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민주노총이 잇따라 전해지는 소속 노동조합들의 '탈퇴 움직임'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16일 노동계에 따르면 조합원이 3만여명에 이르는 KT노조는 정치투쟁을 떠나 조합원의 권익 보호에 집중하겠다며 17일 상급단체 탈퇴를 두고 찬반투표를 벌일 계획이다. KT노조는 민주노총 산하 산별노조의 하나인 IT연맹 노조원의 대부분을 차지하기 때문에 탈퇴가 가결되면 산별노조 하나가 사실상 와해할 가능성도 있다.

    여기에 지역지부 전환 방침이 갈등의 원인으로 성격은 다르지만 금속노조 산하 현대자동차 정비위원회도 탈퇴를 거론하는 등 반발 기류가 감지되면서 상황이 예사롭지 않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민주노총은 겉으로는 태연한 입장을 유지하면서 사태를 주시하고 있다. 민주노총 관계자는 "노조의 가입과 탈퇴는 해당 노동자들이 자주적으로 결정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이 관계자는 "탈퇴를 결정하는 과정에 회사 측의 부당한 압력이나 보수단체의 개입이 있다면 자주적 단결권을 막는 행위로 판단해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노총은 이날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KT노조의 찬반투표에 사측의 개입과 부정행위가 적발되면 묵과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거대 사업장인 KT노조의 탈퇴 움직임과 금속노조 내부 갈등의 노출은 민주노총과 거리를 두는 다른 소속 노조들의 반발 움직임을 가속화할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그러나 민주노총은 2004년 현대중공업 노조가 제명됐을 때 일반적 예상과 달리 큰 타격을 입지 않았고, 거리를 두던 노조의 탈퇴는 오히려 남은 노조의 결속력을 다지는 계기가 됐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민주노총 관계자는 "인천지하철 노조가 탈퇴했을 때 부산지하철 노조는 `민주노동 운동'을 더 열심히 하겠다고 성명을 냈다. 연쇄작용이 있을 것이라는 우려가 있지만 그 반대로 생각할 여지도 많다"고 말했다.

    올해 상반기 정치투쟁에 집중하는 노동운동을 그만둔다며 민주노총을 탈퇴한 노조는 인천지하철공사, 인천국제공항공사, 영진약품, 그랜드힐튼 호텔 등 10여 곳이다. 민주노총은 일각에서 이를 `이탈 도미노 현상'이라고 규정함에도 "노조의 투쟁은 사측뿐만 아니라 정부를 상대로 펼쳐질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정치투쟁일 수밖에 없다"는 원론을 고수하고 있다.(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