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는 6월2일 치러지는 지방선거에서는 과연 ‘여당전패’라는 징크스를 깰 수 있을까. 지방선거는 언제나 정권심판론적인 성격이 강했다. 국민 정서상 정권의 잘잘못을 떠나 권력을 가진 자에 호의적이지 않다. 또 권력을 한곳에 집중시키지도 않는다. 그런 차원에서 이번 선거 패턴 역시 과거와 크게 다르지는 않다.

    보수와 진보 간 일대일 구도를 만들려는 야당의 합종연횡, 그리고 한나라당과 미래희망연대의 합당에 따른 파급효과 여부 등도 정국지형에 복병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선거까지는 아직 시간적 여유가 있지만 민주당 등 야당이 여당인 한나라당의 지지도를 좀처럼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는 점에서 대안야당의 부재론도 민심을 움직일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이와 함께 세종시와 4대강 사업이라는 굵직한 이슈와 새롭게 부상한 ‘무상급식’ 등 보육정책에 대해 국민들이 어느 편의 손을 들어줄지 여부도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역대 지방선거 흐름 어땠나

    총 4번 치러진 역대 지방선거에서는 여당이 모두 전패했다. 1995년 6월27일 치러진 제1회 지방선거는 김영삼 정권 집권 3년차 때였다. 당시 민정당을 탈당한 김종필이 자민련을 만들어 선거에 뛰어들었다. 민주당과 자민련이 일부 공조한 가운데 치러진 선거 결과 15개 시도단체장 중 여당인 민자당은 텃밭인 부산과 경남, 경북, 인천, 경기 등 4곳만을 건졌다.

    반면 민주당은 서울, 광주, 전남, 전북에서, 충청에 기반을 잡은 자민련은 대전, 충남, 충북, 강원을 차지했고, 나머지 2곳은 무소속이 가져갔다. 민자당은 여야대결 속에서 4:11로 참패했고 선거핵심지역인 서울마저 야당에 내줬다.

    1998년 6.4선거에선 시도단체장 1곳이 늘어 16곳이 됐고 양상이 조금 달랐다. 김대중 대통령이 당선된 지 반 년 만에 선거가 치러졌고 이른바 DJP연합이 성과를 거뒀다. 국민회의와 자민련은 연합공천을 통해 각각 6곳과 4곳을 차지해 6곳에서 승리한 한나라당에 승리를 거뒀다. 과거 지방선거 중 유일하게 연합을 통한 여권의 승리였다.

    그러나 김대중 정부도 집권 말에는 크게 흔들렸다. 집권 5년 차인 2002년 제3회 6.13지방선거에선 한나라당에 뼈아픈 패배를 맛봐야 했다. 김대중 대통령의 아들 비리와 최규선 게이트 등 권력형 비리 사건이 전국을 뒤흔들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한나라당은 서울, 경기, 인천 등 수도권을 탈환하며 총 11곳을 가져왔고, 여당인 민주당은 4곳에서 이기는데 그쳤다. 특히 자민련은 달랑 충남 1곳만을 지키며 몰락의 길을 걸었다.

    야당인 한나라당은 여세를 몰아 노무현 집권 4년차인 2006년 제4회 5.31지방선거에서 그야말로 돌풍을 일으키며 크게 선전했다. 각종 게이트와 비리가 터지며 노무현 정부의 레임덕이 가속화되면서 지지도는 바닥을 쳤다. 이 상태에서 치러진 선거에서 한나라당은 무소속에 제주 1곳을 내주고 진보진영 본거지인 전라도를 제외한 12곳을 차지했다. 여당인 열린우리당은 광주와 전남마저 야당인 민주당에 내주고 전북만을 지키는데 그쳤다. 역사상 최악의 스코어인 1:15 대참패였다.

    이처럼 민선으로 총 4번 치러진 시도단체장 선거에서 김대중 정부 초 DJP연합을 제외하고는 승리한 사례가 없다는 점에서 6.2지방선거는 그 결과에 더욱 기대를 모으고 있다. 또 어느 때보다 변수가 많다는 점에서 더욱 흥미를 끌기도 한다. 여야 각 정파 간 합종연횡이 이뤄지면서 정계구도가 바뀌고 있고, 굵직한 이슈가 많다. 특이할만한 권력형 비리 없이 정부여당에 대한 지지가 굳건하다는 점도 섣부른 승패를 가릴 수 없는 이유다.

    정당 간 합종연횡, 이념대결 본격화

    가장 주목할 부분은 선거를 불과 두 달여 앞두고 여당은 여당대로, 야당은 야당대로 정당 간 통합과 공조 등이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보수와 진보라는 이념적 대결양상으로 흐르고 있다는 점을 반증한다.

    보수정당인 한나라당은 조만간 역시 보수당인 미래희망연대와 통합한다. 희망연대는 친박정당인 만큼 박근혜 한나라당 전 대표의 지지기반이 탄탄한 영남지역을 중심으로 한나라당에 상당한 부담을 주고 있었던 세력이다. 그런데 이를 흡수하는 형식으로 통합을 이뤄낸다는 점에서 우선 텃밭은 지켰다는 평가다.

