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은 물론 세계 최고 대학의 총장이 된 것이 매우 영광스럽고 특히 한국인은 물론 아시아인으로는 최초의 아이비리그 대학의 총장이라는 점에서 한국인으로서 매우 자랑스럽습니다,"

    2일(현지시간) 미국 동부 명문 8개 사립대를 지칭하는 '아이비리그'의 다트머스대 차기 총장에 선출된 김용(49. 미국명 Jim Yong Kim) 하버드 의대 국제보건·사회의학과장은 연합뉴스와의 전화 통화에서 이같이 소감을 밝혔다. 김 차기 총장 내정자는 "다트머스대로부터 총장직 제의를 열흘 전쯤에 받았다"고 말했다. 바로 며칠 전인 지난달 27일에는 둘째 아들이 태어나 그에게는 경사가 겹친 셈이다.
     그는 한국인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를 말해달라는 질문에 "5살때 한국을 떠나 미국으로 이민을 와서 지금까지 살았는데 아이비리그의 대학 총장을 맡게 됨으로써 한국인 이민 사회를 내가 대표할 수 있게 됨을 느끼게 됐다"고 말했다.

    5살때 이민, 브라운대 진학

    부모와 함께 미 중부의 아이오와주 머스커틴으로 이민을 온 그는 어린시절 한국인 가정이라고는 자신들 밖에 없는 낮선 곳에서 적응해야 했다. 아시아인 가정도 자신들을 포함해 2곳 뿐이었다. 서울대 출신의 치과의사인 아버지는 아이오와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기도 했다. 역시 아이비리그 대학인 브라운대로 진학하기까지 이곳에서 살았던 김 차기 총장은 아이오와에서 보낸 유년시절이 매우 좋은 경험이었다고 설명했다.

    7월1일 취임 예정인 김 차기 총장은 앞으로 다트머스대를 어떻게 이끌 것인지를 묻는 질문에 지금 경제위기로 모든 대학들이 곤경에 처해 있다는 점을 설명하면서도 "어려운 환경에도 불구하고 다트머스가 가진 장점을 살리는 것에 주력하고 성장을 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그는 학자로만 머물지 않고 개발도상국 등에서 에이즈와 결핵 등 가난한 사람들의 질병 퇴치활동 주도하며 빈민층 의료 구조사업에 헌신하는 것으로 국제사회의 문제 해결에 주도적으로 나서 미국은 물론 세계적으로도 높은 명성을 얻었다. 2004년에는 세계보건기구(WHO) 에이즈국장으로 임명돼 전세계적인 에이즈 퇴치 프로그램 확대에 열정을 쏟기도 했다. 

    빈민 의료 구조사업에 헌신, 국제적 명성

    그는 그동안 헌신해 온 질병 퇴치 활동은 어떻게 되느냐는 질문에 그동안 자신이 몸소 부딪히며 해결에 나섰지만 이제는 자신보다 세상의 문제를 직접 부딪히며 더 많은 영향을 발휘할 수 있는 많은 젊은이들을 키워내는 일에 주력하겠고 말했다. 그는 "이제 내 역할이 바뀌었다"며 "지금까지는 내 생각에 가장 어렵다고 보이는 문제들에 스스로 몸을 던져 질병 퇴치 등의 해결에 나섰었으나 이제는 문제를 해결하는 데 더 광범위한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수많은 차세대들을 가르치는 일에 주력할 때가 된 것 같다"고 재차 강조했다. 총장직을 맡아 자신의 일을 이어받을 젊은이들의 양성에 나서겠다는 것이다. 

    그는 이날 다트머스대에서 열린 차기 총장 내정자 소개 행사의 연설을 통해서도 "혼자서 무엇을 하는 것의 영향은 제한적일 수 밖에 없다는 것을 알았다. 이것이 나보다 훨씬 더 큰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젊은이들을 가르치고 조언하는 일을 맡는 이유"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여러분과 같은 학생들이 교수들로부터, 그리고 학생 서로 간에 배운 것을 바탕으로 세계로 나가 세계를 보다 밝고, 생산적이고, 인도적이고 정의롭게 만들 수 있다"며 학생들이 자신의 열정을 찾도록 하고 목표를 높게 설정하고 세상을 변화시키게 가르쳐야 한다고 말해 도전적인 젊은이들을 키워내야 한다는 점을 역설했다.

    김 차기 총장은 대담하고 야망적인 목표를 정하는 것이 미친 짓이고 불가능하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다트머스 학생들은 무엇이든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 "젊은이들이 맞서 싸울 수 없는 문제는 세상에 없다"고 말했다.

    김 총장은 보스턴 아동병원 소아과의사인 부인 임연숙 씨와의 사이에 8살배기와 얼마 전 태어난 2명의 아들을 두고 있다.[뉴욕=연합뉴스]