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의료진이 비만이 아닌 50대 당뇨병 환자에게서 십이지장을 떼어내는 외과적 수술로 당뇨병을 완치하는데 성공했다.

    이는 최근 국내에서 비만 환자의 2형당뇨병을 수술로 치료했다는 발표가 나온 데 이은 것으로, 비만이 아닌 `마른 당뇨' 형태의 2형당뇨병 환자가 많은 국내 현실을 고려할 때 당뇨 치료에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인하대병원 일반외과 허윤석 교수팀은 2형 당뇨병을 앓고 있는 53세 교포여성(홍콩)을 대상으로 십이지장을 잘라내는 우회로 수술을 한 결과, 혈당치가 정상으로 떨어져 당뇨병이 치료된 것으로 확인됐다고 3일 밝혔다.

    의료진에 따르면 이번에 수술받은 여성은 1년6개월전에 당뇨병 진단을 받은 뒤 매일 52유닛(U)에 달하는 인슐린 주사를 맞을 정도로 중증 상태였다. 비만도를 가늠하는 체질량지수(BMI)는 수술 당시 25였지만, 평상시에는 정상치인 22.5 정도로 소위 `마른당뇨'에 해당됐다.

    이 여성을 상대로 의료진은 음식물이 흘러가는 길에서 `십이지장'을 잘라내 빼버리고, 음식물이 바로 소장으로 내려가도록 하는 외과적 수술을 했다.

    십이지장을 잘라낸 것은 십이지장 부위의 당 흡수율이 높아 당뇨가 발생한다는 고전적 이론에다, 뒤쪽 장(腸)에 있는 세포들이 인슐린에 대한 감수성이 떨어져, 당에 저항하는 능력을 전반적으로 저하시킨다는 미국과 유럽의 최근 연구결과에 따른 것이다.

    유럽의 경우 이미 이 같은 메커니즘을 정설로 받아들여 십이지장을 떼어내는 수술법으로 당뇨를 치료하고 있다. 따라서 이번 수술은 최근 유럽에서 당뇨치료에 시행되고 있는 `십이지장 적출술'을 국내에서도 적용한 셈이 된다.

    수술 직후 이 여성의 공복혈당은 100g의 포도당을 주입한 후 30분 단위로 검사한 결과, 30분 후에 82, 30분~3시간 뒤에는 150~170으로 정상치 안에 들었다.

    수술 전 이 여성의 공복혈당이 평상시 150에서 포도당 주사 30분 후에는 250으로, 1시간 뒤에는 350까지 각각 치솟았던 점을 고려하면 극적인 치료 효과라는 게 의료진의 설명이다.

    허윤석 교수는 "수술 후 식사를 시작하는 시점부터 당뇨가 조절돼 식사 시작 당일에 인슐린을 끊었고, 현재는 혈당 검사도 하지 않고 일반식사 및 생활을 하고 있다"면서 "비만수술의 경우 위장을 축소하고, 소장을 연결시켜 위장의 기능이 없어지게 되지만 이 수술은 위장이 그대로 남아있어 위가 없어져 생기는 불편도 없고, 아직까지 부작용도 나타나지 않았다"고 말했다.

    허 교수는 "이번 임상결과를 관련 학회와 학술지에 공식 발표함으로써 국내에 많은 마른당뇨의 표준 치료법으로 적용할 수 있을지를 검토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