    또 희망연대가 세종시 원안을 주장하고 있다는 점에서 한나라당과 통합되면 충청권에 상당부분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그간 정부의 세종시 수정안에 대한 반대여론이 일부나마 한나라당에 우호적으로 다가올 것이라는 얘기다.

    희망연대는 지난 총선에서 13.2%라는 무시못할 저력을 과시했고, 비례대표지만 8명의 현역의원도 보유했다. 한나라당이 반가운 또 하나의 이유다. 통합이 성사되면 한나라당의 의석은 177석이 된다. 이쯤되면 선거판을 조금이나마 흔들 만한 요인이 되기에 충분해 보인다.

    야권에서는 진보대연합이 이뤄지고 있다. 정당 간 통합은 아니더라도 정책연대 내지는 후보단일화, 연합공천까지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진보진영이 분열돼 있는 현 상태로는 한나라당의 상대가 될 수 없다는 생각에 어떻게든 일대일 구도를 만들어야 한다는 절박함이 담겨 있다.

    ‘정권심판’이라는 공동의 목표로 민주당과 민주노동당, 진보신당, 국민참여당, 창조한국당 등이 이를 꾀하고 있다. 그러나 각자의 기득권을 버리지 못하고 상호 비방은 물론 이른바 5+4연대에서 이탈조짐까지 보이고 있어 아직 갈 길이 멀다. 호남에서는 한화갑 전 새천년민주당 대표가 주도한 평화민주당이 창당되면서 텃밭의 분열도 우려된다.

    이들의 주장대로 실제 일대일 구도가 완성될 수 있다면 거대여당을 상대로 한 번 해 볼만 한 선거가 될 수 있지만, 그렇지 못한다면 여당이 최초로 중간심판에서 승리하는 이례적 선거결과를 만들어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주요이슈가 표심 흔든다

    선거에 변수가 될 만한 주요이슈로는 세종시와 4대강 사업, 무상급식을 비롯한 보육정책 대결이 손꼽힌다. 먼저 4대강은 전국적으로 착공에 돌입한 만큼 전 지역 선거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 텃밭은 차치하더라도 보수와 진보가 공존하는 수도권 등의 지역에선 중간층을 크게 흔들 수 있다. 이명박 대통령이 최근 4대강 사업에 대한 홍보의 중요성을 역설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세종시 문제는 좀처럼 속내를 드러내지 않는 충청인들에게 가장 민감한 이슈다. 정부에서도 ‘백년대계’를 걸고 추진하는 사업인 만큼 충청지역의 선거 결과는 중요하다. 충청에서도 지역별로 세종시에 대한 입장 차이는 있지만, 실제 선거결과가 어떻게 나올 지는 누구도 장담하기 힘들다. 한나라당이 세종시 처리시기를 선거 이후로 유보할 가능성이 높은 가운데 여전히 관심은 쏠려있다.

    최근 들어 지방선거 최대공약 승부스로 떠오른 보육문제도 주목 대상이다. 민주당 등 야5당은 정책공조를 통해 ‘전면 무상급식’이라는 카드를 꺼내들었다. 이에 한나라당은 무상급식을 확대 추진하되, 부자들에게까지 무상의 혜택을 줄 수는 없다는 논리로 저소득층의 다른 보육지원을 늘리기로 했다. 국민들 사이에선 찬반이 엇갈린다. 과연 어떤 정책을 선호하게 될지는 표심으로 가려지게 된다.

    이런 가운데 선거핵심지인 서울에선 한명숙 전 총리가 복병으로 떠올랐다. 곽영욱 전 대한통운 사장으로부터 5만 달러를 수수한 혐의 등으로 기소된 한 전 총리의 1심 재판결과 무죄가 선고됐다. 야당은 당장 ‘표적사정’이라고 반발하며 여론몰이에 나섰고 실제 한나라당과 서울시장 후보와의 지지율 격차를 조금씩 좁히는 양상이어서 막판 표심에 얼마만큼의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또 최근 터진 해군 천안함 침몰사고도 야당이 정부를 향한 공격거리고 삼고 있어 어느 정도는 영향이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한편 이명박 대통령과 한나라당의 지지율은 선거가 다가올수록 오히려 차츰 최복세를 보이고 있다는 점이 눈에 띈다.  반면 제1 야당인 민주당은 하락세다. 이는 민주당이 대안정당이 될 수 없다는 민심의 표현으로, 여당의 권력을 견제할 만한 동기부여가 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여당으로선 이번 선거를 “해볼 만하다”라고 평가하고 있다. 지지율을 끌어올릴만한 복안이 없는 민주당의 가장 큰 고민이기도 하다. 민주당은 선거 전까지 한나라당과 지지율 격차가 10%p 안팎으로 당겨진다면 충분한 승리를 거둘 것으로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