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혈액 업무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헌혈 문화를 곧 그 나라의 수준으로 봅니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나라도 헌혈 문화 선진국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지난해 국내 헌혈자 수가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혈액사업 통계에 따르면 2009년 헌혈자 수는 모두 236만9954명. 종전 최고 헌혈자 수를 기록했던 2003년의 253만5343명보다 3만4611명이 늘었고 2008년의 234만7184명에 비해서는 22만2770명(9.5%)이나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이를 지난해 신종플루가 유행해 헌혈에 대한 막연한 공포감이 있었을 것이라는 예상을 뒤엎은 결과로 본다. 

  • ▲ <span style=지난해 257만여명 헌혈로 역대 최고치를 달성해 낸 박규은 대한적십자사 혈액관리본부장은 "우리나라는 헌혈문화 선진국"이라고 기뻐했다. ⓒ뉴데일리 " title="▲ 지난해 257만여명 헌혈로 역대 최고치를 달성해 낸 박규은 대한적십자사 혈액관리본부장은 "우리나라는 헌혈문화 선진국"이라고 기뻐했다. ⓒ뉴데일리 ">
    지난해 257만여명 헌혈로 역대 최고치를 달성해 낸 박규은 대한적십자사 혈액관리본부장은 "우리나라는 헌혈문화 선진국"이라고 기뻐했다. ⓒ뉴데일리

    박규은(朴圭垠) 대한적십자사 혈액관리본부장은 지난 81년 적십자사가 혈액관리 업무를 정부에서 이관받은 뒤 30년만에 257만여명에 이르는 헌혈자 수를 기록하게 된 가장 큰 이유를 국민의식의 성숙 덕분으로 돌렸다. 박 본부장은 “헌혈자 수 증가를 위해 혈액관리본부가 여러 가지 일을 하긴 했지만 헌혈에 대한 잘못된 인식이나 오해가 많이 불식되고 헌혈을 민주 시민의 의무라고 생각하는 국민이 늘었기 때문이 신종플루가 유행했음에도 불구하고 헌혈자 수 역대 최고치를 기록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16일 서울 중구 남산동 혈액관리본부에서 뉴데일리와 만난 박 본부장은 “헌혈자 수가 늘어난 것도 좋은 일이지만 특히 100사람당 1년간 헌혈자 수를 나타내는 국민헌혈률이 5.27%로 6년만에 다시 5%대에 진입한 것이 더 큰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는 특정 계층의 소수가 많은 회수의 헌혈을 하는 것보다 헌혈을 하는 사람 자체가 많이 늘어났다는 의미로 헌혈자의 저변이 확대됐다는 뜻이다. 그만큼 헌혈에 대한 국민 인식이 호전됐다는 것을 의미한다. 지난 80년대 한국의 국민헌혈율은 1% 남짓이었다.

    박 본부장은 “혈액은 대체제가 전혀 없기 때문에 오직 헌혈만으로 필요량을 채워야 한다”며 “국민 모두가 자신을 위한다는 생각에서라도 헌혈에 관심을 많이 가져 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박 본부장은 연세대 의대를 졸업하고 연세대 의대, 성균관대 의대에서 교수로 재직하다 "혈액 사업이 내 인생관에 맞다"며 지난해 5월 현직에 부임했다.

    다음은 박 본부장과의 일문일답 

    ▶ 헌혈자 수가 크게 증가한 구체적인 이유는 무엇인가.

    “국민 의식 의식 개선 덕분이긴 하지만 우선 과거에 비해 헌혈 여건이 많이 좋아진 것을 들 수 있다. 혈액관리본부가 최근 5년 동안 중점을 둬 추진하고 있는 헌혈의 집 사업의 결과가 좋았고 정부의 국민건강증진기금 지원 등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등록헌혈자 제도 활성화에 힘쓴 것도 헌혈자가 늘어난 이유다. 신종플루가 나오지 않았더라면 헌혈자가 더 늘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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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규은 혈액관리본부장 ⓒ 뉴데일리

    ▶등록헌혈자 제도란 무엇인가.

    “혈액관리본부가 규칙적 주기적으로 헌혈을 하겠다고 밝혀온 국민을 대상으로 관리하는 제도다. 우리는 이 분들을 ‘단골 고객’으로 부른다. 전국적으로 50만명쯤 되는데 전체 헌혈자의 32% 정도다. 헌혈률이 떨어지는 여름철이나 휴가철 등에 이들에게 문자메시지나 홈피 공지 등을 통해 헌혈 요청을  하면 많은 호응을 해 주신다”

    ▶ 한국의 헌혈률은 외국과 비교하면 어느 정도의 수준인가.

    “우리 국민의 헌혈자 수는 150만명 정도다. 이는 우리 인구에 비하면 세계적으로 높은 수준이다. 2003년에 나온 통계이긴 하지만 한국의 인구1000명당 헌혈자수는 30.3명이었는데 이는 네덜란드의 30.6명에만 약간 뒤졌을 뿐 독일(28.6명) 영국(27.8명) 스페인(26명) 이탈리아(25.6명) 등보다 앞섰다. 캐나다(퀘벡 제외)의 경우 18명에 불과했다.

    ▶ 우리나라의 혈액 수급 상황은 어떤가.

    “고령화 사회가 될수록 혈액 수요가 늘어나는 게 통례다. 백혈병 등 암 환자가 늘고 이를 치료하는 병원도 많이 생겨 수술을 받는 사람도 많아지지 때문이다. 혈액은 보관 문제가 있기 때문에 일반 공산품과는 달리 무조건 많이 받는다고 좋은 것은 아니다. 적혈구는 최대 35일밖에 보관할 수 없고 혈소판은 보관 한계가 5일이다. 그러므로 수요량을 정확히 예측해 헌혈량을 적당히 조절하는 게 필수적이다. 다행히 현재 각 시기별로 수급 관리에는 별 문제가 없는 편이다.”

    ▶ 헌혈자가 늘었다고는 해도 일부 언론매체는 ‘헌혈자의 편중 현상이 심하다’고 문제를 제기하기도 했다.

    “10~20대가 헌혈을 많이 해서 나오는 말인 것 같은데 우리 과제는 이들이 30~40대가 돼서도 꾸준히 헌혈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사실 젊은층이 헌혈을 많이 하는 것은 좋은 일이다. 대체로 혈액의 건강도 젊을수록 좋다. 일본은 중년층 헌혈자 비율이 높은데 일본은 오히려 우리를 부러워 한다”

    ▶ 헌혈을 잘못해 에이즈에 감염되거나 병을 얻을 수 잇다고 걱정하는 사람도 있다.

    “그건 헌혈과 수혈을 혼동하는 데서 나온 완전한 오해다. 헌혈로 에이즈에 감염될 확률은 0%, 전무하다. 여러 관리단계가 있기 때문에 에이즈에 감염된 혈핵을 헌혈하는 것도 시스템상 불가능하다. 전혀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것을 과학적으로 입증할 수 있다. 안심하시기 바란다”

    ▶ 헌혈을 해 주는 국민에게 하고 싶은 말은 .

    “헌혈자 최고치를 기록해 주신 우리 국민을 믿는다. 자신의 피를 공여하는 것이라서 헌혈을 권리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나는 헌혈을 문화시민의 의무라고 생각한다. 무슨 계기가 있을 때마다 헌혈자 수가 늘고 하는 편인데 앞으로는 국민들께서 시기에 관게없이 꾸준히 도와주셨으면 한다. 등록제를 통해 헌혈 예약이나 계획을 세우고 이를 실행하면 혈액 수급관리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