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강경근 숭실대 법대 교수 
    ▲ 강경근 숭실대 법대 교수 

    ‘법치’ 확립은 우리가 선진국가로 가기 위해서는 반드시 거쳐야 할 길이다. 민주주의가 87년 헌정 체제의 핵심가치여서 역대 정부에서 그 실현에 주력하였다면, 이명박 정부는 그간 상대적으로 취약성을 보여 왔던 법치주의의 초석을 놓아야 할 시대적 소명을 부여받고 있다. 87년 헌정 20년의 지금 포퓰리즘적 민주가 대의정을 기반으로 하는 법질서를 파괴하기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쇠고기 촛불시위와 용산사고 그리고 판사들의 집단행동과 교수 시국선언 등은 그 연속선상에 있다.

    법치국가의 요소인 정부, 공권력 그리고 법과 질서에 대한 존중 없는 민주는 헌법국가에서의 국민-국가간 소통의 정당한 방식이 되지 못한다. 이명박 정부의 취임사가 법과 질서를 국정의 기본으로 삼겠다 한 것은 법을 통로로 치자와 피치자간의 대화 즉 소통을 하겠다는 법치국가의 선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법과 질서를 무시하면서 정부에 소통을 하라고 강요하는 작금의 선언과 행동들은 국민의 선거로 민주적 정당성을 부여받은 지금의 민주정부를 정통성을 흠결했던 87년 이전의 정치체제로 곡해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가 세계 10위권의 시장경제국가에서 15위권으로 밀리게 된 것은 시장경제의 발전이 법치주의를 기반으로 해서만 존재할 수 있음을 잊었기 때문이다. 그만큼 법치국가가 후퇴하였음을 의미한다. 법치의 질서를 전제로 해서만 국민과 정부의 소통이 정규적으로 이루어지면서 경제적 삶의 풍요도 이루어질 수 있음을 외면한 결과이다. 이는 법치가 이념의 좌표가 아니라 우리들 실생활의 문제임을 바로 보게 해 주는 것이다.

    법치를 세우려면 우리 사회가 범죄에 대한 형벌의 인식에 있어서 자기책임이 아닌 타인 책임 내지 사회 책임을 강조하는 온정주의의 함정에서 빠져나와야 한다. 이명박 정부가 엄벌의 구두탄을 되뇌는 대신 범죄자 자신의 개인 책임을 분명히 묻고 있는 것은 올바른 선택이다. 헌법적 근거도 있는 일이다. 제13조 제3항의 “모든 국민은 자기의 행위가 아닌 친족의 행위로 인하여 불이익한 처우를 받지 아니한다.” 함이 그것이다.

    이는 민사건 형사건 그 책임의 귀속 관계는 자기책임 내지 개인책임으로 하겠다는 입헌적 자유민주주의의 정체성을 확인한 규정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 사회는 사법질서인 민사나 상사 관계의 주체들이 자기책임을 상당한 수준의 국제적 레벨로 지켜 나가는데 비하여 국가와 개인간 관계나 형사책임 특히 집단의 행동 등에서는 이를 관철시키지 못해 왔다. 한국 사회가 법치 수준을 유지할 수 있으려면 이 점을 각성해야 한다.

    현 정부가 그래도 여론의 지지를 계속적으로 지켜 나갈 수 있는 것은 한국 사회 법치의 관건이 되는 대북관계, 전교조, 민노총 그리고 집단행동들에 대한 민, 형사 등의 책임을 조용하게 그러나 엄격하게 묻기 때문이다. 이는 강한 공권력을 앞세운 우파 국가를 현시하는 것이 아니다. 공권력과 형벌의 책임 영역에 있어서도 시장의 원칙 즉 자기책임과 과실책임 등의 헌법적 가치가 관철되도록 하는 헌법국가의 길로 가는 것일 뿐이다.

    정상적인 사회라면 자생적으로 형성한 자유의 원칙 즉 책임과 비용의 배분관계가 ‘각자에게 그의 것’을 주고받는다는 점을 각성케 해야 한다. 그 각성은 윗물이 먼저 맑아야 하듯, 대통령이 지금과 같이 조용하지만 단호한 모습을 보이고 이런 가치를 공유할 수 있는 시민교육이 함께 해야 한다. 그게 선진국 법치의 글로벌 스탠다드인 시장경제적 법치이며 실용과 중용의 이념이다. 이런 법의식에 입각한 제도와 질서야말로 한 사회의 법치국가적 수준을 높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