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span style=로버트 올리버가 1954년 펴낸 'SYNGMAN RHEE-The Man Behind the Myth'. ⓒ 뉴데일리 " title="▲ 로버트 올리버가 1954년 펴낸 'SYNGMAN RHEE-The Man Behind the Myth'. ⓒ 뉴데일리 ">
    로버트 올리버가 1954년 펴낸 'SYNGMAN RHEE-The Man Behind the Myth'. ⓒ 뉴데일리

    1992년 어느 날이었다. 일과를 마치고 영국 런던 중심가인 옥스퍼드 거리(Oxford Circle)을 찾았다. 중고책 서점이 많은 곳이었다. 허름한 건물의 지하서점에서 아시아 코너의 책들을 구경하다가 구석에 먼지를 뒤집어쓴 책 한 권이 눈을 끌었다.

    'SYNGMAN RHEE-The Man Behind the Myth'. 건국대통령 이승만의 전기였다. 저자는 로버트 올리버(Robert T. Oliver). 검은 표지의 하드판이었지만 퇴락한 선비의 옷자락을 걸친 듯 했다. 380쪽의 책은 누렇게 변질되어 있었다.

    ‘세상에, 우리 대통령의 책이 이렇게 초라한 몰골로 여기 꽂혀 있다니…’ 부끄러움에 옆 사람이라도 볼까봐 얼른 값을 치르고 리젠트 스트리트로 걸어 나갔다.

    ‘이건 아니지, 그래 이건 아니야.’ 그 낡고 볼 품 없던 책은 영국 근무를 마치고 서울로 돌아온 지 17년 만에 새로운 모습으로 세상에 선보인다.

    서정락 경일대 국제통상학과 겸임교수가 최근 로버트 올리버가 1954년 펴낸 'SYNGMAN RHEE-The Man Behind the Myth'를 ‘대한민국 건국대통령 이승만’이란 이름으로 번역해 펴냈다. 이 책은 지난 2002년 3월 황정일씨가 건국대 출판부를 통해 첫 번역본을 펴낸 바 있다.

    서 교수는 1941년 경주 출생으로 경영학을 공부한 사람이다. 미국 텍사스의 달라스 대학교에서 경영학 석사를, 대구대에서 경영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1968년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에 입사해 시드니, 카이로, 런던 등을 거쳐 중국 베이징본부장을 끝으로 1999년 퇴임한 ‘KOTRA맨’이기도 하다.

    경영학 학자가 이승만 전기? 어울리지 않는다. “저 역시 이승만 대통령에 대해 커다란 오해를 안고 평생을 살았습니다. 독재자라는 것이었죠. 평생 무역 일만 하다 보니 역사에 신경을 쓸 일도 없었는데 은퇴하고 학교에서 강의를 하다가 우연히 이승만 대통령을 다시 만나게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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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정락 경일대 국제통상학과 겸임교수 ⓒ뉴데일리

    지난 2007년 서울 정동교회에서 열린 건국60주년기념사업회의 한 행사에 참석했던 서 교수는 뜻밖에 많은 사람이 이승만 박사의 정신을 잇고 건국대통령으로서의 그의 업적을 제대로 알리려 노력하는 모습을 보며 감동을 받는다.

    ‘아,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없을까’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리고 이 대통령을 위해 뭔가 해야 한다는 의무감 같은 것이 생겼습니다.”

    카이로에서 근무하던 중 이스라엘을 방문했을 때의 감회도 새롭게 떠올랐다. “이스라엘의 공항 이름이 벤구리온 공항입니다. 초대 대통령 아름을 딴 거죠. 그때도 우리나라엔 왜 건국대통령의 이름을 딴 공항이나 건물이 없을까 하는 생각을 했었습니다.”

    감동을 안은 채 집에 돌아온 그는 오랜 짐 보따리에서 'SYNGMAN RHEE-The Man Behind the Myth'를 꺼내들었다. “2002년에 나온 번역본도 있지만, 이걸 제대로 번역해보자는 결심을 했지요.”

    매일 아침 4시반부터 6시까지 번역에 몰두했다. 하루 3쪽 분량을 할 수 있었다. 번역을 마칠 때까지는 1년여가 걸렸다. 컴퓨터와 친하지 않은 서 교수는 일일이 원고지에 육필로 작업을 했다. “원고를 우리말로 옮기면서 이 대통령의 탁월한 혜안이나 위대한 영도력에 가슴 벅차올랐던 적이 한두 번이 아닙니다. 이 대통령은 하느님이 우리나라를 위해 보내주신 가장 커다란 축복입니다.”

    그는 이 책이 어서 보다 많은 국민들에게 읽혀지기를 바라는 마음에 ‘정말 신명나게’ 번역을 했다고 말했다.

  • ▲ <span style=서정락 교수가 새로 펴낸 '대한민국 건국대통령 이승만' ⓒ 뉴데일리 " title="▲ 서정락 교수가 새로 펴낸 '대한민국 건국대통령 이승만' ⓒ 뉴데일리 ">
    서정락 교수가 새로 펴낸 '대한민국 건국대통령 이승만' ⓒ 뉴데일리

    서 교수는 이전 책의 오류도 바로잡고 생략되었던 부록까지 꼼꼼하게 새 책에 옮겼다. “올리버의 이 책은 해방 후 이승만 박사가 귀국해서 건국까지의 유일하고 가장 정확한 자료라고 평가할 수 있습니다.”

    그는 이 책을 ‘겨우’ 300권 인쇄했다. 자비 출판이다. “넉넉하지 못한 속에서 전국의 약 200개 대학에 한 권씩 보낼 생각이었습니다.”

    서 교수는 “이 땅의 오늘을 사는 젊은이들일수록 이승만 박사를 바로 알고 그 정신을 이어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 예로 6.25가 발발했을 때 이 대통령은 폴란드를 떠올렸습니다. 폴란드가 침공 받았을 때 동맹국이던 영국이 지원에 나섰지만 늦어서 패망했거든요. 이 박사는 ‘늦으면 안된다’는 생각에 바로 맥아더 사령관에게 전화를 합니다. 그래서 미군의 지원을 얻을 수 있었지요.”

    서 교수는 “책을 번역하면서 ‘그때 이분이 아니었으면’하고 전율을 느낀 적도 많았다”고 말했다. 그는 “이 책이 우리 건국대통령이 얼마나 훌륭한지를 깨닫는 데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몇 번이나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