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천신공항고속도로, 신대구~부산간고속도로 등 민간자본이 투입된 주요 사회간접자본(SOC)사업이 적자에 허덕이면서 세금 먹는 ‘하마’로 전락하고 있다.

    민간업체들은 SOC 사업에 참여하면 정부가 20년간 80~90%의 수익을 보장해주고 있다. 예를 들어 추정 운영 수입보장 상한액이 연간 1000억원이고 실제 수입액이 400억원이라면 차액인 600억원의 90%인 540억원을 정부가 보전해주는 것이다. 이런 이유로 사업이 추진될 당시에 예측한 통행량이 실제 통행량을 크게 밑돌면서 매년 1000억원이 넘는 국비를 낭비하고 있으며 이같은 운영수입 보장제도가 도로 운영업체의 방만경영을 부추긴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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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공항 고속도로 톨게이트 전경 ⓒ연합뉴스

    민자도로 수조원 적자사태.. 도로공사와 상반

    국회 국토해양위 소속 정진섭 한나라당 의원이 국토해양부 등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신공항고속도로의 경우 작년까지 8년간 손실보전 국고지원액은 총 6973억원이다. 또 대구부산간 고속도로에 1146억원(3년간), 천안~논산간 고속도로 2446억원(6년간), 서울외곽고속도로 66억원(3년간)이 투입됐다. 연평균 지원액을 기준으로 잔여기간 동안 투입될 국비를 산출해보면 이들 4개 도로에 향후 추가로 지원해야 할 국비만도 2조2736억원에 달한다.

    이와 함께 개통한지 얼마 안 된 부산~울산 간 고속도로, 서울~춘천 간 고속도로, 용인~서울 간 고속도로를 비롯해 건설 중에 있는 서수원~오산~평택 간 고속도로 등을 더하면 앞으로 지출할 국비는 천문학적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이처럼 적자 폭이 상당한 데에는 예측 수요량 부풀리기가 주원인으로 작용한다. 민자유치 사업은 정부고시사업과 민간제안사업 등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정부고시사업은 사업구간과 노선 설정, 사업타당성 조사 등 모든 부분이 정부주도 하에 진행되는 것이고 민간제안사업은 말 그대로 정부가 사업구간을 설정하면 민간이 사업성을 검토해 노선 등을 정부에 제안하는 방식이다. 다만 두 형식의 사업 모두 사업추진에만 급급, 사업성을 크게 부풀려 적자에 적자 사태를 빚기는 마찬가지다.

    정부고시사업으로 진행된 신공항고속도로 경우 국토해양부(당시 건설교통부)가 민간업체인 Y사에 의뢰해 통행량 예측조사를 했다. 당시 조사된 통행 예측량은 2006년 12만5322대, 2007년 13만1965대, 2008년 13만8930대 등으로 작년까지 8년간 총 102만7353대. 그러나 한국도로공사가 통계한 실제 통행량은 예측량의 절반 수준에도 미치지 못하는 2006년 6만5571대, 2007년 6만8711대, 2008년 6만4956대 등으로 8년간 총 48만3355대에 불과했다.

    민간제안사업으로 시행된 대구부산고속도로 역시 운영업체인 신대구부산간고속도로(주)가 한국교통연구원에 의뢰해 실시한 예측량 조사결과 2006~2008년까지 3년간 예측량은 16만5854대였지만 실제 통행량은 9만6004대밖에 되지 않는 등 국비가 지원된 4개 민자도로 사정 모두 비슷한 실정이었다.

    예측 통행량이 부풀려진 데 대해 국토해양부 관계자는 “여러 여건을 감안해 수요량을 예측했지만 항공수요 문제와 주변개발이 지연된 부분이 커 다른 민자도로와는 사정이 다르다는 걸 감안해야 한다. 일부러 뻥튀기 했다고 주장하는 건 곤란하다”고 해명했다. 신대구부산고속도로(주) 관계자는 “우리가 수요를 늘려달라고 요청한 것도 아니고 그렇게 할 수도 없다”며 용역을 맡은 연구원에 책임을 돌렸고 연구원 측은 “당시 수요조사를 진행했던 연구원이 전부 다 퇴사한 상태라 정확한 내용을 확인해 줄 사람이 없다”고만 했다.

