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속노조 현대자동차지부가 산별노조 체제를 마무리하려는 금속노조의 방침과 다른 길을 택하면서 갈등을 예고하고 있다.

    현대차지부는 지난달 29일 대의원대회에서 현행 기업지부(기업노조) 체제로 새 집행부 선거를 치르기로 결정한 뒤 여름휴가가 끝난 다음에 선거일정을 확정하기 위해 선거관리위원회의 8월 10일 개최를 공고했다.

    상급단체인 금속노조는 최근까지 완전한 산별노조를 만들기 위해 규약과 규정에 따라 현재 기업지부로 남아있는 현대차지부를 비롯한 5개 기업지부를 모두 지역지부로 소속을 바꾸도록 했다.

    현대차지부는 이에 맞춰 지부 규약과 규정을 개정하려고 했지만 내부 결론을 내지 못하면서 금속노조의 방침에 따르지 못해 갈등 양상을 빚게 됐다.

    조직체제 전환에 결론은 내지 못했지만 하루속히 새 집행부를 선출해야 할 상황이어서 지역지부가 아닌 현행 기업지부 체제로 선거를 실시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현대차지부는 금속노조의 규약·규정대로 오는 10월부터는 무조건 지역지부로 변신해야 하나 일단은 기업지부를 유지하기로 했다. 그러나 10월 이후에도 지역지부 전환에 결론을 낼 수 있을지는 여전히 의문이다. 이는 나머지 기업지부인 기아차와 대우차, 쌍용차, 만도지부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이 때문에 현대차지부의 일부 현장노동조직은 금속노조의 방침에 따라 지역지부 체제로 먼저 바꾼 뒤 선거를 해야 하는 게 아니냐면서 반론을 제기하고 있다.

    지역지부로 전환하면 현대차지부 산하로 전국에 흩어진 울산, 전주, 아산, 모비스, 남양, 정비, 판매위원회 등 7개 위원회가 금속노조의 지역지부로 소속이 바뀐다.

    그동안 기업지부였던 현대차지부 산하에 편제되는 것이 아니라 해당 지역지부인 금속노조 울산지부 현대차지회, 금속노조 전북지부 현대차지회, 금속노조 아산공장 현대차지회 등으로 변경되는 것이다.

    현대차지부 내에서는 이 경우 그동안 지부를 중심으로 한데 힘을 모았던 이들 위원회와 전국의 조합원이 가리가리 찢어져 조직력이 훼손되고 고용불안이 야기될 것으로 우려하는 시각이 적지 않다.

    지역지부로 바뀌면 금속노조의 핵심사업장이라는 현대차지부의 위상이 격하되고 산하 각 위원회 또한 금속노조의 각 지역지부에 소속되면서 일개 지회에 그치고 만다는 것이다.

    반면 금속노조는 현대차를 포함한 현행 기업지부 5곳의 지역지부 전환이 지역을 중심으로 하는 산별노조의 완성에 필요한 마지막 단계로 보고 있다.

    현대차지부는 지난 대의원대회에서 지금의 기업지부를 지역지부로 바꾸기 위한 여러 방안을 표결에 부쳤지만 죄다 부결됐다. 하지만 현행 기업지부를 그대로 둔 채 신임 집행부를 뽑자는 상정안은 3분의 2의 찬성으로 여유 있게 통과됐다. 고육지책이지만 현재의 기업지부 형태를 지속하고 싶은 의중이 드러난 것이다.

    2006년 산별노조로 전환된 뒤 금속노조의 핵심사업장임에도 오히려 위상이 떨어지고 실질적인 권익 향상을 누리지 못했다는 부정적 인식이 현대차지부 조합원 사이에 팽배해 있다는 것이다. 이 같은 현장 조합원의 민심이 대의원대회에서 반영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현장 조합원의 정서와 별개로 10월부터는 무조건 산별노조를 완성한다면서 지역지부로 바꾸려는 금속노조의 무리한 추진 또한 현대차지부로서는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울산=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