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한 진보 성향의 신문에서 '한국사회, 소통합시다'라는 기획을 연재하고 있다. 기획의 성공여부를 떠나 이러한 신문에서 그간 볼 수 없었던 좌우 인사들의 목소리가 '소통'이란 주제로 동등하게 반영되고 있다는 점은 충분히 평가할 만하다.

    좌우소통론이 공식적으로 처음 제기된 때는 강준만, 원용진, 조흡 등 진보적 학자들이 소통포럼을 구성하여 첫 세미나를 열었던 2008년 9월 6일이다. 그 직후 9월 30일, 보수우파 시민단체 30여개로 구성된 미디어발전국민연합(이하 미발연)측이 창립식에서 진보좌파 진영의 언론연대측에 대화를 제안하였다. 실제로 미발연의 2008년 12월 23일 언론관계법 토론회에 언론연대의 양문석 사무총장이 참석하기도 했다.

    이어 지난 3월 12일 여야 추천 인사 20인이 참여한 미디어발전국민위원회(이하 미디어위)에서는 바로 미발연과 언론연대 등의 좌우 인사들이 110일간 '강제 소통'에 나서게 되었다. 물론 소통에는 실패하였다. 그러나 소통 실패의 경험은 쌓았다. 이 경험을 공유하기 위해 여야 추천인사, 좌우 지식인과 언론인들이 7월 21일 오후 3시 동국대에서 다시 모인다. 바로 소통론을 처음 제기한 소통포럼측의 5차 세미나의 주제가 '소통의 실패'이다. 이 소통포럼의 4차 세미나부터는 조선닷컴이 보도후원을 해왔다.

    지난 1년의 소통의 노력, 그리고 미디어위에서의 강제 소통의 경험으로 볼 때, 소통의 실패는 크게 두 가지 요인에 기인한다. 첫째, 원칙과 신념과 논리가 배제되는 진영 패거리의 이해관계이다. 각자 자신의 독자적인 판단을 이야기해주면 쉽게 소통할 수 있다. 그러나 노무현 정권 이후 진영 패거리의 권력이 워낙 커졌기 때문에 이것이 현재 불가능한 상황이다. 둘째, 너무나 오랫동안 진영의 이해관계로 아예 박제가 되어버린 화두이다. 미디어위에서의 신방 겸영 문제는 정책이 아니라 거의 종교 수준이었다. 이 때문에 진영과 화두 문제를 다루지 못하는 언론기획은 '온화한 태도를 갖자', '남의 말을 경청하자'는 정도의 대안에서 맴돌게 된다.

    진영과 화두의 문제는 민주화 투쟁의 역사와 맞물려 있다. 70년대와 80년대, 당시만 해도 소수자였던 민주화 투쟁 진영은 강력한 패거리 대오를 형성하였다. 문제는 이들이 10년간 집권을 하고도 이 진영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렇다면 이 진영의 이해관계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롭고, 21세기에 걸맞은 화두를 던질 수 있는 새로운 주체가 필요하다. 바로 386 이하의 젊은 세대이다.

    친기업과 반기업 논리의 예를 들어보자. 여기서 이야기하는 기업은 대기업이다. 좌우 양 진영이 대기업을 놓고 논쟁해서는 합의점을 찾는 게 거의 불가능해 보인다. 그렇다면 각자 자신들의 주장을 하되, 청년기업 육성과 청년창업을 새로운 화두로 던져보면 어떨까? 청년들이 활발한 창업으로 실업난을 돌파해보겠다는데 공개적으로 반대할 좌파가 있겠는가?

    문화개방의 문제도 다른 관점의 주제를 찾아보자. 한미FTA의 주요 반대논리는 미국 문화자본의 한국 식민지화였다. 문화에 대해 조금만 이해가 있는 젊은 세대의 눈으로 볼 때 이것은 불가능하다는 점을 다들 안다. 그러나 이를 주제로 논쟁하다 보면 답이 안 나오니, 차라리 몽골·필리핀·베트남·태국 등 우리가 아시아 주변국의 문화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정책을 논해보자. 아시아 노동자들의 인권을 주장해온 진보좌파 진영, 다문화주의를 실천하고 있는 현 정부나 보수우파 진영, 양측의 이해관계에 다 맞지 않느냐는 것이다.

    좌우불통의 이면에는 386세대의 여론 독점과 이에 소외된 젊은 세대의 상실감이 잠재하고 있다. 젊은 세대의 발언, 젊은 세대에 의한 여론조성, 젊은 세대를 위한 정책, 이것들이 좌우소통의 실천이고, 중도실용주의의 실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