    반면 도로공사가 운영하는 고속도로의 사정은 달랐다. 도로공사 관계자는 “도로공사에서 운영하는 고속도로는 일부 구간을 제외하고 개통 2~3년 정도 되면 실제수요가 예측수요에 거의 90% 가량 따라가고 있다”고 밝혔다. 실제 도로공사 자료에 따르면 서해안 고속도로의 경우 예측 통행량은 2007년 3만9975대, 2008년 4만2314대였으며 실제 통행량도 2007년 3만1126대, 2008년 3만4360대에 달했다. 이는 예측량 대비 실통행량이 81% 수준으로, 전국 고속도로가 전반적으로 80~90%대를 웃돌아 민자도로와 상반됐다.

    민자도로 운영회사는 국토해양부, 도로공사 등과 함께 업무협의를 갖고 수요량 증가를 위한 나름의 대책을 고심하고 있지만 명확한 결과물을 내놓지는 못하는 실정이다. 업계 관계자는 “수요량을 늘리기 위한 방안이라고 해봐야 표지판 추가 설치와 홍보강화 같은 게 전부”라고 전했다.

    수요예측 실패와 부적절한 리스크 분산이 국비낭비 초래

    한국교통연구원에서 근무했던 김태승 인하대 물류전문대학원 교수는 민자도로 문제점의 원인으로 ‘수요예측 실패’와 ‘리스크 분산 문제’ 두 가지를 들었다. 김 교수는 “공공기관이나 민간이 의뢰한 연구기관에서 수요예측을 할 때 보수적으로 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사업이 진행돼야 한다’는 강박관념을 갖기 때문에 차량통행 예측량이 부풀려진다”고 밝혔다. 사업이 추진되어야 한다는 가정 하에 조사를 진행한다는 설명이다. 김 교수는 리스크 분산 문제와 관련해서도 “사업에 리스크가 발생할 때 이를 민간과 공공이 분담을 해야 하는데 결국 공공이 다 부담한다”면서 “사실상 민간은 손해 안보고 돈만 벌게 되는 형국”이라고 꼬집었다.

    민자도로, 통행료도 비싸 SOC 목표 훼손 우려
    국회 예산처, 민자도로 잔존가치 ‘매입’ 의견 내놔

    민자도로의 비싼 통행요금도 문제다. 시민.사회단체들로부터 요금인하를 요구받고 있는 신공항고속도로의 통행요금은 1종 소형 기준으로 km당 부가세를 포함해 200원 수준. 도로공사 운영 고속도로는 왕복 6차로 이상 개방식 기준으로 기본료 689원에 km당 48.6원. 거리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신공항고속도로가 기본적으로 3배 가까이 비싸다는 계산이 나온다.

    이와 관련해 신공항고속도로 운영회사인 신공항하이웨이(주) 측은 “투입된 비용이 있고 한정된 기간 안에 (투자금을) 회수해야 하기 때문에 투입된 자금과 장래에 들어올 금액이 같아지는 시점에서 단가가 나온 것이라 요금이 다소 비쌀 수밖에 없다”고 해명했다.

    이렇다보니 이용객 입장에선 2배나 비싼 요금을 내고, 운영적자를 세금으로 메우면서까지 민자도로 사업을 해야만 하는지에 대한 의문이 생길 수밖에 없다. 민자유치가 국민 편익증진이라는 SOC 사업의 근본적 목표를 훼손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정부는 국비손실을 줄이기 위해 최근에 개통된 민자도로에 대해 20년이던 수입보장 기간을 10~15년간으로 단축했지만, 근본적인 대책이 되기는 힘들다는 게 관련 전문가들의 견해다.

    이런 가운데 국회 예산정책처에서도 “정부가 재정부담을 줄이는 방법으로 민자고속도로의 잔존가치를 매입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은 만큼 민자도로 사업 전반에 걸친 시스템 제고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