의 군사 시설이 적대세력에게 공개될 수 있다는 점에서 특히 민감한 반응을 보여왔다. 하지만 결과는 우리나라와 별반 다르지 않다. 러시아의 각종 항만 시설과 핵·미사일 기지 등의 위치와 모습은 더 이상 기밀이 아닌 간단한 조작만으로 쉽게 알아낼 수 있는 것들이다.

    구글은 지난 2004년 미국 CIA와 긴밀한 관계에 있던 디지털 사진 촬영·제작사 '키홀(Keyhole)'사를 인수한 이후 2005년 5월 위성 이미지, 지도, 지형 및 3D 건물 정보 등 전 세계의 지역 정보를 제공하는 구글 어스 서비스를 시작했다. 이때문인지 미국의 주요 국가시설에 대해선 일부 제한적인 서비스를 하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특히 국가안보국(NSA), 중앙정보국(CIA), 연방수사국(FBI) 등 미국내 정보기관들이 운용하는 '인텔리피디아(Intellipedia)'라는 정보검색 사이트는 구글이 만들어 미국정보당국에 제공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