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무현 전 대통령 노제 및 영결식을 앞두고 있는 가운데 자살을 죄악시하는 천주교 사제가 노 전 대통령의 자살을 찬양하고 미화하는 표현을 사용, 적지않은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천주교 정의구현사제단 김영식 신부는 28일 예수의 부활과 노 전 대통령의 죽음을 연결시키며 "부엉이바위는 부활과 승천의 자리였다"고 말했다.

  • ▲ <span style=노무현 전 대통령 빈소가 차려진 경남 김해 봉하마을에서 28일 노 전 대통령을 추모하는 미사가 진행되고 있다 ⓒ연합뉴스 " title="▲ 노무현 전 대통령 빈소가 차려진 경남 김해 봉하마을에서 28일 노 전 대통령을 추모하는 미사가 진행되고 있다 ⓒ연합뉴스 ">
    노무현 전 대통령 빈소가 차려진 경남 김해 봉하마을에서 28일 노 전 대통령을 추모하는 미사가 진행되고 있다 ⓒ연합뉴스

    김 신부는 이날 노무현 전 대통령 빈소가 마련된 경남 김해 봉하마을에서 열린 위령미사에서 "(노 전 대통령이)'아래로 떨어지셨다'는 비보를 들으며 주님승천대축일을 맞이한 우리는 예수님께서 하늘에 '올라가신' 승천의 의미를 어떻게 해석해야 할 지 몰라 참 난감하고 괴로웠다"며 이같이 말했다.

    김 신부는 "부활 승천의 감격은 이런 모든 부끄러움과 아픔 후에 벌어진 아무도 상상하지 못한 하느님의 역사였다"며 "벌써 엿새째 복잡한 도심이나 고요한 산골을 가리지 않고 잠시도 쉼 없이 도도하게 이어지는 백만의 추모 물결과 이 땅 구석구석 높이높이 피어오르는 분향의 향기는 부활승천의 저 장엄했던 장면을 상상하게 해준다"고 주장했다. 

    김 신부는 노 전 대통령에게 "당신의 최후에서 투신과 봉헌의 의미를 깊이 깨달았다. 고맙다"며 "생전 당신께서 보여주신 희망과 또 놀랍게 마련해 주신 새로운 희망에 대해서 진심으로 감사드린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 옛날, 나는 달릴 길을 다 달렸노라 하시던 사도 바오로처럼 당신께서도 이승의 수고를 훌륭히 마치셨으니 승리의 월계관을 쓰고 부디 인자하신 하느님 아버지의 품에서 편히 쉬십시오"라고 애도했다. 그는 이어 "신이 꿈꾸던 '사람 사는 세상'은 예수님의 하느님 나라를 꼭 닮았다"고 미사를 마무리 지었다.

    이어 미사를 집전한 김인국 신부는 "자살을 하지 말라는 계명은 생명이 본디 하느님의 소유이므로 스스로 처분할 수 없다는 뜻"이라며 "(노 전 대통령 사인은 자살이지만) 사회적 타살이라는 점을 고려해야 하므로 구원의 여지가 열려있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김 신부는 이어 "노 전 대통령의 육신은 부서졌지만 그 혼과 정신은 국민들 마음에 살아있고 몸은 바위 아래로 떨어졌지만 정신은 드높아졌다"고 목청을 높였다.

    이날 노 전 대통령 빈소가 차려진 봉하마을에는 70여명의 사제와 100여명의 신도가 조문했다. 

    한편, 박홍 신부(전 서강대 이사장)는 이날 오전 한 라디오에 나와 "오죽이나 답답했으면 그런 죽음을 선택했겠느냐"면서도 "자살이라는 것이 절대 바람직한 게 아니기 때문에 공개적으로 자살자를 위해 미사를 올리는 것에는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또 김진홍 목사는 지난 25일 칼럼에서 "노 전 대통령의 투신 자살 소식을 접한 순간 언뜻 머리를 스쳐 지나가는 염려가 있었다. 청소년 모방자살이 이어지게 되지나 않을까 하는 염려였다"며 "어느 시대 어느 사회에서나 지도자에게는 자신이 선택한 삶을 통해 국민에게 본을 보여야 할 책무가 있는데, 비록 전직이라 하지만 대통령직을 거친 분이 그런 죽음을 선택한 것은 무책임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