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7월 한 공공기관에 '파격적'인사가 났다. 기존의 세개 공공기관을 통합해 몸집을 불린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이 그 주인공이다.

  • ▲ 김희정 한국인터넷진흥원장.ⓒ 뉴데일리
    ▲ 김희정 한국인터넷진흥원장.ⓒ 뉴데일리

    인터넷 관련 최고 국가기관인데 이곳의 수장으로 올해 만 38세의 여성 정치인이 왔기 때문이다. 주인공은 김희정 원장. KISA는 공공기관이지만 그동안 정치인이 가던 곳은 아니다. 인터넷이란 특수성 때문에 관련 기술을 갖고 있는 인물이 이곳의 수장을 맡아왔다. IT 업계는 물론 정치권에서도 KISA 원장 인사를 파격적으로 본 이유도 여기에 있다. 

    보통 공공기관에 정치인 출신이 임명되면 '낙하산'이란 꼬리표가 붙는데 김 원장은 예외였다. 정치인 출신인 만큼 '전문성 논란'이 불거질 수 있었지만 김 원장의 IT 관련 이력은 이를 잠재웠다. 의원시절 국회 과학기술정보통신위원회에서 활동하며 4년 연속 우수국회의원으로 선정되는 등 맹활약을 했다. 헌정 사상 처음 전자투표 시스템을 도입하고, 국회 상임위 회의에서도 동영상과 파워포인트 등을 이용해 질의를 하는 등 국회의 디지털화에도 큰 몫을 해 주목을 받은 바 있다.

    한나라당내에 디지털정당위원회를 신설한 장본인이기도 하다. 김 원장은 초대 위원장을 맡아 불모지나 다름없던 사이버 공간에서의 당 지지율을 1등으로 끌어올리는 데 큰 역할을 했다. 2005년 5월 1일 한나라당 홈페이지가 방문자수 1위를 차지하자 당시 사무총장이던 김무성 의원은 "당 사이버 홍보사상 일대 획을 긋는 사건"이라고 평하기도 했다. 김 원장은 당시 박근혜 대표와 이명박 서울시장 등은 물론 당내 유력 정치인들의 애장품을 인터넷 경매로 내놓고, 이들의 어릴 적 사진을 공개하는 등의 이벤트를 통해 노쇠한 이미지의 한나라당을 탈바꿈 시켰다는 평을 받기도 했다.

    의원 시절에는 IT관련 입법에도 힘썼다. 실제 현재 김 원장이 추진 중인 스팸메일 사전규제의 경우 의원시절 이미 법안으로 제출한 바 있다.  

    30대의 젊은 여성 공공기관장이란 점 때문에 임명 초기 조직 장악력 등 '리더십'에 의문부호가 달렸지만 KISA 안팎 모두 성공적이라 평하고 있다. 그간 기술적인 부분 보다 제도적 보완 미비로 어려움을 겪었으나 김 원장이 취임 뒤 청와대와 정부 여당과 적극 소통하면서 KISA 내부에서도 기대가 크다. 

    조직 장악력 부분도 KISA란 기관의 특수성이 오히려 김 원장에게 플러스가 됐다고 한다. 다른 공공기관과 달리 IT 관련이라 구성원들의 연령이 상대적으로 젊어 소통이 더 수월하다는 게 김 원장의 설명이다. 김 원장은 "팀장 이하는 거의 나와 비슷한 연배라 훨씬 더 소통을 잘 할 수 있다"면서 "사이버 상의 가장 큰 장점이 소통이고, (KISA 구성원들도) 자신들과 비슷한 세대의 기관장이 와 늘 자유롭게 대화할 수 있는 것은 내가 가진 장점"이라고 자신했다. 또 젊은 여성 기관장임에도 지역구 의원으로 활동할 당시 가장 관리가 힘들다는 정당조직을 이끈 경험도 있어 조직 장악력에 대한 우려도 씻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