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명박 대통령은 21일(현지시간) "북한 경제상황이 좋아져야 통일을 생각할 수 있다"고 말했다. 유엔총회 참석차 미국 뉴욕을 방문 중인 이 대통령은 이날 미국외교협회(CFR), 코리아소사이어티, 아시아소사이어티 등이 공동주최한 오찬간담회에서 "우리는 통일이 중요하긴 하지만 통일보다 중요한 것은 남북한이 화평하게 지내는 것, 그리고 그리고 북한 경제적 상황이 더 향상되도록 해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 ▲ <span style=21일(미국 현지시간) 미국외교협회, 코리아소사이어티, 아시아소사이어티 공동주최 오찬에 참석한 이명박 대통령 ⓒ연합뉴스" title="▲ 21일(미국 현지시간) 미국외교협회, 코리아소사이어티, 아시아소사이어티 공동주최 오찬에 참석한 이명박 대통령 ⓒ연합뉴스">
    21일(미국 현지시간) 미국외교협회, 코리아소사이어티, 아시아소사이어티 공동주최 오찬에 참석한 이명박 대통령 ⓒ연합뉴스

    이 대통령은 "(남북간 경제) 격차가 너무 벌어져서 (통일이) 힘들다"면서 "그래서 우리는 북한이 핵을 포기하면 지원하려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연설에서 " 6자회담을 통해 북핵 프로그램 핵심 부분을 폐기하면서 동시에 북한에 확실한 안전보장을 제공하고 국제지원을 본격화하는 일괄 타결, 즉 '그랜드 바겐(Grand Bargain)'을 추진해야 한다"고 역설한 데 이은 것이다. 이 대통령은 "북핵의 완전한 폐기라는 본질적 문제를 젖혀둔 채 핵동결에 타협하고 이를 위해 보상하고 북한이 다시 이를 어겨 원점으로 회귀하는 지난 20년의 전철을 되풀이해서는 안된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이 대통령은 "북한은 지난 2005년 '9.19 협의' 이후 6자회담 과정에서 농축우라늄이 없다고 분명히 밝혔으나 지난달 농축우라늄을 보유하고 있고 개발하고 있다고 스스로 얘기했다"면서 "아직 알 수 없지만 최악 상황을 놓고 협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남북한이 양쪽에서 쓰는 국방비를 절약할 수 있으면 한반도의 남북한 국민의 삶의 질이 굉장히 높아질 것"이라며 "그러나 북한은 지금 인구의 3분의 1이 굶주린 상태에 있다"고 지적했다. 또 "우리는 예멘에서 볼 수 있었던 무력이 행사된 통일은 결코 원하지 않는다"면서 "우리는 평화적 통일을 원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이 대통령은 "(북한이) 다른 위험한 국가들과 거래했을 가능성은 있다고 보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이 대통령은 "북한과 관련된 문제는 핵 문제 뿐 아니라 대량살상무기, 인권 등 여러가지 논의해야 할 대상이 있다"면서 "그런데 핵문제가 해결되면 오히려 다른 문제는 따라서 쉽게 풀릴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 대통령은 글로벌 경제위기와 관련, "지금은 극복하는 과정이지만 위기가 끝난 이후에 세계가 글로벌 균형을 유지해야 한다"면서 "지나친 불균형(imbalance)이 됐을 때 여러 문제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G20, 국제통화기금(IMF) 등을 통해 어떻게 해결해 나갈 것인가 하는 문제가 남아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내년 하반기쯤 위기 이후(post-crisis) 문제 가운데 하나로 이런 불균형을 어떻게 조정할 것인가 하는 사안이 (논의에) 포함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 대통령은 "아직 확실하지 않지만 (G20 정상회의가) 내년 중 한국에서 열릴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한국에서 열릴 때쯤 경제위기에서 벗어날 시점 정도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공식 오찬연설에 이어 진행된 이날 간담회에서 이 대통령은 참석자의 현안 관련 질문에 진지한 자세로 답변하면서도 때때로 농담을 주고받으며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이 대통령은 CFR 이사장인 로버트 루빈 전 미국 재무장관이 "이 대통령이 영어를 잘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굳이 통역을 기다리지 않아도 된다"고 말하자 "루빈 장관도 한국말을 잘하는 것으로 안다. (통역) 헤드셋이 필요없는 것 아니냐"고 받아넘겼다. 이에 루빈 전 장관이 "저는 헤드셋을 쓰고 있는 모습이 잘 어울린다"고 다시 농담하자 이 대통령은 "그럼 계속 쓰고 계셔도 좋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